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서건창, 평범해서 더 빛난 성장속도

출처 이데일리 | 정철우 | 입력 2014.11.18 15:06 | 수정 2014.11.18 15:20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넥센 서건창(25)이 2014 한국 프로야구를 빛낸 최고의 선수가 됐다.

서건창은 18일 서울 양재동 더K 호텔에서 열린 2014 한국프로야구 최우수선수/신인상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99중 77를 얻어 MVP에 올랐다. 사상 첫 200안타(최종 201안타)를 달성하며 최다득점(135) 신기록까지 세우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것에 대한 보상이었다.

서건창. 사진=뉴시스

지난 2012년 신인왕에 오른데 이어 2년만에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지금까지 신인이 MVP에 가장 빠르게 이른 선수는 단연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지난 2006년 혜성같이 등장해 18승6패, 2.23의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신인이 MVP까지 차지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를 천재를 넘어 선 '괴물'이라 부르는 이유다.

야구 역사를 수 놓은 천재들도 신인과 MVP의 갭을 빠르게 메웠다.

'가장 빼어난 투수'였던 선동열(당시 해태)은 1985년 입단이 늦었던 탓에 신인왕을 팀 동료 이순철에게 내줬지만 이듬해 MVP에 오르며 최강 투수의 명예를 드높였다.

'야구의 모든 것'으로 불렸던 이종범(당시 해태)도 2년차 MVP의 주인공이다. 1993년 데뷔한 이종범은 신인왕을 양준혁(당시 삼성)에게 내준 아쉬움을 그 해 한국시리즈 MVP로 씻은 뒤, 1994년 역대 최다인 196안타와 3할9푼3리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최우수선수의 자리에 올랐다. 타고난 천재들의 빼어난 능력 앞에 '2년차 징크스' 따위는 무용지물이었다.

'국민 타자' 이승엽(삼성)도 신인에서 MVP까지 가는 시간이 짧았다. 신인 시절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이승엽은 2년간의 적응기를 거친 1997년, 32개의 홈런으로 홈런왕에 오르며 MVP까지 손에 넣었다. 이승엽은 노력의 대명사이기도 하지만 타고난 재주가 없었다면 투수가 타자가 되어 3년만에 최고 자리에 오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서건창은 이런 엄청난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2012년 신인왕이었던 서건창은 3년만에 모든 선수들 중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신인왕이 됐던 시절, 그는 연습생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을 얻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MVP는 달랐다. 서건창은 대한민국 야구사에 없었던, 아니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대기록을 세우며 당당하게 MVP에 올랐다. 천재가 아니었기에 더 빛난 성과였다. 앞서 이름을 올린 선수들 외에도 MVP에 오른 선수들의 이름값은 서건창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부터 이름을 날린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연습생 신화로 남아 있던 장종훈(당시 빙그레.)도 사실 기존 선수들과 다름 없는 출발을 했다. 그는 고교시절 4번 타자 출신이다. 입단이 정식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뿐이었다.

서건창은 달랐다. 고교 1학년 부터 주전으로 활약하기는 했지만 작은 체구와 차고 넘치는 우투좌타 내야수까지, 한 마디로 눈에 띄기 어려운 선수였다. 타고난 재주가 비상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정말 땀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한 차례(LG) 방출되는 설움을 겪었고 군을 다녀온 뒤에도 테스트로 겨우 넥센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하지만 뿌리가 단단할 수록 더 큰 꽃을 피울 수 있는 법. 길었던 무명의 세월을 견딘 서건창은 그 어떤 천재들보다 빠르게 정상에 올랐다. 또한 신인왕이 된 뒤, 더 빠르고 힘차게 성장했다. 자만이나 게으름은 그와 인연이 없는 단어였다.

천재의 성장 속도를 따라 잡은 '평범했던' 야구 선수 서건창. 그의 성공은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다.

정철우 (butyou@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