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되었다면 술 취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필름 끊기도록 마시다가 딸 생각에 칼같이 끊은 대통령
술고래 리더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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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bble til you wobble.” (쓰러질 때까지 마시자) |
이런 농담이 필요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벌건 얼굴, 욱하는 성격, 횡설수설 대화 스타일을 보면 술을 엄청 잘 마실 것 같은데 입에도 못 댑니다. 태어나서 한 방울도 마신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라고 합니다. 술 마실 일이 있으면 다이어트 콕을 마십니다. 트럼프 대통령 같은 사람을 가리켜 ‘teetotaler’(티토들러)라고 합니다. ‘tee’는 ‘temperance’(금주)의 앞글자입니다. ‘totaler’는 ‘total’을 의인화한 것으로 ‘완전체’라는 뜻입니다. 완벽한 금주가를 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형 프레드가 43세 나이에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이런 가족력 때문에 자신에게 알코올 중독 유전자가 있다고 믿습니다.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제어하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한번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Can you imagine if I had a drink? What a mess I’d be?” I’d be the world’s worst.”(내가 술을 마시면 어떨 것 같나? 얼마나 엉망이 되겠는가? 최악의 주정꾼이 될 것이다)
이밖에도 조 바이든, 지미 카터 대통령 등이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금주 파는 소수이고,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들은 술을 잘 마셨습니다. 술은 정도껏 마시면 되지만 필름이 끊기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마시면 안 됩니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을 ’heavy drinker’(술꾼)라고 합니다. 유명한 헤비 드링커 대통령을 알아봤습니다.
예일대 시절 파티에서 술을 마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오른쪽 동그라미 안). 조지 W 부시 대통령 센터 홈페이지Fatherhood meant sobriety from 1986 on.” (1986년 이후 아버지라는 책임감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을 의미했다) |
1986년 부통령 아들 시절 술을 끊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에게 주정을 부린 것이 기사화됐습니다. 당시 폭언 내용입니다. “You fucking son of a bitch. I saw what you wrote. We‘re not going to forget this.”(이 개자식. 당신이 쓴 기사 봤어. 잊지 않겠어). 더 수치스러운 사건은 가족 파티에서 벌어졌습니다. 술에 취한 채 아버지 친구 부부에게 음담패설 질문을 던졌습니다. “So, what is sex like after fifty?”(50세 이후 섹스는 기분이 어때요)
분위기가 싸해 지면서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습니다. 다섯 살짜리 쌍둥이 딸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두 딸의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려면 끊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 다음에 ’on’이 오면 ‘이후 줄곧’이라는 뜻입니다. ‘from now on’은 ‘지금부터 줄곧’입니다. 그다음 날로 끊었습니다. 중독치료센터나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 힘으로 독하게 끊었습니다. 단번에 중독을 끊는 것을 ‘go cold turkey’라고 합니다. 개척시대에 백인과 인디언 원주민이 칠면조 고기와 까마귀 고기를 나눠 먹었습니다. 백인이 더 맛있는 칠면조 고기를 먹겠다고 차갑게 말한 데서 ‘cold turkey’가 유래했습니다. 대통령이 된 뒤 술을 마실 기회가 많지만 언제나 조심한다고 합니다.
링컨 컨버터블을 타고 술을 마시기를 좋아했던 린든 존슨 대통령(왼쪽). 린든 존슨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I should remain fully in control of my faculties.” (나는 온전한 정신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
기자들 앞에서 음주운전을 할 정도였습니다. 취임 후 첫 휴가 때 백악관 기자단을 텍사스 목장에 초대했습니다. 링컨 컨버터블에 기자들을 태우고 목장 투어에 나섰습니다. 그의 손에 흰색 스티로폼 컵이 들려있었습니다. 물인 줄 알았지만 술이었습니다. 술을 마시며 넓은 목장을 곡예 운전을 했습니다. 기자들이 놀라자 속도 계기판을 모자로 가렸습니다. 다음날 백악관 대변인은 잡아뗐습니다. “The President didn’t exceed Texas’ 70 mph speed limit.”(대통령은 텍사스 규정 속도인 시속 70마일을 넘지 않았다). 문제는 음주운전인데 속도위반으로 주의를 돌리려 한 것입니다.
존슨 대통령의 과도한 음주는 워싱턴의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술에 관대한 문화였기 때문에 언론은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경호원들에게 술 시중까지 들게 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다가 술이 떨어지면 창문 밖으로 컵을 흔들었습니다. 뒤따르던 경호원이 컵을 회수해 경호 차량으로 가서 술을 리필해 왔습니다. 경호 차량에는 아예 바가 꾸며져 있었습니다. 임기 후반에 베트남전이 가열되자 술을 끊었습니다. ‘faculty’(패컬티)는 대학 학부, 교수진이라는 뜻 외에 능력, 특히 정신적 능력을 말하기도 합니다. 능력을 밀할 때는 복수 ‘faculties’로 복수를 씁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가리켜 미국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Biden isn’t in full control of his faculties.”
1972년 중국 방문 때 건배하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 리처드 닉슨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When I talked to the President he was loaded.” (대통령과 얘기했을 때 술에 취해 있었다) |
제4차 중동전쟁, 즉 욤 키푸르 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술 때문에 대응이 늦었습니다. 영국 총리는 긴급 통화를 원했지만, 닉슨 대통령은 술에 곯아떨어져 있었습니다. 집무실 앞에서 부하들의 대화 내용입니다. 대통령의 술 때문에 겪는 부하들의 고민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깨워도 되겠냐는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국가안보 부보좌관의 질문에 헨리 키신저 보좌관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까 자신과 얘기했을 때 이미 상당히 취한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깨운다고 해도 대화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load’는 ‘짐을 적재하다’ ‘총을 장전하다’ 등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be loaded’는 술에 취했다는 뜻입니다.
닉슨 대통령이 자주 술에 곯아떨어진 것은 수면제와 함께 복용했기 때문입니다. 불면증 때문에 술과 수면제를 함께 복용할 때가 많았습니다. 닉슨 대통령의 근본적인 문제를 술이 아니라 약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닉슨의 정신적 지주였던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 president’s sins should be blamed on the demon-power of sleeping pills.”(대통령의 죄는 수면제의 악마와 같은 힘 탓이다)
명언의 품격
일본의 진주만 공습 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왼쪽)와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오른쪽).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가장 좋아하는 술친구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을 붙잡고 새벽 2, 3시까지 술을 마셔 엘리너 루즈벨트 여사를 화나게 했습니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 엿새 후 처칠 총리가 루즈벨트 대통령을 만나러 왔습니다. 백악관을 짐을 푼 그의 첫 마디입니다. 전쟁 협력 발언을 기대했던 미국 관리들을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었습니다.
I must have a tumbler of sherry in my room before breakfast. A couple of glasses of scotch and soda before lunch and French champagne, and 90-year-old brandy before I go to sleep at night.” (셰리주를 담은 텀블러를 아침 식사 전에 내 방에 갖다 달라. 점심 전에 스카치 앤 소다 두 잔 마셔야 하고, 프랑스산 샴페인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잠들기 전 90년 된 브랜디를 준비해 달라) |
처칠 총리는 술꾼에게 자제력(self-control)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술은 개인의 취향이라 마시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 그가 정한 마지노선이었습니다. 술로 인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일생의 자부심으로 여겼습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I have taken more out of alcohol than it has taken out of me.”(술이 나로부터 얻은 것보다 내가 술로부터 얻은 것이 많다)
실전 보케 36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왼쪽)가 마러라고 리조트 행사에서 만난 모습. 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계정They can go find another ‘sucker!’” (다른 멍청이를 찾아봐라) |
‘sucker’는 나쁜 기운을 빨아들이는 사람이니까 멍청이를 말합니다. 미국은 이제 만만한 상대가 아니므로 다른 멍청한 나라를 찾아보라는 경고입니다. ‘sucker’가 멍청하다는 나쁜 뜻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뒤에 ‘for’가 오면 ‘너무 좋아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을 말합니다. “I’m a sucker for musicals.”(나는 뮤지컬이라면 사족을 못 써)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4월 25일 소개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성사된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의 주인이 되면서 양국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큽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정상회담에서 1948년 휴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만났습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미국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알아봤습니다.
▶2018년 4월 25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80425/89777514/1
He’s gonna sell the store.” (그는 모든 것을 양보할 기세다) |
Not a peep!” (아무 불평 없네) |
He is stealing pages from his daddy’s book.” (그는 아버지 책에서 몇 페이지를 훔치고 있다) |
He is in a rude awakening.” (그는 달갑지 않은 현실을 직면할 것이다) |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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