泥田鬪狗(이전투구)
이전투구의 고사는 태조 이성계와 조선건국공신인 정도전 사이에 있었던 일입니다. 조선태조는 즉위초에 정도전에게 팔도 사람을 평하라고 한 일이 있습니다. 이에 정도전은 '경기도는 鏡中美人(경중미인), 충청도는 淸風明月(청풍명월), 전라도는 風前細柳(풍전세류), 경상도는 松竹大節(송죽대절), 강원도는 岩下老佛(암하노불), 황해도는 春波投石(춘파투석), 평안도는 山林猛虎(산림맹호)'라고 평하였습니다.
말인즉슨, 경기도는 거울에 비친 미인과 같고, 충청도는 맑은 바람 속의 밝은 달과 같으며, 전라도는 바람 앞의 가는 버들과 같으며, 경상도는 송죽과 같은 절개를 가졌고, 강원도는 바위 아래의 늙은 부처님과 같고, 황해도는 봄 물결에 돌을 던지는 듯하고, 평안도는 숲속의 사나운 호랑이와 같다는 뜻으로 비교적 좋은 평들을 한 것 같으나 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속뜻이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어찌됐든 이상하게도 정도전은 태조의 출신지인 함경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입을 닫았답니다. 태조는 아무 말이라도 괜찮으니 어서 말해보라고 재촉했겠지요.이에 정도전은 '함경도는 泥田鬪狗(이전투구)'라고 말했다네요.
태조는 이 말을 듣고 이내 낯이 벌개졌는데, 눈치빠른 정도전이 이어 말하길 "그러하오나 함경도는 또한 石田耕牛(석전경우)올시다"라 했답니다.
함경도 사람은 진창에 뒤엉켜 싸우는 개와 같은 면도 있지만, 또한 자갈밭을 가는 소처럼 강인한 면도 있다는 것이지요. 이성계는 설명을 마저 듣고서야 안색을 바로 했다고 하는군요.
글쎄요... 태조는 그 설명으로 자신의 체면을 세웠다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정도전의 말장난에 놀아난 게 아닌가 싶네요.
아무튼 이 말은 그 이후로 주로 '볼썽사납게 서로 헐뜯거나 다투는 모양'을 비유하는 데 쓰이지요. 진창에 뒤엉켜 싸우는 개는 싸우면 싸울수록 서로의 몰골이 심하게 더러워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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