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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처(亡妻)의 제문 -허균

淸潭 2024. 12. 20. 20:07

망처(亡妻)의 제문 -허균

오직 부인은 본성이 공경스럽고 정성스러웠고 / 惟靈性惟恭恪
그 덕은 그윽하고 고요하였네 / 德則幽閑
일찍이 시어머니 섬길 때 / 早事先姑
시어머니 마음은 몹시도 기뻤다네 / 姑志甚驩
죽어서도 시어머니 따라 / 死而從姑
이 산에 와 묻히는구려 / 來窆玆山
휑덩그레한 들판 안개는 퍼졌는데 / 荒野煙蔓
달빛 쓸쓸하고 서리도 차구려 / 月苦霜寒
의지 없는 외론 혼은 / 孑孑孤魂
홑 그림자 얼마나 슬프리까 / 悲影之單
십팔 년을 지나서 / 踰十八年
남편 귀히 되어 높은 벼슬에 오르니 / 夫貴陞班
은총으로 추봉하라는 / 恩賁追封
조서가 내려졌네 / 紫誥回鸞
미천할 때 가난을 함께 하면서 / 賤時共貧
나의 벼슬 높기를 빌더니만 / 祈我高官
벼슬하자 그댄 벌써 죽어 없으니 / 及官已歿
추봉(追封)의 은총만 부질없이 내려졌네 / 寵命徒頒
어찌하면 영화를 같이 누릴꼬 / 焉得同榮
내 마음 하염없어라 / 我懷漫漫
아마도 그대 넋 알음 있다면 / 想魂有志
그대 또한 눈물을 줄줄 흘리리 / 其亦汍瀾
녹으로 내린 술 한잔 들구려 / 一酌官醪
서러움에 눈물만 줄줄 흐르누나 / 悲來涕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