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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의 통찰력이 나오는 원천은?

淸潭 2013. 4. 17. 13:32

 

이건희 삼성 회장의 통찰력이 나오는 원천은?

  • 조선닷컴

     

  • 입력 : 2013.04.17 10:57 | 수정 : 2013.04.17 11:1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조선일보DB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조선일보DB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보고(報告)를 받을 때 적어도 다섯번 ‘왜’냐고 물어봅니다. 그래서 다섯 수(手) 이상을 내다보는 것이지요. 이 회장의 통찰력은 이런 토론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생각과 토론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이지요. 이건희 회장은 토론할 때 1인용 소파보다 3인용 소파에 앉습니다. 관계자들을 두루 보며 토론을 즐기는 것이죠. 토론은 보통 새벽 2~3시까지 이어집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1967년 삼성에 입사한 손욱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40여년 간 삼성에서 몸담으며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을 지척에서 수행한 ‘정통 삼성맨’. 그는 16일 조선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리더의 위기의식과 처절한 반성, 그리고 혁신이 오늘날 세계 최고 삼성을 만들었다”며 “오늘의 글로벌 삼성의 출발점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전자(電子) 상가 바닥에 방치된 삼성 제품을 보고 ‘이대로 가면 삼성은 망한다’는 위기를 느꼈습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관계사 임원 200여명을 프랑크푸르트에 집합시켰습니다. 이들은 68일간 유럽과 일본에서 세계 1등 제품을 직접 경험했다고 밤마다 뼈저린 ‘반성의 시간’을 가졌지요. 프랑크푸르트 호텔 지배인이 “당신들 무슨 종교집단이냐”고 물은 적도 있었습니다.“

    손 교수는 ”당시 이건희 회장은 임원 200여명을 모아놓고 68일 동안 매일 회의를 열었습니다. 대통령이 나라를 바꿔보겠다면 각 부처 장관 모두 모아서 열흘 동안 치열하게 토론해봐야 해요. 장관 없다고 부처 일이 안 돌아가는 것 아니에요. 오히려 더 잘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해 6월 7일 이건희 회장이 내린 결론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라”였다.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이다. 당시 이 회장의 수행팀장이었던 손욱 교수는 50대 초반의 나이에 30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고 혁신을 강조했던 이건희 회장을 생생히 기억했다.

    손 교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新)경영’을 선언하며 삼성을 혁신시킨 것처럼 리더가 구성원에 창의적인 역량을 발휘하도록 한다면 그 조직이 기업이든 나라든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욱 교수는 10년간 매년 500억원의 적자를 내던 삼성전관(지금 삼성SDI)을 1년 만에 흑자 전환하며 ‘최고의 테크노 CEO’, ‘한국의 잭 웰치’라는 별명도 얻었다. 삼성종합기술원장과 삼성인력개발원장을 지냈고, 2008년에는 농심에 영입돼 2년간 대표이사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삼성은 올 6월 프랑크푸르트 선언 20년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