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발부… 보석금 몰수
"이○○ 피고인, 이○○ 피고인, 안 왔습니까?"
3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8호 법정. 판결을 선고하려던 형사26부 재판장 배광국 부장판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선고를 받을 피고인이 아무런 연락 없이 법정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고인은 서울 강남 등에서 유흥업소 13곳을 운영하며 미성년자에게 성매매를 시키고 세금 수십억원을 탈루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39)씨였다. '강남 유흥가의 제왕'으로 불리던 그는 구속된 지 두 달여 만인 지난 9월 보석(保釋)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이씨와 함께 기소된 '바지사장' 박모(38)씨가 "(이씨가) 선고 연기를 신청했으니 나만 선고를 받으러 가면 된다고 했다"고 말하자 재판장은 "연기 신청을 받아들인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재판부는 20여분 휴정(休廷)하고 나서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이씨의 보석을 취소하고 보석 보증금 1억5000만원을 몰수하며 이씨를 출국금지 조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재판부는 이씨가 보석으로 풀려난 상황을 이용해 도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보석이 취소되면서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서울경찰청은 이씨 체포에 나섰다. 이씨는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태다.
이씨 변호인 윤모(46) 변호사는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이씨로부터 사전에 들은 바 없어 당혹스럽다"면서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겠다는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받았는데 세금 마련이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석(保釋)
법원이 보증금을 내게하고 구속 피고인을 석방하는 제도다. 보석 중 피고인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을 경우,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원은 보석을 취소하고 보증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몰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