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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합장하시기 바랍니다. 아미타불. 오늘은 을미년 삼귀의 오계를 수지하는 날입니다. 진정한 불자로 살아가는 첫날인 셈입니다. 때문에 이제부터 여러분의 인생은 ‘불행 끝 행복 시작, 실패 끝 성공 시작’입니다.
대다수 경전이 출가자 중심으로 재가불자 삶의 지침 담겨 있는 ‘우바새계경’ 대단히 중요해 진정한 불자 되는 길 상세 서술
불자의 최우선 덕목은 ‘삼귀의’ 믿음이 지극해야 마음도 굳건 믿음으로 삼귀의 얻어야 완전해
인간 몸 받은 현생에 잘살아야 타인 위한 일·자비행 실천하길
수계법회인 만큼 오늘은 ‘우바새계경(優婆塞戒經)’을 주제로 법문 할까 합니다. 불교에는 팔만사천 법문이라고 하는 많은 경전이 있으나 대부분 출가제자들을 위한 수행 지침서입니다. 때문에 재가불자들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한 구체적인 가르침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요. 반면 이 ‘우바새계경’은 재가불자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말씀이 담겨있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아주 소중한 경전입니다. 인도의 담무참 스님이 4세기 중엽에 중국어로 번역한 뒤 우리나라 고려대장경에 수록돼 전해졌지만, 한국불교에서 흔히 알려진 경전은 아니지요. 그러나 저는 재가불자들의 모든 신앙이 시작되는 근거가 이 경전에 나온다고 확신합니다.
법당에서 절실하게 기도하는 불자들 대부분이 처음에는 수명과 재물, 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불교를 믿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대단히 아쉽겠지요. 그 마음은 끝이 아닌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시작은 기복일지라도 차근차근 불교를 배우고 익히며 한걸음씩 정진해, 보리종성을 잇고 중생들 구제하는 단계로 나아가야합니다. 이 같은 과정들이 ‘우바새계경’에 나옵니다.
아까 모두 삼귀의를 하셨지요? 우바새계경에 따르면 이 삼귀의야말로 불자들에게 제일 중요한 덕목입니다. 세상 잘 살고 못사는 일 또한 불자라면 삼귀의에서 판가름이 납니다. 오늘은 ‘우바새계경’ 오계품에 나오는 부분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세존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사람이 삼귀의를 얻고 어떤 사람이 삼귀의를 얻지 못하나이까?” “선남자여, 원인을 믿고 과보를 믿으며 진리(사성제)를 믿고 도를 얻음이 있음을 믿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사람은 삼귀의를 얻습니다.”
삼귀의. 거룩한 부처님과 가르침, 스님들에게 귀의하는 마음과 자세입니다. 즉 불법승(佛法僧)에 귀의한다고 해서 삼귀의라고 하지요. ‘우바새계경’에는 인과응보를 믿으라고 돼 있습니다. 다음에는 사성제를 공부하라고 합니다. 이를 통해 진리를 얻은 사람이 삼귀의를 얻는다고 합니다. 마음이 지극한 사람은 믿음이 무너질 수 없고, 삼보에 친절하고 좋은 벗의 가르침을 받는 사람은 삼귀의를 얻습니다. 그래서 오계를 받기 전, 여러분들이 반드시 삼귀의를 얻어야 완전한 오계가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오늘 받는 오계가 바로 이 ‘우바새계경’에 나오는 재가불자들이 받는 계입니다.
우바새라고 하는 것은 산스크리트어 ‘우파사카’를 음역한 말로 남성 재가불자를 말합니다. 우바이라고 표현되는 ‘우파시카’는 여성 재가불자이며 각각 한문으로 하면 청신사(淸信士), 청신녀(淸信女)라고 합니다. ‘우바새계경’이 남성 재가불자를 중심으로 대승의 계율을 설명하지만 이 오계는 여성 재가불자에게도 똑같이 해당됩니다. 오계란 팔재계의 다섯 번째까지 계를 말하는 것으로 불살생계(不殺生戒), 불투도계(不偸盜戒), 불사음계(不邪淫戒), 불망어계(不妄語戒), 불음주계(不飮酒戒)입니다.
우리가 삼귀의를 받으면 인생이 근본적으로 달라집니다. 그러나 저 역시도 예전에는 법문을 할때나 불자들을 대할 때 삼귀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적이 없었습니다. 변화의 계기는 우연찮게 찾아왔습니다. 몇해 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스님들과 불자들이 철저히 삼보에 귀의하고 있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를 통해 삼귀의는 그 자체로 가장 기본적이고 실천적인 요소라는 깨달음을 얻었지요.
하루를 살아도 부처님께 의지하고 부처님 말씀에 의지하고 부처님이 설한 인생의 방법에 의지하고 승가에 의지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실천이 따른다면 운명을 바꾸고 인생을 지금 여기서 극락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삼귀의를 계로 삼는 부분은 가장 중요하고 금생뿐만 아니라 세세생생 가장 큰 복을 누릴 수 있는 길입니다.
‘우바새계경’에서 말하는 삼귀의란 바로 이것입니다. 정삼귀품(淨三歸品)에서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의식을 설명한 대목이 있습니다. 귀의하는 목적은 온갖 번뇌에서 해탈하기 위해서이며 그 순서는 부처님, 부처님이 가르치신 법, 승가라고 합니다. 또한 삼보에 귀의하려는 우바이는 번뇌를 없애려는 마음, 선행을 쌓으려는 마음, 계율을 지키려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다녀온 뒤 금생에 정말 부처님께 귀의하고 부처님 가르침에 귀의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말씀하신 승가에 귀의하는 계를 그대로 지키려고 노력하겠다고 발심했습니다. 삼귀의는 셀 수 없이 많은 공덕과보로 인해 한량없는 폐악의 법을 부수는 핵심임을 ‘우바새계경’이 증명합니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악업들을 부술 수 있는 방법이 삼귀의 오계라는 말입니다.
3~4년 전, 어느 노거사님이 제게 이렇게 물어왔습니다. “스님, 제가 금생에 누린 복을 다음 생에도 누릴 수 있습니까.” 제가 “‘지장경’에 보면 있다고 나와 있는데 왜 묻습니까”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노거사님은 “금생에 다섯 가지 복을 다 누리고 살았는데 다음 생에도 그 복덕을 누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다섯 가지 복이란 장수(長壽), 부(富), 강녕(康寧), 선행과 덕, 평안한 죽음을 말합니다. 노거사님은 그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지장경’을 읽으라고 권했습니다.
‘지장경’에는 이렇게 나와 있는 가르침입니다. “살생을 하지 않으면 건강 장수하게 되고, 도둑질을 하지 않으면 부귀영화 재물이 풍부해지고, 사음을 하지 않으면 늘 평화롭게 되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신용이 항상 늘어나 많은 사람들이 믿어주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지혜의 종자가 마르지 않는다.”
이것도 바로 오계입니다. ‘지장경’에 나오는 오계이지요. 오계를 지키는 것은 굉장히 쉬워 보입니다. 이대로 실천만 하면 금생의 복이 다음 생에도 이어진다니 해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습니까. 거창하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불교에 이렇게 정확한 방법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입니까.
이 오계는 삼귀의가 바탕이 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괴로움을 받는 중생의 삶이 끝이 없으니 괴로움 또한 끝이 없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삼귀의입니다. 삼귀의를 하고 나면 그 다음이 오계입니다. 여러분은 복을 받았습니다. 이 법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합니다. 오계를 다 지키지 못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수계는 ‘계를 지키겠습니다’라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입학 허가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학 입학 허가증을 받고 학점을 하나하나 따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 학점 따는 방법도 ‘우바새계경’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첫 번째가 일분행자(一分行者)입니다. 오계 중에 하나를 지킬 수 있는 불자입니다. 여러분들이 잘 지킬 수 있는 계를 찾아 지키면 되는 겁니다. 다음으로 더 많은 계를 지킬 수 있는 불자를 소분행자(少分行者), 다분행자(多分行者)라고 칭합니다. 모든 계를 지킬 수 있다면 ‘찰 만(滿)’ 자를 써서 ‘만행자(滿行者)’라고 합니다. 처음부터 다 지킬 수 없다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말씀입니다. 도반들과 함께하면 어려워도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반이 중요합니다.
제가 처음 절에 갈 때 부모님께서 고기반찬을 해주셨습니다. 안 먹는다고 하니 “건강도 안 좋은데 고기까지 안 먹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셨지요. 하지만 끝내 먹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절에 가려고 하면 육류를 제외한 채식위주 반찬을 해주셨습니다. 부모님이 도반이 되어주신 셈이지요. 원력과 정진, 실천행이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그 다음부터는 주위 환경이 여러분들을 돕습니다. 그때까지 가야 생각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며 환경도 바뀌는 겁니다. 삼귀의 오계를 지켜 자유자재해 질 수 있도록 행동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제대로 발심해서 어떤 환경이 닥치더라도 굳건하게 계를 지켜나가면 나머지는 알아서 바뀝니다.
‘사람 몸 얻기 어렵고 비록 사람의 몸을 얻었으나 모든 근을 갖추기 어렵다.’ 이 말씀은 비록 모든 근을 갖추어도 신심을 얻기가 어려우며 믿음을 내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지장경’에 “지혜가 날카로운 이는 들은 즉 믿어서 받아들인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현재 육근을 청정하게 다 갖추고 신심 깊은 분들이 많아도 ‘들은 즉시 믿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모두 현생에 사람 몸을 받은 까닭에 사람 몸 받기가 무척 쉬운 줄 압니다. 하지만 엄청나게 어려운 경쟁을 이겨내고 인간의 몸을 만났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우주 어딘가에 바늘을 세워놓고 도리천에서 겨자씨를 뿌려서 바늘 끝에 꽂히는 확률만큼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그 확률에 당첨된 셈입니다. 함부로 살아서는 더더욱 안 되는 이유입니다. 당연히 함부로 죽어서도 안 되지요. 그래서 인간의 몸을 받았을 때 최고로 잘 살아야 합니다.
잘 사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삶을 말합니다. 그 다음이 재물과 부귀영화이지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 나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자비심을 내서 실천하는 하루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정리=이장권 충청지사장 dlwkd65@beopbo.com *********************************************************************************************
이 내용은 11월22일 논산 안심정사에서 개최된 을미년 수계법회에서 회주 법안 스님이 설한 법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법안 스님은 논산 안심정사 회주. 1984년 일화 스님을 은사로 공주 원효사에서 출가, 논산 안심정사를 창건해 20년간 약사기도에 매진했다. 고려대 정경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원광대 대학원에서 약사신앙 연구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태고종 11대 중앙종회의원, 총무원 기획부장, 교무부장, 교육부장을 역임했으며 공주교도소 교정위원회 불교분과 위원장, 원광대 및 건양대 사회교육원 강사, 육군탄약지원사령부 및 육군부사관학교 지도법사로 활발한 포교 및 재가불자 양성에 진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