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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내의 대상 제문〔祭亡室大祥文〕 -김원행

淸潭 2024. 12. 20. 19:57

죽은 아내의 대상 제문〔祭亡室大祥文〕 -김원행

 
 


숭정(崇禎) 세 번째 무자년(1776, 영조42) 1월 경인삭(庚寅朔) 19일 무신(戊申)은 죽은 아내 숙부인(淑夫人) 홍씨(洪氏)의 대상(大祥)이다. 그 나흘 전 갑진일(甲辰日)에 남편 안동 김원행이 월반전(月半奠)을 올리는 차에 그 영연(靈筵)에 애통한 심사를 다음과 같이 고한다.


아아 / 嗚呼
천시가 돌고 돌아 / 天時回薄
강가의 봄기운이 이미 생겼는데 / 江春已生
당신은 유독 어찌하여 / 子獨何爲
한번 가고 나서는 이리도 막막하기만 한지 / 一往冥冥
인자한 마음과 은혜로운 성품을 / 仁心惠性
차마 어찌 잊을 수 있겠소 / 其何可忘
명철한 식견과 훌륭한 잠언을 / 哲識良箴
그 누구에게 다시 듣겠소 / 于誰復聽
무덤 위의 흙에 / 面上之土
풀이 또 새로 푸르게 돋아 / 草又新綠
먼지 앉은 영연을 치우게 되니 / 塵筵之撤
장차 나의 곡소리를 삼키게 되었소 / 行呑余哭
곡소리마저 삼키게 되었으니 / 哭之又呑
비통한 이내 마음이 더욱 어떠하겠소 / 慟尤如何
평생의 은의가 / 百年恩義
여기에 그치고 만단 말이오 / 其止斯耶
내가 당신을 곡한 뒤로 / 自余哭子
나 역시 오래 살기 어려우리라 생각되니 / 知亦難久
조만간 함께 돌아가 / 早晩同歸
끝내 외롭지 않을 것이오 / 終不踽踽
당신의 어짊을 / 惟子之賢
후세에 전하지 않아서는 안 되는데 / 不容無傳
아직 글을 짓지 못한 것은 / 文之未就
병을 앓느라 그런 것이오 / 病也使然
당신은 오히려 나를 애처롭게 여기기를 / 子尙愍我
예전과 다름없이 하지 않겠소 / 如平昔否
행여 곧바로 죽지 않는다면 / 幸無便死
맹세코 저버리지 않으리라 / 矢不相負
애통하오 / 哀哉
부디 흠향하시오 / 尙饗



[주-D001] 죽은 아내 : 남양 홍씨(南陽洪氏, 1702~1767)로, 진사 홍귀조(洪龜祚)의 딸이다. 미호와 동갑으로, 1716년(숙종42)에 15세 나이로 미호에게 출가하였다. 미호가 지은 그의 제문이 《미호집》 권20에 〈제망실문(祭亡室文)〉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고, 장남 김이안(金履安)이 지은 그의 행장이 《삼산재집(三山齋集)》 권9에 〈선비행장(先妣行狀)〉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주-D002] 월반전(月半奠) : 월반은 한 달의 가운데인 보름으로, 상례(喪禮)에서 평소에 올리는 조석전(朝夕奠)과는 달리 보름에 올리는 전(奠)을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