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극 '아침 드라마'
신혼 초부터 아내와 갈등을 빚다 초등학교 동창생과 눈이 맞아 바람까지 피운 40대 의사가 이혼소송을 냈다.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A씨(43)가 아내 B씨(40)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인 원심을 파기,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가 레지던트 시절이던 1997년 선배의 소개로 만나 이듬해 결혼한 A씨와 B씨. 두 사람 간 불화의 단초는 다름 아닌 B씨의 학력과 생활방식의 차이였다. 미국 맨하탄 음대를 졸업한 줄로만 알았던 B씨가 이 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계가 불편해졌고, 이후 A씨는 B씨에게 '게으르다'는 등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갈등이 계속되던 2002년 4월 A씨는 초등학교 동창생인 C씨와 부정한 관계를 맺기에 이르렀다. 아내와 자신의 어머니에게 들켜 '혼쭐'이 났지만, 불륜 행각은 멈추지 않았다.
특히 이듬해 8월 A씨는 지방 병원으로 이직, 사실상의 별거생활에 돌입했다. 그리고 그 기간에도 C씨와의 관계는 계속됐고, B씨에게는 이혼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수차례 보냈다.
그러는 동안 두 사람의 불화는 A씨가 근무하는 병원 직원들에게도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끝내 B씨가 이혼을 거부하자 A씨는 송사를 벌이기에 이르렀다.
이에 1심은 "가정 파탄의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혼청구권이 없다"고 판단했으나, 2심은 "두 사람의 혼인관계는 사실상 실질적으로 파탄돼 재결합의 가능성이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대법원은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이유로 들어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옳았다고 판결했다.
이어 "상대방도 혼인을 계속할 생각이 없으면서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것"이라며 범위를 명확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