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성장 조절물질

‘찾았다’ 신체 성장 조절물질

 

서울대 김빛내리 교수팀
“당뇨 등 다양한 질병 진단·치료에 활용 가능”

	성장을 조절하는 마이크로RNA가 없는 초파리(오른쪽)는 야생 초파리에 비해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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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김빛내리 교수 팀이 신체 성장의 비밀을 유전자 수준에서 밝혀낸 것은 생명공학계의 쾌거다. 그동안 풀지 못한 난제였다. 연구팀은 마이크로RNA가 어떤 유전자를 조절해 인체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의 생성을 조절하는지 그 순환 사이클을 밝혀냈다. 초파리는 수백 개, 사람은 700개의 마이크로RNA를 지녔다. 비밀의 단초는 초파리의 8번 마이크로RNA였다. 8번 마이크로RNA는 인간의 200번 마이크로RNA에 해당하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발육기 성장에는 마이크로RNA와 인슐린이 핵심이었다. 8번 마이크로RNA는 인슐린을 분비하게 하는 유전자를 활동하게 하고, 그렇게 해서 분비된 인슐린은 세포 수를 늘려 키와 몸무게를 늘렸다. 인슐린은 당뇨병 치료 호르몬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신체의 성장과 세포의 정상 상태 유지 등에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 실제 인슐린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세포 분열이 너무 왕성해 암 발생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방 축적과 노화에도 인슐린이 간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인슐린은 생명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8번 마이크로RNA는 인슐린 대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과, 그 결과 신체 성장 발육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이번에 처음 밝혀진 것이다.

초파리 실험을 통해 인간의 신체 성장 비밀을 밝혀냈지만 이 결과를 인간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동시에 확인했다. 인체에도 초파리에서 확인한 것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 마이크로RNA가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RNA는 그 숫자가 수백 개에 이르는 것에서 가늠할 수 있듯이 신체 내에서 다양한 기능을 한다. 8번이 신체 성장에 간여하듯이 1번 마이크로RNA는 근육 생성을 맡는다. 이처럼 마이크로RNA마다 기능이 다르지만 생명 유지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특정 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줄기세포의 유지나 세포의 사멸과 분열, 바이러스 억제 등에 마이크로RNA가 관련이 있다. 만약 이런 역할이 어긋나면 신체는 크고 작은 질병에 시달릴 수 있다.

김 교수는 “마이크로RNA가 다양한 질병 진단과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가령 당뇨병이 생길 가능성을 그 사람의 마이크로RNA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면 예방약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시대가 오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필요하다. 극소량의 마이크로RNA를 잘 분리해 내고, 신체에 안전하게 집어넣는 기술이 개발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가 순수 국내 과학자들 손에서 이뤄졌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연구는 김빛내리 교수 주도 아래 서울대 현서강·이정현 박사와 김화 박사과정, KAIST 정종경 교수와 이진아 박사과정이 참여했다. 김 교수는 특히 마이크로RNA 분야에서 독보적인 연구 결과를 쏟아 내고 있어 세계 생명공학계가 주목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마이크로RNA=극소 리보핵산이라고 하며 식물·동물 세포에 수백 개씩 들어있다. 사람 세포에는 700개가 있다. 기능이 제각각인데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다. 이들은 세포 속에서 유전자가 과도하거나 너무 적게 활동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 역할이 고장나면 당뇨병·암 같은 질환을 앓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