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실/인물초대석

‘제1대 양태장’

淸潭 2014. 12. 18. 11:57
'Netizen Photo News'.
대나무실보다 질긴 제주 여인 생명력으로 엮는 갓 차양
“너무 고달파서 후회도 많이 했어요.” 외할머니 강군일부터 손꼽히는 장인 어머니 고정생 ‘제1대 양태장’ 지정 대나무 장사하다 42살때부터 양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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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갓일 장인 장순자 할머니가 자신이 건립한 갓 전시관에서 양태를 만들고 있다. 갓을 만드는 일은 상상을 뛰어넘는 인내와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양태를 만드는 대나무실을 뽑는 이가 따로 없어 직접 다 해야 한다. <사진:>[장인을 찾아서] 중요무형문화재 갓일 장인 장순자씨

★*… 제주 여인들은 부지런하다. 그들의 손은 섬세하고, 인내심이 많다. 낮에는 해녀로 물질을 하거나 논밭에 나가 일을 했다. 밤에는 갓을 만들었다. 그들이 만드는 갓은 바다를 건너 육지 양반들 머리에 품위를 얹어줬다. 머리에 얹되 쓴 것 같지 않게 가벼웠고, 촘촘하고 정교하게 짜인 차양(양태)은 얼굴에 부드럽고 엷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갓은 점잖음을 의무로 하는 도덕성의 표현이기에 그 의미는 무겁기도 하다. 갓 쓴 이의 인격과 정신을 표현하는 언어이자 기호였다. 흔들리는 호롱 불빛 아래서 무명실처럼 가늘게 뽑은 대나무실(죽사)을 한 치의 빈틈 없이 가로세로로 엮어 차양을 만들어내는 제주 여인들에게 갓은 가족을 먹여 살린 강인한 생명력과 고된 삶의 다른 얼굴이다.

중요무형문화재 4호 갓일 장인 장순자(74)는 42살에 어머니(고정생)에게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 “대 긁어 안내카마씸?”(대를 긁어드릴까요?) 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건조한 말투로 “걸목해보라”(대나무를 대칼로 훑어봐라)고 했다. 너무 힘든 길이기에 차마 딸에게 물려주기 싫었지만, 운명은 모녀를 지긋지긋한 대나무실로 꽁꽁 묶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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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수조교때 어머니 떠나 홀로 수련 “손톱 빠지게 고달파 후회도 했지만…”갓 전시관 열고 딸에게 대물림 4대째 <사진:> 대나무실은 2~3년 된 대나무의 가운데 매듭이 긴 대로 만든다. 대나무 안쪽의 연한 부분을 깎아내고 가마솥에 쪄 말린다. 다시 20시간 정도 물에 담갔다가 양잿물에 삶는다. 대나무 껍질을 분리해 0.1㎝가량으로 잘게 쪼갠 뒤 칼로 긁어 가는 섬유같이 만든다. 이 대나무실을 꼬아 양태를 만들어 묽은 아교풀을 먹여 갓을 완성한다.

★*… 장순자의 외할머니(강군일)는 그 시절 제주 양태의 손꼽히는 명인이었다. 어머니 고정생은 6살 때부터 대나무실로 차양을 만들었다. 고정생은 솜씨가 좋아 주변 사람들은 “너랑 죽거들랑 손이랑 내놔 죽으라”(너 죽더라도 손은 두고 가라)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고정생은 1964년 ‘제1대 양태장’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을 받았다. 그때만 해도 제주에는 150여명의 할망(할머니)들이 양태를 만들어 육지에 내다 팔았다.

또래 소녀들처럼 장순자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귤 농사를 도왔다. 23살부터 10여년간은 육지에서 대나무를 사와 제주의 양태 만드는 할망들에게 공급했다. 그러다 양태 할망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자 뒤늦게 스스로 양태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장순자가 전수교육 조교가 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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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나무실은 2~3년 된 대나무의 가운데 매듭이 긴 대로 만든다. 대나무 안쪽의 연한 부분을 깎아내고 가마솥에 쪄 말린다. 다시 20시간 정도 물에 담갔다가 양잿물에 삶는다. 대나무 껍질을 분리해 0.1㎝가량으로 잘게 쪼갠 뒤 칼로 긁어 가는 섬유같이 만든다. 이 대나무실을 꼬아 양태를 만들어 묽은 아교풀을 먹여 갓을 완성한다.

★*… “3년 동안을 어머니께서 주무셨던 방에서 칼을 갈고 실을 만들며 혼자 수련했어요. 어머니가 작업하시던 모습을 생각하며 방 안에서 계절의 바뀜도 모른 채 작업에만 몰두했어요. 마침내 대나무실이 제대로 나왔어요.”

2000년 7월 장순자는 어머니를 이어 양태 중요무형문화재로 선정됐다. 3대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후계자 기간 한때 포기하려고도 했다. 귤밭에 나가면 하루 일당이 3만원이던 시절에 후계자 격려금 월 5만원을 받았으니 생활도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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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나무실은 2~3년 된 대나무의 가운데 매듭이 긴 대로 만든다. 대나무 안쪽의 연한 부분을 깎아내고 가마솥에 쪄 말린다. 다시 20시간 정도 물에 담갔다가 양잿물에 삶는다. 대나무 껍질을 분리해 0.1㎝가량으로 잘게 쪼갠 뒤 칼로 긁어 가는 섬유같이 만든다. 이 대나무실을 꼬아 양태를 만들어 묽은 아교풀을 먹여 갓을 완성한다.

★*… 그의 손은 거칠 뿐 아니라 손톱도 많이 죽어 있다. 대나무에서 나오는 독이 강하기 때문이다. 2~3년 된 매듭이 긴 대나무를 쪼개 안쪽의 연한 부분을 깎아내고 가마솥에 넣어 5시간쯤 쪄서 말린다. 그리고 20시간 정도 물에 담갔다가, 양잿물에 넣어 또다시 이틀을 가마솥에 삶는다. 이 대나무 껍질을 말려 넓적한 가죽으로 만든 무릎장 위에 놓고, 칼로 긁어 얇은 종이처럼 만든 다음 엄지손톱과 칼을 이용해 0.1㎝ 굵기로 가늘게 쪼갠다. 함석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한올 한올 구멍을 통과시키며 미끈한 실로 가공한다.

정신이 흐트러지면 실은 끊긴다. 고도의 정신 집중이 필요하다. “대나무실을 뽑을 때 한번에 쭉 칼로 밀어야 하지. 도중에 멈추면 마디가 생기고, 울퉁불퉁해져 버리기 때문에 실로 쓰지 못해요. 한꺼번에 쭉 실을 빼내면서, 얇게 하면서, 안 끊어지게, 단단하게.” 그렇게 만든 대나무실을 두 가닥씩 새끼 꼬듯 돌리면서 엮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을 양태판 위에 햇살처럼 펼쳐 놓고, 나선형으로 엮어 나간다. 이 과정이 끝나면 빗대를 사선으로 꽂아 가로세로를 안정시키고 묽은 아교로 풀을 먹여 완성한다. 양태 한 장을 만드는 데 대나무실 500가닥 정도가 들어가고 10개월 가까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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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나무실은 2~3년 된 대나무의 가운데 매듭이 긴 대로 만든다. 대나무 안쪽의 연한 부분을 깎아내고 가마솥에 쪄 말린다. 다시 20시간 정도 물에 담갔다가 양잿물에 삶는다. 대나무 껍질을 분리해 0.1㎝가량으로 잘게 쪼갠 뒤 칼로 긁어 가는 섬유같이 만든다. 이 대나무실을 꼬아 양태를 만들어 묽은 아교풀을 먹여 갓을 완성한다.

★*… 장순자는 2009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전국 유일한 갓 전시관을 열었다. 땅 800평을 기부하고, 국가지원금에 사비를 털어 사람들이 갓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갓 관련 문화재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무형문화재도 모두 모아 전시관을 완성시키고 싶단다. 이제 그의 딸도 대를 이어 대나무실과 씨름하고 있다. 4대가 전통을 이어가는 데 삶을 바치고 있다. 제주/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갓일장이란

말총 갓머리에 달린 햇빛가리개 대나무 껍질 실처럼 뽑아 엮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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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민요 중에 ‘양태가’가 있다. ‘수로로 천리 육로로 천리/ 삼천리를 고중에 드러와서/ 저긔 안저 양대 트는 저 처자야/ 저 산 일흠 무엇이라드냐/ 나도 양태 트러 부모공양 하노라고/ 그 산 일흠 몰낫더니/ 옛적 노인이 일너 전한 말이/ 제주 한라산이라 합듸다.’

★*… 처음엔 갓 전체를 대나무실을 엮어 옻칠을 해서 만들었으나, 머리 부분의 견고함을 유지하기 위해 말총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차양만 계속 대나무실로 만들어 결합했다. 결국 대나무 껍질을 가공해 극세화하는 기교가 발달한 것이다.조선조 제주 부녀자들은 양태 겯기를 주요 부업으로 삼았고 그 작업이 활발해 ‘양태청’이라는 마을 내 공동작업장까지 있었다.

삼양·화북·신촌·와흘 등 한라산을 중심으로 섬 북동쪽에서 활발하게 이뤄졌던 양태 작업은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수십명의 생계를 지탱하는 수단이었지만, 현재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기능보유자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중요무형문화재 제4호인 ‘갓일’(갓 만드는 과정)은 ‘양태일’과 모자집을 만드는 ‘총모자일’, 양태와 총모자를 결합시키는 ‘입자일’로 나뉘어 있다. 이길우 기자
☞ 원본글: 한겨레 신문| Click.● 닷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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