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장 전길자-이공주복 교수
여성 과학기술인의 재취업을 돕는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T)가 개설된 지 2년 8개월이 지났다. 초대 센터장 전길자 교수(왼쪽)와 후임 센터장으로 선임된 이공주복 교수는 “여성이 능력을 발휘하는 데 결혼이나 출산, 육아가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미옥 기자 |
우리나라 여성의 연령별 경제활동 참가율은 전반적으로 M자형 곡선을 그린다.
졸업 직후 상승했다가 출산·육아기인 20대 후반∼30대에 많은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급격히 하락한다. 이들은 자녀가 어느 정도 자란 40대가 돼서야 직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이공계 대졸 여성의 경우 출산·육아기 이후 경제활동에 복귀하는 비율이 인문계에 비해 크게 낮아 L자형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길자 교수 | |
△1976년 이화여대 화학과 졸업 △1982년 이화여대 화학과 박사 학위 취득 △1982∼1984년 미국 템플대 박사후연구원 △1985∼ 이화여대 화학과 교수 △2001∼2003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2002∼2004년 이화여대 기초과학연구소장 △2004년∼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장 △2006년∼ 과학기술부 기초과학연구진흥협의회 위원 | |
이공주복 교수 | |
△1981년 이화여대 물리학과 졸업 △1989년 미국 템플대 물리학과 박사 학위 취득 △1989∼1990년 템플대 물리학과 박사후연구원 △1990∼1992년 서울대 이론물리학연구센터 박사후연구원 △1992년∼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 △2004년∼ 국가지정물리학정보센터 부소장 △2006년∼ 이화여대 교수협의회장 △2007년∼ 고등과학원 방문교수 |
과학기술부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여성 과학기술인의 재취업과 경력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2004년 12월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T)를 개설했다.
이달 말로 임기를 마치는 초대 센터장 이화여대 전길자(54·화학과) 교수와 9월 센터장에 부임하는 이화여대 이공주복(49·물리학과) 교수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WIST 회의실에서 만났다.
―WIST가 설립된 지 2년 8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실적을 평가하신다면….
▽전길자 교수= 결혼이나 출산,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이공계 출신 고학력 여성에게 재취업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학지식뿐 아니라 이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법까지 교육하죠. 수료생의 85% 이상이 과학관, 과학문화재단, 동사무소 등에서 유아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과학교실 강사로 취업했습니다.
금융공학과 과학기술경영 교육프로그램도 개설했습니다. 금융이나 경영 분야로 진로를 전환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죠. WIST를 거쳐 간 여성 과학기술인은 2005년 414명, 2006년 1041명에 이어 올해는 1300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공주복 교수= 잘못 가르치는 과학은 안 가르치는 것만 못합니다. 과학 원리를 처음에 잘못 배우면 고치기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생활과학교실에 우수한 강사가 많아야 해요. 경력이 단절된 석박사급 여성 과학기술인이 제격입니다.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해본 덕분에 일상생활에서 소재를 발굴해 과학으로 풀어내는 살아있는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과학계에 여성인력 비율은 얼마나 됩니까.
▽전=센터 설립 직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연구인력 중 여성이 11.3%였어요. 정부에서 발표한 수치는 12.9%였죠. 대학원생이나 비정규직이 포함됐을 겁니다.
또 공공연구기관 조사 결과 직급이 올라가면서 여성 비율이 현저히 낮아졌어요. 이 조사를 바탕으로 지난해 공공연구기관에서 여성을 직급별로 일정 비율 이상 승진시키는 승진목표제가 도입됐습니다.
▽이=직장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데 출산, 육아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됩니다. 결혼한 여성이 바깥일을 하면 가정에서 알게 모르게 압력을 받는 게 현실이에요. 전 교수와 이 교수는 각각 천연물화학과 생물물리학을 연구한다. 스스로가 과학자이자 엄마, 아내로 살아왔다. 개인적으로 출산·육아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졌다.
▽이=결혼하고 유학을 갔어요. 실험물리를 전공하려고 했는데 결혼과 육아 문제를 감안해 아예 전공을 이론물리로 바꿨죠. 실험이 많으면 연구실에서 밤새우는 일이 허다했으니까요. 한국에 와선 학교일과 집안일을 경중을 가리면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매번 반복됐습니다. 솔직히 제자들에게 결혼하면서 공부 계속하라고 말하기가 미안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주변에서 이해하고 도와주지 않았으면 저도 도태됐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사회활동 하는 여성이 늘어난 데다 선뜻 아이를 키워주겠다는 부모도 많지 않다고 하니까요. 정부에서 여성이 마음 놓고 일할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WIST가 정부에 ‘사이언스 탁아방’을 제안했다던데요.
▽전=은퇴한 여성 과학기술인이 어린아이들을 돌볼 공간을 마련해 주자는 거죠. 이걸 들은 어떤 여성 과학자는 “내가 퇴직하면 내 집을 내놓겠다”고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어요. ―WIST의 중점 추진 과제를 말씀해 주십시오.
▽이=호기심이 많은 초등학생 때가 과학교육에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초등학교에는 과학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사가 부족해요. WIST에서 교육받은 여성들을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의 과학강사로 진출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전=영국이나 핀란드, 캐나다 등 서구의 여성정책 관련 세미나에 참가했을 때 남성 과학기술인이 많이 참여하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랐어요. 한국에서는 거의 여성만 오거든요. 여성 관련 정책에 남성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도 우리 센터의 과제 중 하나입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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