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예찬
절정에 이른 가을날의 빛깔이 온 세상에 형형색색의 보석을
뿌려 놓은 듯 아름답다.
어디 그 뿐이랴,
음력 10월 상달의 가을 달빛은 유난히 맑고 푸르다.
시리디 시린 달빛 유혹에 산사(山寺)의 범종 소리는
자꾸만 하늘로 오르는데,
어찌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 좋은 계절에
독서(讀書)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리.
청나라의 장조(張潮)는 저서 「유몽영(幽夢影)」에서,
‘젊은 시절의 독서는 틈 사이로 달을 엿보는 것과 같고,
중년의 독서는 뜰 가운데에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며,
노년의 독서는 누각 위에서 달을 구경하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여기서 ‘독서’는
단순히 ‘책을 읽는다’는 뜻을 넘어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젊은 시절에는 창조성을 갖춰 진취적이어야 하고,
중년에는 크고 원만하게 뜻을 펴야 할 것이며,
노년에 들어서는 삶을 즐기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세상의 이치는 고정불변은 없는 법이니,
구름이 아름다운 것은 머무르지 않아서이고 달이 아름다운 것은 차고 이지러지기 때문이다.
욕심을 버리고 주어진 환경과 변화에 적응하는 지혜를 갖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을 살아갈수록 달[月]의 유연함을 가슴에 담아야 한다.
하늘에 뜬 달을 보며 가족에 대한 사랑을 새기고,
산봉우리에 걸친 달을 보며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한들 어떠리.
물속에 잠긴 달을 만나거든 외로움의 눈물을 실컷 흘려도 좋고,
때로는 희로애락을 안주 삼아 술잔에 달을 띄워 마셔도 보자.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끼리 의리를 지키며 마음속에 품은 달은 태양보다 찬란할 것이다.
문득 달이 없다면 인간의 수명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란 말이 새삼 떠오른다.
사람에게 마음의 약이 되니 가을 달은 보약이 틀림없다.
가을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이렇듯 마음속까지 살찌우는 풍요의 계절이기에,
우리의 삶도 가을의 달빛처럼, 단풍처럼 아름답게 가꾸면 어떨까 싶다.
이 가을날 우리는 어떤 빛깔로 물들고 있는지 한번쯤 자신을 되돌아보자.
또 주변에 나보다 덜 곱게 물들어가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도 보자.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남에게는 각박한 것이 세상사 인심이라지만,
‘복은 받는 것이 아니고 짓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많고 많은 복 중에서 제일 크고 좋은 복이 행복이다.
또한 가장 쉽게 성취할 수 있는 복도 행복인 것이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잘 알아야 한다.
세상을 어렵게 살면 한없이 어렵고,
한 생각 돌이키면 그 어려움은 반감된다.
주변 사람과 고락을 함께 나누고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하면,
그것이 곧 나에게는 행복의 씨앗이 된다.
결실의 가을날,
다시 옷깃을 여미고 겨울을 준비하면 봄날은 또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행여 인생의 가을을 쓸쓸하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알베르 카뮈의 단문을 일러주지 않을 수 없다.
‘단풍이 꽃이라면 가을은 두 번째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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