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2.13 03:16
[설립자 등 4명 보석에 교수들 법원 항의 방문… 학생들 성명]
법조계도 "납득 어렵다" -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중범죄
이미
2차례 처벌받은 전력, 경리직원 입막음 시도한 적도
고질적 鄕判폐해? - 재판장과 같은 법원서 근무한 담당 변호사 "문제될 행동
안해"
재판장과 연수원 동기인 사위 "영향력 행사한 사실 없어"
'서남대 정상화추진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5명 등은 12일 오후 보석 취소를 요구하며 순천지원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보석 허가는 사학비리의 대부(代父)를 감싸는 행위다. 이홍하씨의 사학비리 때문에 서남대가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혀 퇴출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남의대생들로 구성된 '피해자 비상대책위'와 광주·전남지역 단체들도 성명을 내고 "보석 허가는 공정하게 적용해야 할 정의를 법원이 스스로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순천지원 형사1부(재판장 최영남)에 보석 취소를 요구하는 이의신청을 냈다. 검찰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상급 법원인 광주고법에 항고도 제기할 계획이다.
◇47억 횡령도 보석 불허됐는데…
법조계에선 이번 보석 결정에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석은 재판부가 판단해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해줄 수 있지만, 이씨의 경우는 법적으로 '예외사유'에 가깝다. 형사소송법은 보석의 예외사유로 ①10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②누범이거나 상습범 ③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있을 때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씨는 여기에 다 해당된다. ①이씨의 1000억원대 교비 횡령 혐의는 법정형이 무기징역까지 선고 가능한 중범죄이고 ②이씨는 이미 두 차례나 사학비리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으며 ③검찰에 따르면 이씨 등이 대학 경리직원에게 수백만원을 주면서 '입막음'을 시도한 일도 있었다는 것이다.
사학비리 혐의로 기소된 다른 사람들과도 형평이 맞지 않는다. 서울중앙지법은 작년 5월 교비 47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정화예술대 한모(60) 총장의 보석을 기각했고,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도 2010년 교비 6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성종(47) 전 민주당 의원의 보석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씨는 '심장 시술' 때문에 풀어줬다고 쳐도, 대학 총장 등 나머지 사람들은 왜 풀어줬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아무리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라지만 나가서 입을 맞추라는 얘기밖에 더 되느냐"고 말했다.
순천지원은 이씨에 대해선 "(이씨가) 죄를 지었지만 치료를 받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고, 나머지 3명을 석방해 준 이유는 따로 밝히지 않고 있다.
◇'향판' 폐해인가
전남 지역 법조계에선 이번 사건이 고질적인 '향판(鄕判·한 지역에서 줄곧 근무하는 판사) 문제'와 연관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이씨를 보석으로 석방한 재판장은 광주·전남지역에서 주로 근무한 향판으로, 이홍하씨의 큰사위(서울지역 판사)와 사법연수원 동기(25기)다. 이씨를 변호한 C 변호사도 광주·전남 향판 출신 변호사로, 재판장과 같은 법원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작년 5월 10일 구속기소됐다가 보름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장만채 전남교육감의 변호인도 C 변호사였다.
이에 대해 C 변호사는 "이씨의 큰사위가 고교 후배여서 사건을 맡게 됐을 뿐 문제가 될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의 사위도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