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관련 명언.명구-4
제4부
301.
목숨 바쳐 지키리라
지금의 이 몸으로부터 부처가 되기까지
금계를 굳게 지켜 범하지 않으리라.
오직 원하노니 여러 부처님께서는 증명하소서
차라리 목숨을 버리더라도 마침내 물러서지 않으오리다.
自從今身至佛身 堅持禁戒不毁犯
자종금신지불신 견지금계불훼범
唯願諸佛作證明 寧捨身命終不退
유원제불작증명 영사신명종불퇴
- 자장 율사
302.
천지가 나눠지기 전의 소식
두렷이 깨달은 산 가운데 나무 한 그루 있어서
꽃은 피었는데 천지가 아직 나눠지기 이전이네.
푸른 색도 아니고 흰 색도 아니고 검은 색도 아닌데
봄바람에도 있지 않고 하늘에도 있지 않네.
圓覺山中生一樹 開花天地未分前
원각산중생일수 개화천지미분전
非靑非白亦非黑 不在春風不在天
비청비백역비흑 부재춘풍부재천
- 석문의범
303.
위는 밝으나 아래는 어둡다
한 생각 미혹하면
넓은 하늘에 구름이 일어나서
위는 밝으나 아래는 어둡다.
한 생각 깨달으면
바람이 어두운 구름을 쓸어
상하가 훤칠하게 밝아진다.
더러움과 청정함이 일어나게 된 까닭이 여기에 있으며,
범부와 성인이 지어지게 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
一念迷也 雲起長空 上明下暗 一念悟也
일념미야 운기장공 상명하암 일념오야
風掃迷雲 上下洞徹 染淨所以興也 聖凡所以作也
풍소미운 상하동철 염정소이흥야 성범소이작야
- 금강경오가해
304.
가섭이 어찌 전할 수 있으랴
옛 부처 나기 전에
역력하게 한 모양 뚜렷하였네.
석가도 오히려 알지 못했거늘
가섭이 어찌 전할 수 있으랴.
古佛未生前 凝然一相圓 釋迦猶不會 迦葉豈能傳
고불미생전 응연일상원 석가유불회 가섭기능전
- 금강경오가해
305.
대장부(大丈夫)
개개인이 다 대장부인데 누가 굽히겠는가.
청천백일에 사람 속이지 말라.
箇箇丈夫誰是屈 靑天白日莫謾人
개개장부수시굴 청천백일막만인
- 미상
306.
스스로 하늘을 찌를 뜻이 있다
대장부에게는 스스로 하늘을 찌를 뜻이 있다.
여래가 간 곳을 다시 가지 않는다.
丈夫自有衝天志 不向如來行處行
장부자유충천지 불향여래행처행
- 미상
307.
머물지 않고, 지나가 버리다
부처가 있는 곳에는 머물지 않고
부처가 없는 곳에는 급히 지나가 버린다.
有佛處不得住 無佛處急走過
유불처부득주 무불처급도과
- 금강경 오가해
308.
배가 부르지 않은 까닭
비록 많이 들었다 해도
만약 수행하지 않으면 듣지 않은 것과 같다.
마치 사람이 음식을 이야기를 하더라도
마침내 배가 부르지 않은 것과 같다.
雖有多聞 若不修行 與不聞等 如人說食 終不能飽
수유다문 약불수행 여불문등 여인설식 종불능포
- 능엄경
309.
보배 창고
자기 집의 보배 창고는 돌아보지 않고
집 버리고 돌아다니면서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自家寶藏不顧 棄家散走作甚麽
자가보장불고 기가산도작심마
- 마조 도일 선사
310.
텅 비웠으되 다 품고 있다
큰 도란 그 마음을 근본으로 삼았고
마음의 법은 본래 머물지 않는 것으로 근본을 삼았다.
머물지 않는 마음의 본체가
신령스럽게 알아 어둡지 않다.
성품과 형상이 텅 비었으되
덕과 작용을 다 품고 있다.
大道本乎其心 心法本乎無住 無住心體
대도본호기심 심법본호무주 무주심체
靈知不昧 性相寂然 包含德用
영지불매 성상적연 포함덕용
- 심요전, 청량 징광 대사
311.
자기의 허물을 보다
만약 진정으로 도를 닦는 사람이라면
세상의 허물을 보지 않고
마땅히 스스로 자기의 허물을 보아야
도에 있어서 잘 맞을 것이다.
若眞修道人 不見世間過 當自見己過 於道便相當
약진수도인 불견세간과 당자견기과 어도편상당
- 육조 혜능 대사
312.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
실제적인 진리의 자리에는
먼지 하나 없지만,
불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
實際理地 不受一塵 佛事門中 不捨一法
실제리지 불수일진 불사문중 불사일법
- 법집별행록절요, 보조 지눌 국사
313.
선정(禪定)
산 속에서 선정을 닦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경계를 대해서 동요하지 않기가 어려운 일이다.
山間禪定不爲難 對境不動是爲難
산간선정불위난 대경부동시위난
- 법집별행록절요, 보조 지눌 국사
314.
도를 배우다
도를 배우는 일은 처음과 같이 하여 마음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
천 가지 마장과 만 가지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더욱 정신 차리고 하라.
바로 모름지기 허공의 골수를 두들겨 빼내고
금강신장의 뒤통수에 박혀 있는 못을 뽑아 버려야 한다.
學道如初不變心 天魔萬難愈惺惺
학도여초불변심 천마만난유성성
直須敲出虛空髓 拔卻金剛腦後釘
직수고출허공수 발각금강뇌후정
- 선요, 고봉 원묘 화상
315.
고행(苦行)
세존은 설산에서 6년 동안 정진하였고,
달마 스님은 소림굴에서 9년을 정진하였고,
장경 스님은 앉아서 좌복을 일곱 개나 떨어트렸고,
향림 스님은 40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한 조각을 이루었고,
조주 스님은 30년 동안
잡념이 없었다.
世尊雪山六年 達磨少林九載 長慶坐破七箇蒲團
세존설산육년 달마소림구재 장경좌파칠개포단
香林四十年 方成一片 趙州三十年 不雜用心
향림사십년 방성일편 조주삼십년 부잡용심
- 선요, 고봉 원묘 화상
316.
구하지 말라
구하는 것이 있으면 고통이 따르고
구하는 것이 없으면 안락하다.
有求皆苦 無求乃樂
유구개고 무구내락
- 미상
317.
노소도 없고 남녀도 없다
만약 이 일을 논한다면
존비도 없고 노소도 없고
남녀도 없고
영리하고 둔함도 없다.
若論此事 無尊無卑 無老無少 無男無女 無利無鈍
약논차사 무존무비 무노무소 무남무녀 무리무둔
- 선요, 고봉 원묘 화상
318.
흙덩어리가 대광명을 놓다
나와 너를 함께 잊어버리고
마음과 의식의 길이 끊어지면
걸음을 걸을 때마다 대해가 너울너울 춤을 추고
손가락을 퉁길 때마다 수미산이 높이 솟는다.
진흙과 흙덩어리는
대광명을 놓고
박과 호박은
기세 좋게 언제나 법을 설한다.
人法俱忘 心識路絶 擧步則大海騰波 彈指則須彌岌峇
인법구망 심식로절 거보칙대해등파 탄지즉수미급합
泥團土塊 放大光明 瓠子冬苽 熾然常說
니단토괴 방대광명 호자동고 식연상설
- 선묘
319.
뚫어라
목숨을 버리고 한 번 뚫으면
몸까지 뚫고 들어간다.
拌命一鑽 和身透入
반명일찬 화신투입
- 선요, 고봉 원묘 화상
320.
혼침도거(惛沈掉擧)
혼침과 망상과 희로애락이 곧 진여며
불성이며 지혜며 해탈이더라.
惛沈掉擧 喜怒哀樂 卽時眞如佛性 智慧解脫
혼침도거 희로애락 즉시진여불성 지혜해탈
- 선요, 고봉 원묘 화상
321.
눈앞에 있어도 보기 어렵다
큰 도는 항상 앞에 있지만
비록 눈앞에 있다 해도 보긴 어렵다.
도의 참된 본체를 깨달으려면
소리와 형상과 언어를 없애지 말라.
大道常在目前 雖在目前難覩 若慾悟道眞體 莫除聲色言語
대도상재목전 수재목전난도 약욕오도진체 막제성색언어
- 대승찬, 보지공 화상
322.
부처와 조사를 뛰어넘다
물이 다하고 구름이 다한 곳이며,
연기는 소멸하고 불은 꺼진 때더라.
문득 본지풍광을 밟으니
부처를 뛰어넘고 조사를 뛰어넘는 것을 마음대로 하겠더라.
水窮雲盡處 烟消火滅時
수궁운진처 연소화멸시
驀然踏着本地風光 管取超佛越祖
맥연답착본지풍광 관취초불월조
- 선요, 고봉 원묘화상
323.
가는 데에 맡기니 저절로 흘러간다.
천당과 지옥에 마음대로 소요하고
호랑이 굴과 마의 궁전에 종횡으로 걸림이 없다.
저절로 흘러가니 가는 데에 맡기고
가는 데에 맡기니 저절로 흘러간다.
天堂地獄 任意逍遙 虎穴魔宮
천당지옥 임의소요 호혈마궁
縱橫無礙 勝勝任運 任運勝勝
종횡무애 승승임운 임운승승
324.
만세에 뻗어 있어도 늘 지금
일천 겁을 지나도 옛 것이 아니고
만세에 뻗어 있어도 늘 지금이네.
바다와 산이 서로 많이도 바뀌었는데
풍운이 변하는 모습 얼마나 보았던가.
歷千劫而不古 亘萬歲而長今
역천겁이불고 긍만세이장금
多經海岳相遷 幾見風雲變態
다경해악상천 기견풍운변태
- 금강경오가해, 함허
325.
고금을 꿰뚫다
여기에 한 물건이 있다.
이름과 형상이 없으나 고금을 꿰뚫고 있으며
하나의 먼지 속에 있으나 동서남북과 상하를 모두 에워싸고 있다.
唯一物於此 絶命相貫古今 處一塵圓六合
유일물어차 절명상관고금 처일진원육합
- 금강경오가해, 함허
326.
한 물건(一物)
여기에 한 물건이 있으니
본래부터
밝고 신령스러워
일찍이 생긴 것도 아니요 일찍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
이름 지을 수도 없고 모양 그릴 수도 없네.
有一物於此 從來以來 昭昭靈靈
유일물어차 종래이래 소소영령
不曾生不曾滅 名不得狀不得
부증생부증멸 명부득장부득
- 선가귀감, 청허 휴정 대사
327.
선교(禪敎)
선은 부처님의 마음이요,
교는 부처님의 말씀이다.
禪是佛心 敎是佛語
선시불심 교시불어
- 선가귀감, 청허 휴정 선사
328.
자유자재(自由自在)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잔다.
청산과 녹수에
마음대로 소요하고
어촌과 술집에도
자유롭고 편안하다.
몇 년인지 며칠인지 아예 몰라라.
飢來卽食 困來卽眠 綠水靑山 任意逍遙
기래즉식 곤래즉면 녹수청산 임의소요
漁村酒肆 自在安閑 年代甲子總不知
어촌주사 자재안한 년대갑자총부지
- 선가귀감, 청허 휴정 대사
329.
허공이 모자람 없듯
불법이 본래 다 이루어져 있어서
일체가 다 구족한 것은
마치 저 큰 허공이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는 것과 같다.
佛法現成 一切具足 還同太虛 無欠無餘
불법현성 일체구족 환동태허 무흠무여
- 법안 문익 선사
330.
일과 이치가 둘이 아니다
이와 사는 둘이 아니다.
그 존귀함은 원융에 있다.
理事不二 貴在圓融
이사불이 귀재원융
- 법안 문익 선사
331.
참다운 방편(方便)
방편이 없는 가운데 참다운 방편이며,
닦아 증득함이 없는 가운데 닦아 증득하는 것이다.
無方便中眞方便 無修證中眞修證
무방편중진방편 무수증중진수증
- 서장, 대혜 종고 선사
332.
내려 놓아라
한 물건도 가져오지 않았을 때 어떻습니까?
내려 놓아라
一物不將來時 如何 云放下着
일물부장래시 여하 운방하착
- 조주 선사
333.
공양구(供養具)
얼굴에 화가 없는 그것이 공양이요,
입에 화가 없으면 미묘한 향기를 토한다.
마음에 화가 없는 것이 귀한 보배요,
때도 없고 오염도 없는 이것이 참되고 영원한 것일세.
面上無嗔供養具 口裡無嗔吐妙香
면상무진공양구 구리무진토묘향
心裡無嗔是珍寶 無垢無染是眞常
심리무진시진보 무구무염시진상
- 균제 동자
334.
언행(言行)
세 살 먹은 아이도 비록 말은 할 수 있으나
팔십 세 된 노인도 행하기는 어렵다.
三歲孩兒雖道得 八十老翁行不得
삼세해아수도득 팔십노옹행부득
- 도림 선사
335.
꿈에서 깨어나다
새벽별을 한 번 보고는 꿈을 깬 일이여.
천년 묵은 복숭아씨에서 푸른 매실이 열린 격이로다.
비록 국에 넣어 맛을 내지는 못하지만,
어떤 장군이 일찍이 병사들의 목마름은 적셔줬네.
一見明星夢便廻 千年桃核長靑梅
일견명성몽변회 천년도핵장청매
雖然不是調羹味 曾與將軍止渴來
수연불시조강미 증여장군지갈래
- 선문염송
336.
낙엽을 금돈이라고 하다
49년간 설법한 것을 아는 사람이 없어
공연히 낙엽을 들고 금돈이라 속이네.
四十九年人不識 空掂黃葉謂金錢
사십구년인불식 공점황엽위금전
-선문염송
337.
부처를 뽑는 자리
시방에서 함께 모여
개개인이 무위의 법을 배운다.
이곳이 부처를 뽑는 장소이며
마음이 공하여 급제하여 돌아간다.
十方同聚會 箇箇學無爲 此是選佛場 心空及第歸
시방동취회 개개학무위 차시선불장 심공급제귀
- 방거사
338.
좋은 말
좋은 말은 채찍의 그림자만 보고도
바람처럼 천리를 내닫는다.
良馬 見鞭影而 追風千里
양마 견편영이 추풍천리
- 금강경오가해
339.
나를 위해 차맛을 보게나
나에게 한 조각 햇차가 있어 그 향기가 코를 지르니
그대는 속히 와서 나를 위해서 맛을 보게나.
一片新茶破鼻香 請君速來爲我賞
일편신차파비향 청군속래위아상
- 미상
340.
비유(譬喩)
달이 중봉에 숨으면
부채를 들어서 비유하고
바람이 허공에서 사라지고 나면
나무를 흔들어서 알려준다.
月隱中峰 擧扇喩之 風息太虛 動樹訓之
월은중봉 거선유지 풍식태허 동수훈지
- 금강경오가해
341.
하늘과 땅이 그 안에 있다
고고하고도 또한 가장 높으며
넓고 넓어서 그 끝이 없다.
하늘과 땅이 그 안에 있고
일월이 그 속에 있다.
孤高更無上 廣博無邊表 乾坤在其內 日月處其中
고고경무상 광박무변표 건곤재기내 일월처기중
- 금강경오가해
342.
이 순간의 생각
끝없이 넓은 세계와 나와 남이
터럭 끝도 떨어져 있지 않고
과거 현재 미래의 과거 현재 미래인 고금의 처음과 끝이
이순간의 생각에서 떠나있지 않다.
無邊刹境自他 不隔於豪端 十世古今始終 不離於當念
무변찰경자타 불격어호단 십세고금시종 불이어당념
- 선요, 고봉 원묘 화상
343.
끝없는 공양을 베풀다
밑이 없는 배를 노 저으며,
구멍 없는 피리를 불고,
끝이 없는 공양을 베풀어서,
생멸이 없는 말을 설한다.
棹無底船 吹無孔笛 施無盡供 說無生話
도무저선 취무공저 시무진공 설무생화
- 서장, 대혜 종고 성사
344.
마른 똥 막대기
어떤 스님이 운문 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간시궐(乾屎橛), 마른 똥 막대기니라.”
僧問雲門 如何是佛 門云乾屎橛
승문운문 여하시불 문운간시궐
- 운문 문언 선사
345.
머물지 말라
마음으로 과거의 일을 취하지 말고
또한 미래의 일도 집착하지 말며
현재의 일에도 머물지 않으면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공적함을 깨달으리라.
心不妄取過去法 亦不貪着未來事
심불망취과거법 역부탐착미래사
不於現在有所住 了達三世悉空寂
불어현재유소주 요달삼세실공적
- 화엄경
346.
믿음과 의심
믿음이 십 분이면
의심도 십 분이고
의심이 십 분이면
깨달음도 십 분이다.
信有十分 疑得十分 疑得十分 悟得十分
신유십분 의득십분 의득십분 오득십분
- 선요, 고봉 원묘화상
347.
믿을 신(信)자 하나로...
한 어린 비구가
한 늙은 비구를 놀려주려고
‘수행의 과위를 주리라’하고
차고 놀던 제기로
늙은 비구의 머리를 네 번 대리자
바로 네 가지의 성과(聖果)를 얻었다.
이 도한 하나의
믿을 싱(信)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復有一小比丘 戱一老比丘 與證果位 遂以皮毬
부유일소비구 희일노비구 여증과위 수이피구
打頭四下 卽獲四果 亦不出者 一箇信字
타두사하 즉획사과 역불출자 일개신자
- 선요, 고봉 원묘화상
348.
두 눈을 잃고도 대천세계를 보다
옛날 아나율타 비구가 부처님으로부터 꾸중을 듣고
7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정진하여 두 눈을 잃었다.
그리고 대천세계를 마치 손바닥에 있는 과일을 보듯이 한 것도
또한 하나의 믿을 ‘신(信)’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昔有阿那律陀 因被佛訶 七日不睡 失去雙目
석유아나율타 인피불가 칠일불수 실거쌍목
大千世界 如觀掌果 亦不出者一箇信字
대천세계 여관장과 역불출자일개신자
349.
백정도 부처님이다
열반회상에서
이마가 넓은 백정이
소를 잡던 칼을 내려놓고
“나도 일천 부처님 중의 하나다.”라고 소리 높여 말한 것도
또한 하나의
믿을 ‘신(信)’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涅槃會上 廣額屠兒 放下屠刀
열반회상 광액도아 방하도도
唱言我是千佛一數 亦不出者一箇信字
창언아시천불일수 역불출자일개신자
- 선요, 고봉 원묘화상
350.
믿음으로 최상의 불과를 얻다
화엄회상에서 선재 동자가 일백 일십 성을 지나면서
오십삼 선지식을 참례하고 최상의 불과를 얻은 것은
또한 하나의 믿을 ‘신(信)’자를 벗어나지 않는다.
華嚴會上 善財童子 歷一百一十城 參五十三善知識
화엄회상 선재동자 역일백일십성 참오십삼선지식
獲無上果 亦不出者一箇信字
획무상과 역불출자일개신자
- 선요, 고봉 현묘화상
351.
믿음은 도의 근원이다
믿음은 도의 근원이요, 공덕의 어머니며
일체의 좋은 일들을 길러낸다.
의혹의 그물을 끊어버리고
애착의 물결에서 벗어나게 하며
열반이라는 최상의 길을 열어 보인다.
信爲道元功德母 長養一切諸善法
신위도원공덕모 장양일체제선법
斷除疑網出愛流 開示涅槃無上道
단제의망출애류 개시열반무상도
- 화엄경
352.
신통묘용(神通妙用)
일상사가 나와 다를 것이 없다.
오직 내가 스스로 짝해서 어울린다.
낱낱이 취하거나 버리지 아니하고
곳곳마다 마음에 들거나 거슬릴 것이 없다.
높은 벼슬을 누가 귀하다고 하던가.
저 산도 하나의 먼지인 것을.
신통과 묘용이여,
물을 긷고 나무를 해오는 일일세.
日用事無別 唯吾自偶諧 頭頭非取捨 處處勿張乖
일용사무별 유오자우해 두두비취사 처처물장괴
朱紫誰爲號 丘山絶點埃 神通竝妙用 運水及搬柴
주자수위호 구산절점애 신통병묘용 운수급반시
- 방거사
353.
불법은 일상생활 속에 있다
불법은 일상생활 속에 있으며
가고 머물고 앉고 눕는 데 있으며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데 있으며
말을 서로 주고 받는 데 있으며
짓고 움직이는 데 있다.
佛法在日用處 行住坐臥處
불법재일용처 행주좌와처
喫茶喫飯處 語言相問處 所作所爲處
끽차끽반처 어언상문처 소작소위처
- 위부노화엄
354.
아난과 가섭
아난 존자는 교학을 유통하였고
가섭 존자에게는 세 곳에서 마음을 전하였다.
阿難流通敎海 迦葉三處傳心
아난유통교해 가섭삼처전심
- 서장 대혜 종고 선사
355.
삿된 생각을 익히지 않으리라
차라리 파계하기를
수미산과 같게 할지언정
삿된 스승에게 하나라도
삿된 생각을 익히지 않으리라.
만약 겨자씨만큼이라도
의식 가운데 들어가면
마치 기름이 밀가루 속에 들어가서
영원히 나오지 못하는 것과 같으리라
寧可破戒 如須彌山 不可被邪師 熏一邪念
영가파계 여수미산 불가피사사 훈일사념
如芥子許 在情識中 如油入麵 永不可出
여개자허 재정식중 여유입면 영불가출
- 서장, 대혜 종고 선사
356.
유위법(有爲法)
모든 조작이 있는 것은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 같네.
응당히 이와 같이 관찰하라.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 금강경
357.
밖에서 구하지 말라
만약 육신으로써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써 나를 구하면
이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하는 것이라
능히 여래를 볼 수 없으리라.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
- 금강경
358.
형상 있는 것은 다 허망하다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다 허망하다.
만약 형상을 형상 아닌 줄로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 금강경
359.
황매산의 대중들
의발을 막 전수받고 감개무량하여 떠나는데,
강을 건너 남쪽으로 가는 길에 달은 삼경이로다.
만약 본래 한 물건도 없다고 했다면
무슨 일로 황매산의 대중들은 빼앗으려 하는가.
衣鉢纔傳慷慨行 渡江南去月三更
의발재전강개행 도강남거월삼경
若道本來無一物 何事黃梅衆手爭
약도본래무일물 하사황매중수쟁
- 도강송, 육조 혜능 대사
360.
생멸을 떠나서 적멸을 구하다
만약 고요한 곳을 바른 것이라 여기고
시끄러운 곳을 틀린 것이라 여기면
이것은 세상의 모습을 깨트려서 실상을 구하는 것이고
생멸을 떠나서 적멸을 구하는 것이다.
若以靜處爲是 鬧處爲非
약이정처위시 요처위비
則是壞世間相 而求實相
즉시괴세간상 이구실상
離生滅 而求寂滅
이생멸 이구적멸
- 서장, 대혜 종고 선사
361.
구슬이 저절로 구르듯. . .
낱낱에서 다 밝고
사물마다 드러나 있다.
일상에 인연을 만나는 곳에
혹은 깨끗하고 혹은 더러우며,
혹은 기뻐하고 혹은 성내며,
혹은 순하고 혹은 거스르는 것이
마치 구슬이 그릇 위에서 굴러다니는데
밀치지 아니해도 저절로 굴러가는 것과 같다.
頭頭上明 物物上顯 日用應緣處 或淨或穢
두두상명 물물상현 일용응연처 혹정혹예
或喜或瞋 或順或逆 如珠走盤 不撥而自轉矣
혹희혹진 혹순혹역 여주주반 불발이자전의
- 서장 대혜 종고 선사
362.
구할수록 더욱 멀어진다
만약 일상생활을 떠나서 따로 나아갈 곳이 있으면
이것은 물결을 떠나서 물을 구하고,
금 그릇을 떠나서 금을 구하는 것이다.
구할수록 더욱 멀어진다.
若離日用 別有趣向則 是離坡求水 離器求金 求之愈遠矣
약리일용 별유취향즉 시리파구수 이기구금 구지유원의
- 서장, 대혜 종고 선사
363.
생숙(生熟)
선 것은 익게 하고
익은 것은 설게 하라
生處放敎熟 熟處放敎生
생처방교숙 숙처방교생
- 서장, 대혜 종고 선사
364.
생사(生死)
태어남도 그냥 그런 것이고 죽음도 그냥 그런 것이다.
게송이 있든 없든 이 무슨 독촉인가.
生也祇麽 死也祇麽 有偈無偈 是甚麽熱
생야기마 사야기마 유게무게 시심마열
- 서장, 대혜 종고 선사
365.
소와 수레
비유하자면 소의 멍에를 수레에 채웠는데
수레가 가지 않는다면
수레를 때려야 하는가?
소를 때려야 하는가?
譬牛駕車 車若不行 打車卽是 打牛卽是
비우가거 차약불행 타거즉시 타우즉시
- 남악 희양 선사
366.
오만 생각이 한 점 눈송이다
천 가지 계교와 만 가지 생각들이
모두 뜨거운 화로에 떨어지는 한 점의 눈송이다.
진흙으로 만든 소가 물위를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찢어지더라.
千計萬思量 紅爐一點雪 泥牛水上行 大地虛空裂
천계만사량 홍로일점설 니우수상행 대지허공렬
-서산집, 청허 휴정 선사
367.
마음을 떠나면 곧 육진 경계도 없다
삼계는 허망하여 거짓된 것이고
오직 마음이 지은 것이다.
마음을 떠나면 곧
육진 경계도 없다.
三界虛僞 唯心所作 離心卽無 六塵境界
삼계허위 유심소작 이심즉무 육진경계
- 대승기신론, 마명 대사
368.
다른 데서 구하지 않는다
다른 것을 구함에 집착하지 않는다.
모두가 마음을 말미암아서 지어진다.
不着他求 盡由心造
불착타구 진유심조
- 법안 문익 선사
369.
마음으로 지어지다
만약 과거 현재 미래의
일체 부처님을 알고자 한다면
응당히 법계의 체성을 관하라.
일체가 오로지 마음으로 지어졌느니라.
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
약인욕요지 삼세일체불 응관법계성 일체유심조
370.
삼계유심(三界唯心)
삼계가 오직 마음이고,
만법이 오직 의식이다.
三界唯心 萬法唯識
삼계유심 만법유식
371.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
바로 이러한 때에 어느 것이 상좌의 본래면목인가?
不思善不思惡 正當恁麽時 那箇是上座本來面目
불사선불사악 정당임마시 나개시상좌본래면목
- 단경, 육조 혜능 대사
372.
본래 한 물건도 없다.
보리는 본래 나무가 아니고 밝은 거울도 또한 형체가 아니다.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어디에 먼지가 끼겠는가.
菩提本無樹 明鏡亦非臺 本來無一物 何處惹塵埃
보리본무수 명경역비대 본래무일물 하처야진애
- 단경, 육조 혜능 대사
373.
몰록 깨닫고 문득 없어진다
이치로는 몰록 깨달아서
그 깨달음대로 한꺼번에 녹이지만,
사(事)로는 몰록 제거되는 것이 아니다.
차례를 밟아서 점점 없어진다.
理則頓悟 乘悟竝消 事非頓除 因次第盡
이즉돈오 승오병소 사비돈제 인차제진
- 능엄경
374.
나귀가 되고 말이 되리라
동쪽 마을에 가서 나귀가 되고,
서쪽 마을에 가서 말이 되리라.
東村作驢 西村作馬
동촌작려 서촌작마
-서장 대혜 종고 선사
375.
도(道)
도는 일정한 방소가 없다.
그 이름이 대승의 마음이다.
道無方所 名大乘心
도무방소 명대승심
- 서장, 대혜 종고 선사
376.
범부와 성인의 차이
다만 범부의 생각이 없어졌을 뿐
특별히 성인이라고 할 것이 없다.
但盡凡情 別無聖解
단진범정 별무성해
- 서장 대혜 종고 선사
377.
먼저 부처가 되라
다만 부처가 될 것을 알지언정
부처가 된 뒤에 말을 하지 못할까 근심하지 말라
但知作佛 莫愁佛不解語
단지작불 막수불불해어
- 서장 대혜 종고 선사
378.
다만 비울 뿐
다만 온갖 존재하는 것들을 비우기를 원하고
간절히 온갖 없는 것들을 있게 하지 말라
但願空諸所有 切勿實諸所無
단원공제소유 절물실제소무
- 방거사
379.
인정(人情)
차리리 이 몸으로
모든 중생들의
지옥 고통을 대신 받을지언정
마침내 이 입으로
인정을 위해서 불법을 가지고
모든 사람의 눈을 멀게 하지는 않으리라
寧以此身 代一切衆生 受地獄苦
영이차신 대일체중생 수지옥고
終不以此口 將佛法以爲人情 ?一切人眼
종불이차구 장불법이위인정 할일체인안
- 서장, 대혜 종고 선사
380.
진흙에서 피는 연꽃
높은 언덕이나 육지에는 연꽃이 나지 않고
낮고 습한 진흙에서 이 꽃이 난다
高原陸地 不生蓮花고원육지 불생연화
卑濕淤泥 乃生此花
비습어니 내생차화
- 유마경
....................................................................
제4부 끝.
禪 詩 30首
1.
천동여정(天童如淨)선사(禪師)
[通身是口掛虛空] 온몸이입이되어허공에걸려
통신시구괘허공
[不管東西南北風] 동서남북 바람을 가리지 않고
불관동소남북풍
[一等與渠談般若] 언제나 바람따라 반야를 노래하네
일등여거담반야
[滴丁東了滴丁東] 뎅그렁 뗑 뗑그렁 뗑
적정동료적정동
2.
雲在靑天 / 구름은 하늘에 있고 / 이고
鍊得身形似鶴形 몸을 단련하여 마치 학의 형상과 같고,
연득신형사학형
千株松下兩函經 천 그루의 소나무 아래서 두어 함의 경전을 두고 있네.
천주송하양함경
我來問道無餘說 내가 와서 도를 물었는데 아무런 말이 없고,
아래문도무여설
雲在靑天水在甁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있다 하네.
운재청천수재병
3.
達磨贊(달마찬)_서산대사 휴정 (1520~1604)
剪雲爲白衲 저 흰구름을 잘라서 흰 장삼을 만들고
割水作靑眸 저 쪽빛 물을 베어서 푸른 눈동자를 그려 넣었는가
滿腹懷珠玉 그 어른 배는 주옥을 가득 품었겠지
神光射牛斗 신령스런 광명이 북두칠성까지 비쳐 갔으리
蘆泛淸波上 갈대 타고 깨끗한 물에 띄우니
輕風拂拂來 경쾌한 바람 불어 옷깃 떨치며 소림굴에 이르도다
胡僧雙碧眼 호승은 두 눈이 푸른데
千佛一塵埃 천불이 찾아와도 하나의 티끌일 뿐일세
⁍ 선방 뒤뜰에 올라(登禪房後園 등선방후원) _ 만해 한용운
4.
만해 한용운 시선집에서
兩岸寥寥萬事稀(양안요요만사희) 양쪽 기슭 괴괴하여 번거로움 없고
幽人自賞未輕歸(유인자상미경귀) 풍광(風光)에 취하다 보니 때도 잊는다.
院裡微風日欲煮(원리미풍일욕자) 절 안에 미풍 일고 햇볕 찌는 듯한데
秋香無數撲禪衣(추향무수박선의) 가을 향기 끝없이 옷에 감기네.
5.
悟道頌(오도송) _ 만해 한용운
男兒到處是故鄕 (남아도처시고향) 남아가 가는 곳 그 어디나 고향이건만
幾人長在客愁中 (기인장재객수중) 나그네 시름에 겨운 사람 그 몇 이던가
一聲喝破三千界 (일성갈파삼천계) 한 소리 질러 온 우주를 깨우쳐 밝히니
雪裡桃花片片紅 (설리도화편편홍) 펄펄 날리는 눈 속에 복사꽃이 보인다
6.
환향(還鄕)-휴정 서산대사(休靜 西山大師)
三十年來返故鄕(삼십년래반고향) 삼십 년 만에 고향에 돌아오니
人亡宅廢又村荒(인망댁폐우촌황) 사람은 죽고 집은 무너지고 마을은 황폐하구나
靑山不語春天暮(청산불어춘천모) 청산은 말이 없고 봄날은 저무는데
杜宇一聲來杳茫(두우일성래묘망) 두견새 우는소리 멀리서 들리도다
一行兒女窺窓紙(일행아녀규창지) 아녀자 일행 창틈으로 들여다보고
鶴髮隣翁問姓名(학발인옹문성명) 백발의 이웃 노인이 이름을 물어
乳號方通相泣下(유호방통상읍하) 어릴 때 이름 서로 알아보고 눈물짓네
碧天如海月三更(벽천여해월삼경) 푸른 하늘 바다 같고 달은 삼경이어라
※大師께서 전화(戰火)를 입어 죽고 폐허가 된 고향마을 찾았을 때,
처참한 그 광경에 낙루하며 잠 못 들어 하는 모습의 禪詩.
7.
사부시(四浮詩) / 부설거사(浮雪居士)
妻子眷屬森如竹 (처자권속삼여죽) 처자권속이 대나무 숲처럼 에워싸고
金銀玉帛積似坵 (금은옥백적사구) 금은옥백이 산같이 쌓였을지라도
臨終獨自孤魂逝 (임종독자고혼서) 죽을 땐 홀로 고혼(孤魂)으로 가나니
思量也是虛浮浮 (사량야시허부부) 생각해보니 허망하고 뜬구름 같네.
朝朝役役紅塵路 (조조역역홍진로) 날마다 세상일이 그처럼 바쁘고
爵位纔高已白頭 (작위재고이백두) 벼슬자리 높아졌으나 머리 이미 희어졌네.
閻王不怖佩金魚 (염왕불포패금어) 염라대왕은 금어(金魚) 찬 것을 두려워하지 않나니
思量也是虛浮浮 (사량야시허부부) 생각해보니 허망하고 뜬구름 같네.
錦心繡口風雷舌 (금심수구풍뇌설) 비단 같은 마음에 천둥번개 같은 말
千首詩經萬戶侯 (천수시경만호후) 천 편의 글을 짓고 만호후에 올랐더라도
增長多生人我本 (증장다생인아본) 세월 따라 인아상(人我相)만 늘어나나니
思量也是虛浮浮 (사량야시허부부) 생각해보니 허망하고 뜬구름 같네.
仮使說法如雲雨 (가사설법여운우) 가사 구름과 비처럼 설법을 쏟아내어
感得天花石點頭 (감득천화석점두) 하늘에서 꽃비 내리고 돌들이 고개 끄덕인다 해도
乾慧未能免生死 (간혜미능면생사) 간혜(乾慧)로는 생사를 면하지 못하나니
思量也是虛浮浮 (사량야시허부부) 생각해보니 허망하고 뜬구름 같네.
8.
청정은 진여의 법음 / 설암선사
師愛無喧地 [사애무훤지] 스님은 조용한 곳 사랑해
香峯最上居 [향봉최상거] 향로봉 최상봉에서 살다
眠雲調鶴慣 [면운조학관] 구름에 졸아 학의 버릇 익혔고
友鹿訪人疎 [우록방인소] 사슴이 벗이라 찾는 이 없다
月袍秋霜凜 [월포추상름] 달은 가을 서리 품어 싸늘하고
風襟水鏡虛 [풍금수경허] 바람은 물거울 안아 비었다
何緣投梵席 [하연투범석] 스님 자리에 나아갈 인연은
淸淨話眞如 [청정화진여] 언제 청정히 진여를 말해본다지
9.
미친듯이(偶吟四) 경허 성우(鏡虛 惺牛)(1846~1912)
那山幽寂處 어느 산중이 깊은 적멸궁이냐
寄我枕雲眠 내 그 산에 들어가 구름 벼개삼아 잠자리
如得其中趣 그 가운데 참으로 취흥만 얻는다면
放狂十路前 큰길 앞에 서서 미친 듯 노래 부르리
10.
鏡虛 禪師의 悟道頌과 涅槃頌
忽聞人語無鼻孔 문득 콧구멍이 없다는 말을 듣고
頓覺三千是我家 온 우주가 나 자신임을 깨달았네,
六月鷰巖山下路 유월 달 연암산 아랫 길에
野人無事太平歌 할 일 없는 들사람이 태평가를 부르네.
(鏡虛禪師 悟道頌)
心月孤圓 마음 달이 외로이 둥그니
光呑萬像 빛이 만상을 삼켰네,
光境俱忘 빛과 경계를 함께 잊으니
復是何物 다시 이것이 무슨 물건인고?
(鏡虛禪師 涅槃頌)
11.
한암스님, 碧松深谷坐無言
碧松深谷坐無言 벽송심곡좌무언/ 푸른 솔 깊은 골짜기에 말없이 앉았으니
昨夜三更月滿天 작야삼경월만천/ 어젯밤 삼경 달이 하늘에 가득하다.
百千三昧何須要 백천삼매하수요/ 온갖 삼매 닦은들 어디에 쓰리
渴則煎茶困則眠 갈즉전다곤즉면/ 목마르면 차 마시고 피곤하면 잠자지.
12.
悟道頌오도송 / 元曉원효
靑山綠水眞我面 청산녹수진아면/ 푸른산푸른물이나의참모습인데
明月淸風誰主人 명월청풍수주인/ 밝은달과맑은바람누가그주인인가
莫謂本來無一物 막위본래무일물/ 본래한물건도없다고말하지말라
塵塵刹刹法王身 진진찰찰법왕신/ 온세상티끌조차부처님몸이러니
13.
自誡(자계) - 義天(의천 1055~1101)大覺국사
스스로 경계함
悠悠無定志 정한 뜻도 없이 유유자적하며
不肯惜陰光 시간을 아낄 줄도 모르니
雖曰攻經論 경론을 공부한다고 말은 하지만
寧知目面墻 눈이 담장을 마주하고 있음을 어찌 알리오?
14.
端午日(단오일) - 慧諶(혜심, 1178-1234)眞覺국사
明處明如日(명처명여일) 밝은 곳에선 그 밝기 햇빛 같고
黑處黑如漆(흑처흑여칠) 어두운 곳에선 그 어둡기 칠흑 같네.
無根又無體(무근우무체) 뿌리도 가지도 없건만
有花亦有實(유화역유실) 꽃 피고 열매를 맺네.
15.
獨坐(독좌) - 韓龍雲(한용운)
홀로 앉아
朔風吹斷侵長夜(삭풍취단침장야) 북풍은 불다 멎고 깊어가는 긴 밤을
隔樹鐘聲獨閉門(격수종성독폐문) 숲 건너 종소리에 혼자 문을 닫는다.
靑燈聞雪寒生火(청등문설한생화) 등잔 앞 눈 소리에 추위는 불에서 생기고
紅帖剪梅香在文(홍첩전매향재문) 붉은종이 만드는 매화는 무늬에서 향기난다
三尺新琴伴以鶴(삼척신금반이학) 석 자 거문고에 학으로 벗을 삼고
一間明月與之雲(일간명월여지운) 한칸 밝은 달에 구름을 함께 한다.
偶然思得六朝事(우연사득육조사) 어쩌다 먼 육조의 일 생각히어
慾說轉頭未見君(욕설전두미견군) 말하고자 머리 돌려도 그대는 안 보인다.
16.
除夜歎(제야탄) - 霜月大師(상월대사)
제야의 탄식
古庵今夜禮瞿曇(고암금야예구담) : 암자에서 오늘 밤 부처님께 예불 드리니
百感交時恨弗堪(백감교시한불감) : 만감이 교차하여 회한에 견디기 어렵다.
送舊靑山雲左右(송구청산운좌우) : 옛것을 보내는 푸른산은 좌우에 구름이요
迎新白雲水東南(영신백운수동남) : 새것을 맞는 흰 구름은 동남쪽에 물이네.
空門廣闊何曾入(공문광활하증입) :불도는 광활한데 어찌 일찍 입문하였든가
斯道艱難獨備?(사도간난독비암) :이길은 고생이며 혼자 갖추고 깨우치는 길.
昨日伊摩明日又(작일이마명일우) :어제 연마하고 내일도 또 그렇게 하겠지만
爲僧自愧位登三(위승자괴위등삼) :僧位의 세번째 자리에 오른게 스스로 부끄럽네.
瞿曇 : 釋迦를 이름.
弗堪 : 견디기 어려움.
空門 : 불도(佛道).
艱難 : 괴롭고 고생(苦生)스러움.
自愧 : 스스로 부끄러워함.
摩 : 마가 끼다(摩 : 修道를 방해하거나 교란 하는 객체).
17.
贈許生(증허생) - 사명당
허생(허균)에게
休說人之短與長(휴설인지단여장) : 남의 잘잘못을 말하지 말게나,
非徒無益又招殃(비도무익우초앙) : 이로움 없을 뿐만 아니라 재앙까지 불러 온다네.
若能守口如甁去(약능수구여병거) : 만약 입지키기를 병마개 막듯 한다면,
此是安身第一方(차시안신제일방) : 이것이 바로 몸 편안케 하는 으뜸의 방법이라네.
18.
西來曲(서래곡)-淸虛堂
西來這一曲(서래저일곡) 서쪽에서 온 이 한 곡조
千古沒人知(천고몰인지) 천고에 아는 이 없네
韻出靑霄外(운출청소외) 그 가락 하늘 밖으로 울려나가니
風雲作子期(풍운작자기) 바람과 구름이 이 소리에 화답하네.
沒人知(몰인지) : 無人知(아는 사람이 없다).
靑霄(청소) : 푸른 하늘.
19.
曉色[효색]새벽 빛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滿庭霜曉色凌凌[만정상효색능릉] 뜰에 가득한 새벽 서리 광택은 얼음 능가하고
巖溜無聲疊作氷[암류무성첩작빙] 바위 낙숫물은 소리 없이 얼음을 거듭 만드네.
老鴉附枝迎旭日[노아부지영욱일] 늙은 까마귀 가지에 붙어 돋는 해를 맞이하니
凍雲依石?疏藤[동운의석친소등] 찬 구름에 돌에 의지한 성긴 등나무 나타나네.
閑中詩與棋爲崇[한중시여기위숭] 한가함 속에 시와 더불어 모이면 바둑을 두고
病裏茶兼藥可仍[병리다겸약가잉] 병 중에는 차를 겸하니 이에 가히 치료를하네.
紙帳氈床初睡覺[지장전상초수각] 종이 휘장 담요에서 졸다가 비로소 잠을 깨니
?爐火氣暖騰騰[구로화기난등등] 모닥불 화로 불 기운이 타 오르며 따뜻해지네.
凌凌[능릉] : 으스스 춥다, 얼음이 두껍게 언 모양, 쌀쌀하다.
旭日[욱일] : 아침에 돋는 해.
凍雲[동운] : 눈 모양의 구름, 갸울 하늘의 구름.
閑中[한중] : 한가한 동안.
紙帳[지장] : 종이로 만든 房帳[방장]
梅月堂詩集卷之二[매월당집2권] 詩○卽景[시 즉경] 1583년 간행본 인용
20.
入寂之日(입적지일) - 懶翁和尙(나옹화상)
입적일
生時一陣淸風起(생시일진청풍기) : 날 때는 한 바탕 맑은 바람 일고
滅去證潭月影沈(멸거증담월영침) : 가시매 맑은 못에 달그림자 잠겼다
生滅去來無?碍(생멸거래무괘애) : 나고 죽고 가고 옴에 걸림이 없어
示衆生體有眞心(시중생체유진심) : 중생에게 보인 몸에 참마음 있네
有眞心休埋沒(유진심휴매몰) : 참마음이 있으니 묻어 버리지 말라.
此時蹉過更何尋(차시차과갱하심) : 이 때를 놓치면 또 어디서 찾으리.
一陣(일진) : 한바탕.
休埋沒(휴매몰) : 매몰하지 말라.
蹉過(차과) : 시기를 놓치다.
스승 지공(指空)스님의 입적일에 읊은 시로 알려져 있다.
21.
人生無常(인생무상) - 태고 보우(太古普愚1301~1382)선사
人生命若水泡空(인생명약수포공) : 인생의 목숨이란 물거품이니
八十餘年春夢中(팔십여년춘몽중) : 팔십 평생이 한갓 꿈처럼 지나갔네.
臨終如今放皮?(임종여년방피대) : 가죽주머니를 버리고 돌아가나니
一輪紅日下西峰(일륜홍일하서봉) : 한 덩이 붉은 해가 서산으로 지누나!
22.
臨終偈(임종게)-一禪休翁(일선휴옹;1488~1568)
年逾八十似空化(년유팔십사공화) 속절없이 넘어온 이 여든 해여
往事悠悠亦眼花(왕사유유역안화) 유유히 흐른 지난일 모두가 幻影이네
却未跨門還本國(각미과문환본국) 이문을 나서기 전에 이미고향에 이르렀나니
故園桃李已開花(고원도리이개화) 옛 동산엔 이미 도리화가 피었다네.
逾(유) : 넘다 넘어가다.
跨(과) : 어느 지점을 지나가다.
眼花(안화) : 눈(眼)속의 꽃. 즉, 幻影.
一禪休翁(일선휴옹) 그는 이 임종게를 써 놓고는 그대로 단정히 앉은 채 열반에 들었다.
23.
涅槃頌(열반송)-浮雪居士(부설거사,?-?)
目無所見無分別(목무소견무분별) 보지 않으면 분별이 없고
耳聽無聲絶是非(이청무성절시비) 듣지 않으면 시비가 끊어지네.
分別是非都放下(분별시비도방하) 분별과 시비를 다 버리고
但看心佛自歸依(단간심불자귀의) 내 마음의 부처에게 돌아가리라.
都放下(도방하) : 다 팽개쳐 버리다.
心佛(심불) : 마음의 부처 또는 ‘마음이 곧 부처’.
歸依(귀의) : 몸과 마음을 다 기울이다.
24.
나고 죽는 것은 본래 없으니
원각 상월(圓覺 上月, 1911-1974)
諸佛不出世 (제불불출세) 모든 부처가 세상에 나오지 않았고
亦無有涅槃 (역무유열반) 또한 열반에 들지도 않았네
死生本空寂 (사생본공적) 나고 죽는 것이 본래 없으니
盈虛一月輪 (영허일월륜) 찼다가 빈 것이 한 바퀴 달이로세.
원각 대조사는 대각국사 의천(義天)이 개창한 천태종(天台宗)을 다시금 일으킨 선사다.
스님이 주창한 불교운동은 수복, 생산, 실천, 사회, 구세불교을 구호로 내세우고 불교중흥과 중생 교화로 나아갔다.
25.
상월 원각대조사 법어
실상(實相)은 무상(無相)이고
묘법(妙法)은 무생(無生)이며
연화(蓮華)는 무염(無染)이다
무상(無相)으로 체(體)를 삼고
무생(無生)에 안주(安主)하여
무염(無染)으로 생활(生活)하면
그것이 곧 무상보리(無上菩提)요
무애해탈(無碍解脫)이며
무한생명(無限生命)의 자체구현(自體具現)이다
일심(一心)이 상청정(常淸淨)하면
처처(處處)에 연화개(蓮華開)니라
26.
花雨(화우)꽃비 休靜(서산대사 1520~1604)
白雲前後嶺(백운전후령) 앞뒤 산봉우리엔 흰 구름 떠 있고
明月東西溪(명월동서계) 동서로 흐르는 시내엔 밝은 달 떠있네
僧坐落花雨(승좌낙화우) 스님 앉은 곳에, 꽃 비 떨어지고
客眠山鳥啼(객면산조제) 客이 잠드니, 산새가 운다.
27.
하동 칠불사 회주이신 통광스님의 열반송
生本無生何好生 살아도 본래 삶이 없는데 어찌 삶을 좋아할 것이며
滅本無滅何惡滅 죽어도 본래 죽음이 없는데 어찌 죽음을 싫어할 것인가
生滅好惡寂滅處 나고 죽음과 싫고 좋음이 적멸한 곳에
法身光明遍法界 법신 광명이 법계에 두루하네
28.
나옹선사의 가르침
고려말의 고승 !
속성은 아[牙] 본명은 혜근[惠勤, 慧槿 1320-1376] 호를 나옹[懶翁]이라 함
靑山兮要我以無語[청산혜 요아 이무어] :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네
蒼空兮要我以無垢[창공혜 요아 이무구] : 창공은 나를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聊無愛而無惜兮[료무애이무석혜] : 에오라지 사랑도 벗어놓고 마음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여수여풍이종아] : 물 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生死[생사]
生從何處來[생종하처래] : 태어남은 어디서 왔으며
死向何處去[사향하처거] : 죽음은 어딜 향해 가는가 ?
生也一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 :태어남은 한조각 뜬구름 위에 일어나는 것
死也一片浮雲滅[사야일편부운멸] :죽음은 한조각 뜬구름이 사라짐 같다네
浮雲自體本無實[부운자체본무실] : 뜬 구름 자체는 본디 실체가 없으니
生死去來亦如然[생사거래역여연] : 나고 죽고 가고 옴 또한 그러하니라
獨有一物常獨露[독유일물상독로] : 홀로 한 물건 있어 항상 홀로 들어나
湛然不隨於生死[담연불수어생사] : 편안함에 생사를 따르지 않는다오.....
無門[무문]
眼耳原來自沒從[안이원래자몰종] : 눈과 귀는 원래 자취가 없거늘
個中誰得悟圓通[개중수득오원통] : 누가 그 가운데 원만히 깨우칠 것인가.
空非想處飜身轉[공비상처번신전] : 텅 비어 형상 없는 그곳에 몸을 굴리니
犬吠驢鳴身豁通[견폐려명신할통] :개짓고 나귀 울음이 모두 도를깨침이구나.
孤舟[고주]
永絶群機獨出來[영절군기독출래] : 온갖 일 아주 끊고 나홀로 나와
順風駕起月明歸[순풍가기월명귀] : 순풍에 돛 달고 밝은 달 돌아오네.....
蘆花深處和煙泊[로화심처화연박] : 갈대 꽃 깊은곳의 안개속에 배를 대니
佛祖堂堂覓不知[불조당당멱부지] : 부처와 조사가 엄연하나 찾을 줄 모르더라....
山居[산거]
白雲堆裡屋三間[백운퇴리옥삼간] : 흰 구름 언덕 뒤 오두막 세 칸
坐臥經行得自閑[좌와경행득자한] : 앉고 눕고 나댕기기 그래도 한가하이.
澗水冷冷談般若[간수냉랭담반야] : 산골 물 냉랭하니 반야경을 나누고
淸風和月遍身寒[청풍화월편싱한] : 맑은 바람 달빛에 두루 화해 온 몸이 싸늘하오
大圓[대원]
包塞虛空絶影形[포색허공절영형] : 허공을 꽉 싸 안은 그 모습 뛰어나
能含萬像體常淸[능함만상체상청] :온갖 형상 머금었어도 몸은 항상 맑구나
目前眞景誰能量[목전진경수능량] : 눈 앞의 참 경치를 누가 능히 헤아릴까
雲卷靑天秋月明[운권청천추월명] : 구름 걷힌 푸른하늘에 가을달만 밝아라....
29.
마음의 때를 씻자 – 백암선사
暮暮朝朝不盡期 (모모조조부진기) 저녁 저녁 아침 아침 다함이 없는 시간
年光暗向此間移 (연광암향차간이) 세월은 몰래 이 틈을 타 옮겨가다
囊中縱有長生藥(낭중종유쟁생약) 주머니 속에 장생의 좋은 약이 있다 해도
鏡裏其如兩빈絲(경리기여양빈사) 거울 속에서 두 귀밑머리 가늘어 가는데 어쩌나
世事無窮何了日(세사무궁하요일) 세상 일 끝없으니 어느 날에 마치며
人生有限幾多時(인생유한기다시) 사람살이 한계가 있으니 얼마나 많은 시간인가
急須洗滌諸心垢 (급수세척제심구) 급히 모든 마음의 때 씻어 버리라
惟我彌陀百爾思 (유아미타백이사) 오직 우리 아미타불을 항시 생각하소
30.
오도송(悟道頌)-효봉(曉蜂)스님(1888~1960)
海底燕巢鹿胞卵 (해저연소록포란) 바다 밑 제비둥지엔 사슴이 알을 품고
火中蛛室魚煎茶 (화중주실어전다) 불 속 거미집엔 물고기가 차를 달이네
此家消息誰能識 (차가소식수능식) 이 집안 소식을 뉘라서 능히 알랴만
白雲西飛月東走 (백운서비월동주) 백운은 서쪽으로 달은 동쪽으로 달리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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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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