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법어에 앞서 주장자를 들고 있다.

불기2557(2013)년 동안거 결제일을 이틀 앞둔 오늘(11월15일) 조계종 진제 종정예하가 결제법어를 내리고 납자들의 정진을 당부했다.

종정예하는 “금생에 이 마음을 밝히지 못하면 어느 생에 견성법을 만나리오. 정법의 인연을 간절하게 세운 자만이 이 견성법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니, 각자 화두를 성성하게 챙겨 일념이 지속되게끔 혼신의 노력을 다할지어다”고 당부했다.

올해 동안거는 17일부터 3개월간 진행된다. 전국 100여개 선원에서 2100여 명의 스님들이 방부를 들이고 정진한다. 일반 사찰에서도 동안거 기간 동안 스님과 신도들이 참선수행을 한다.

   
환한 표정으로 결제법문을 하고 있는 진제종정예하.

계사년 동안거 결제 종정법어

大韓佛敎曹溪宗 宗正 眞際

[ 上堂하시어 拄杖子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시고, ]

金風括地山野瘦<금풍괄지산야수>요
月落潭空水底靜<월락담공수저정>이라.
玉轉機轉笑呵呵<옥전기전소가가>요
直下相逢不相識<직하상봉불상식>이로다.

금풍이 땅을 쓸어버리니 산과 들이 야윔이요.
달이 못에 떨어지니 물 밑은 고요함이라.
옥을 굴리고 기틀을 굴리니 ‘하하!’라고 웃는지라.
직하에 서로 만나니 서로 알지 못함이로다.

금일은 계사년 동안거 결제일이라. 구십 일간 정진과 독경과 계율의 三學(삼학)을 잘 연마하여 人天(인천)의 지도자가 되게끔 노력할지어다.

금생에 이 마음을 밝히지 못하면 어느 생에 見性法(견성법)을 만나리오. 과거생으로부터 부처님 전에 正法(정법)의 인연을 간절하게 세운 자만이 이 견성법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니, 각자 화두를 성성하게 챙겨 일념이 지속되게끔 혼신의 노력을 다할지어다.
그래서 크게 죽었다가 크게 살아나는 경지를 얻어야사 大丈夫(대장부)의 활개를 치게 됨이니, 모든 수행자들이 화두를 들고 의심하고 의심하여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분별심이 재[灰]가 되어서, 아무리 불을 갖다 대어도 탈 것이 없는 경지에 이르러야 됨이로다. 그러면 가도 가는 줄을 모르고 밥을 먹어도 먹는 줄을 모르는 경지에 도달하는데, 여기에서 홀연히 형상을 보고 소리를 들을 때 마음이 활짝 열리게 됨이로다. 공부인이 이러한 경지를 얻지 못할 것 같으면 부처님의 참 진리와는 십만 팔천 리 밖에서 헤매이게 됨이니, 석 달 안거 동안에 생사를 떼어놓고 부단히 참구할지어다.

昔日(석일)에 麻谷(마곡)선사가 章敬(장경)선사를 방문하니 장경선사께서 禪床(선상)에서 좌선중이셨다. 마곡선사가 좌선상을 세 바퀴 돌고 주장자를 들어 땅에 탁 내리쳐꽂고 서 보이니, 장경선사께서
“옳고, 옳다!” 하시었다.
즉시에 南泉(남전)선사 처소로 가 종전과 같이 남전선사의 좌선상을 세 번을 돌고 주장자를 들어 탁 땅에 내리쳐꽂고 서 보이니, 남전선사께서는
“옳지 못하고, 옳지 못하다!” 하시었다.
이에 마곡선사가
“장경선사는 옳고 옳타 하시거늘, 和尙(화상)은 어째서 옳지 못하다 하십니까?” 하고 물으니, 남전선사께서 이르시기를
“장경은 옳음이나, 너는 옳지 못함이니라. 바람의 힘으로 구으른 바는 마침내 무너짐을 이룸이로다.” 하시었다.
그러니 마곡선사가 문득 가버렸다.

모든 대중은 세 분 선사의 문답처를 아시겠습니까?

산승이 이 세 분 선사님들의 擧楊處(거량처)를 일일이 점검하겠노라.

마곡선사가 장경선사께서 앉아계시는 선상을 세 바퀴 돌고 서서 주장자를 들어 땅에 탁 내리쳐꽂고 서 보임에 장경선사께서 ‘옳고, 옳다!’하셨는데,

산승은,
다시 장경선사의 좌선상을 한 번 돌고 나오리라.

남전선사의 坐禪床(좌선상)을 마곡선사가 세 번 돌고 서서 주장자를 들어 땅에 탁 내리쳐꽂고 서 보이니, 남전선사께서는 ‘옳지 못하고 옳지 못하다.’하시었다. 이에 마곡선사가 ‘장경선사는 옳다 하였는데, 화상은 어째서 옳지 못하다 하십니까?’ 하니, 남전선사께서 ‘장경은 옳거니와 마곡은 옳지 못하다. 바람의 힘으로 구으른 바는 마침내 무너짐을 이루느니라.’ 이렇게 이르시면,
산승은,
역시 좌선상을 한 번 돌고 가리라.

그러면 畢竟(필경)에 末后一句(말후일구)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淸風來未休<불불청풍래미휴>요.
山前松竹依然在<산전송죽의연재>로다.

불고 부는 맑은 바람은 쉼이 없음이요,
산 앞에 송죽들은 의연히 있음이로다.
[ 拄杖子로 法床을 한 번 치고 下座하시다. ]

   
종정예하와 동화사 주지 성문스님 등이 결제법회에 참석했다.

 

   
통일기원대전을 가득 메운 스님들.

 

   
통일기원대전에서 열린 동안거 결제법회에서 조계종 진제 종정예하가 법문을 하고 있다.

 

   
법문을 듣고 있는 대중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