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박 전 대표를 포함해 총 8명에 대해 10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그중 9건이 기각됐다. 대부분 “범죄 사실에 다툴 여지가 있으며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게 기각 사유였다. 2월 삼성의 다스 소송비 사건을 수사하다가 ‘노조 와해’ 의혹을 별도로 수사하기 시작한 검찰은 삼성전자 본사를 포함해 총 네 차례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왔다.
▷‘닥치고 영장’의 대상에는 여론의 질타를 받는 사건도 포함된다. 갑질의 대명사가 된 대한항공 모녀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것도 수사당국이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엄밀히 따져보고 신청한 것인지, 아니면 면피용으로 일단 영장을 넣고 본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낳는다. 선진국에선 검사가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면 분명한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 하지만 한국의 검찰과 경찰에겐 영장이 기각돼도 별탈이 없으니 여론에 민감한 사건이면 일단 영장을 청구하고 보는 것 같다.
이기홍 논설위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