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스님을 처음 본 건 2008년 9월이다. 서울 프레스센터의 언론중재위원회 회의실이었다. 그해 2월 중앙일보 E1면에 게재된 ‘지표보다 현장 챙겨라’ 기사의 일부가 잘못됐다며 그는 정정보도를 신청했다.
기사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형 국책사업을 벌일 때는 객관적인 사업 평가와 투명한 정책 결정으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게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도롱뇽 논란으로 공사가 한때 중단됐던 천성산 터널 사례를 들었다. 기사에서는 지율 스님의 단식 등으로 공사가 멈춘 기간이 10개월이라고 했다. 그는 이걸 문제 삼았다.
중재위원들 앞에 앉은 그는 자그마했다. 자신의 논리를 내세우는 목소리도 나지막했다. 확인 결과 공사가 중단된 기간은 6개월이었다. 중앙일보는 정정보도를 했다. 지율 스님은 이날 한 가지 사실(fact)이 틀린 것을 끄집어내는 데엔 성공했다. 하지만 상당히 부담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자신의 단식 때문에 공사가 장기간 중단돼 시공업체들이 큰 손실을 보았다는 지적에 민감했다. 그는 다른 몇몇 신문에도 공사 중단 기간과 이로 인한 손실 규모를 틀리게 보도했다는 이유로 정정보도를 요청하거나 소송을 냈다. 그가 대부분 이겼다.
그로부터 2년6개월이 흘렀다. 2011년 봄에 천성산 늪지에는 도롱뇽 알이 천지로 널려 있는 게 확인됐다. 천성산 원효터널이 완공돼 KTX 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이 개통된 건 지난해 11월이다. 개통 이후 처음 맞은 봄에는 생명의 기운이 넘쳤다. KTX가 천성산 늪지에서 300~560m 밑의 터널을 하루 48~57차례 다녀도 자연의 질서는 깨지지 않았다.
생명의 전령이 넘실대는 천성산의 봄을 소개한 건 지율 스님을 모욕 주고 사과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의 고집 때문에 공사가 멈추면서 시공업체가 본 손실 145억원을 보상하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환경을 파괴하는 걸 바라는 사람은 없다. 깨끗한 자연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건 지구촌 사람들의 공통 소망이다. 그렇다고 ‘지구를 살리자’에 집착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외곬으로만 나가는 건 해법이 아니다. 도롱뇽을 죽이자고 나설 사람이 있겠는가. 생명을 존중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정신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게 근본주의로 흘러서는 안 된다.
환경의 적은 개발 지상주의만이 아니다. 환경근본주의도 걸림돌이 된다. 환경단체 한 관계자의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도롱뇽 보존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고속철도 반대 운동이 선정적으로 흘렀다.”
천성산 사태는 여러 교훈을 주었다. 환경영향평가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게 하나다. 더 귀중한 것은 선동과 억지의 환경운동은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결국 국민이 등을 돌린다는 교훈이다. ‘천성산 도롱뇽을 살리자’는 구호는 착하기는 했지만 도롱뇽에게도, 인간에게도 도움이 안 되고 갈등과 낭비만 유발했다.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환경·생명운동이 지구도 살리고, 생명도 살리는 길이란 걸 지율 스님은 몰랐다.
김종윤 내셔널 데스크(중앙일보)
기사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형 국책사업을 벌일 때는 객관적인 사업 평가와 투명한 정책 결정으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게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도롱뇽 논란으로 공사가 한때 중단됐던 천성산 터널 사례를 들었다. 기사에서는 지율 스님의 단식 등으로 공사가 멈춘 기간이 10개월이라고 했다. 그는 이걸 문제 삼았다.
중재위원들 앞에 앉은 그는 자그마했다. 자신의 논리를 내세우는 목소리도 나지막했다. 확인 결과 공사가 중단된 기간은 6개월이었다. 중앙일보는 정정보도를 했다. 지율 스님은 이날 한 가지 사실(fact)이 틀린 것을 끄집어내는 데엔 성공했다. 하지만 상당히 부담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자신의 단식 때문에 공사가 장기간 중단돼 시공업체들이 큰 손실을 보았다는 지적에 민감했다. 그는 다른 몇몇 신문에도 공사 중단 기간과 이로 인한 손실 규모를 틀리게 보도했다는 이유로 정정보도를 요청하거나 소송을 냈다. 그가 대부분 이겼다.
그로부터 2년6개월이 흘렀다. 2011년 봄에 천성산 늪지에는 도롱뇽 알이 천지로 널려 있는 게 확인됐다. 천성산 원효터널이 완공돼 KTX 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이 개통된 건 지난해 11월이다. 개통 이후 처음 맞은 봄에는 생명의 기운이 넘쳤다. KTX가 천성산 늪지에서 300~560m 밑의 터널을 하루 48~57차례 다녀도 자연의 질서는 깨지지 않았다.
생명의 전령이 넘실대는 천성산의 봄을 소개한 건 지율 스님을 모욕 주고 사과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의 고집 때문에 공사가 멈추면서 시공업체가 본 손실 145억원을 보상하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환경을 파괴하는 걸 바라는 사람은 없다. 깨끗한 자연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건 지구촌 사람들의 공통 소망이다. 그렇다고 ‘지구를 살리자’에 집착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외곬으로만 나가는 건 해법이 아니다. 도롱뇽을 죽이자고 나설 사람이 있겠는가. 생명을 존중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정신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게 근본주의로 흘러서는 안 된다.
환경의 적은 개발 지상주의만이 아니다. 환경근본주의도 걸림돌이 된다. 환경단체 한 관계자의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도롱뇽 보존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고속철도 반대 운동이 선정적으로 흘렀다.”
천성산 사태는 여러 교훈을 주었다. 환경영향평가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게 하나다. 더 귀중한 것은 선동과 억지의 환경운동은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결국 국민이 등을 돌린다는 교훈이다. ‘천성산 도롱뇽을 살리자’는 구호는 착하기는 했지만 도롱뇽에게도, 인간에게도 도움이 안 되고 갈등과 낭비만 유발했다.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환경·생명운동이 지구도 살리고, 생명도 살리는 길이란 걸 지율 스님은 몰랐다.
김종윤 내셔널 데스크(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