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禪이야기

수행에는 끝도 시작도 없다

淸潭 2009. 2. 12. 10:48

수행에는 끝도 시작도 없다

백담사 무금선원 동안거 해제현장

 

설악산 내설악 깊은 산 침묵의 안거처에도 봄의 여명이 서리고 있다. 백담계곡 사이 아직 녹지 않은 얼음만이 한철 서릿발 같던 선기(禪氣)를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3개월간 은산철벽을 꿰뚫고자 가열찬 정진을 거듭했던 동안거가 마무리되는 지난 9일 인제 백담사 무금선원을 찾았다.

‘본래 성품은 맑고 고요해서 예도 없고 지금도 없다’는 ‘무고무금(無古無今)’. 세월은 흘렀으나 수 많은 운수납자가 계곡의 맑은 물에 객진번뇌를 털어내고 출격장부의 기상을 다듬던 선불장은 아직도 여전했다.

해제날에도 어김없이 새벽3시에 일어난 스님들은 새벽예불과 공양을 마쳤다. 해제라는 가벼운 설렘이나 특별함 보다는 결연함이 가득한 가운데 백담사 만해교육관에서 해제법회가 봉행됐다.

백담사 회주 오현스님이 사자좌에 올라 해제법어를 설했다.

“6개월 전 이 산승은 이 자리에서 백담사에서 한철 공부하고, 먹고, 자고, 보고, 듣고, 깨달은 것을 두고 가시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는 이곳에서 깨닫고 느낀 그 모든 것을 가지고 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진> 3개월동안 정진을 했던 스님들이 산문을 나서고 있다.

스님은 또 자작시 ‘들오리와 산오리’를 암송하기도 했다.

이날 법회에서는 특별히 오세영, 신달자, 이근배 시인 등 불교문인들이 참석해 선승들의 또 다른 출발을 지켜봤다. 만해마을 문인의 집에서 집필 중인 오세영 시인은 이날 오현스님에게 농산(聾山)이란 법명을 받기도 했다. 오 시인은 “오늘 뜻 깊은 해제 날 법명도 받게 돼 더욱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스님들이 수행을 하듯 앞으로 더욱 작품활동에 매진하라는 경책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백담사에서는 이번 동안거 기간 동안 40여명의 수행납자가 방부를 들였다. 기본선원인 무금선원을 제외하고 10여명이 ‘무문관(無門關)’에서 폐문정진(閉門精進)에 들었다. 법랍 30년 이상, 안거 30차례 이상인 스님들이 절반을 넘었다. 이번 동안거 기간 무문관에서 정진한 전 전국수좌회 의장 영진스님은 “이번 해제가 끝이 아니라 출가자로서 항상 초심에 어긋나지 않도록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2~3평에 불과한 백담사 무문관은 작은 창문과 하루 한 끼 공양물이 오가는 공양구가 방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다. 묵언정진은 기본이고 편지와 소포, 전화를 금하고 독서와 간단한 취미생활조차도 할 수 없는 엄격한 청규로 유명하다. 철저한 수행과 습의는 기본선원 ‘무금선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벽 3시 예불을 시작으로 하루 10시간 이상 이어지는 참선에 1시간 운력, 그리고 저녁예불 후 다음날 사시공양까지 ‘묵언수행’을 반복한다. 특별가행용맹정진에는 하루 21시간을 참선에만 집중한다.

무금선원장 신룡스님은 “안거 마다 선원 제방에서 신망을 받는 스님들이 무문관에서 치열하게 용맹정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한국불교의 큰 힘이란 생각이 든다”며 “이와함께 기본선원에서는 묵언수행이나 포살 등의 철저한 수행과 습의를 지키고 심도있는 교육을 통해 수행자의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백담사 동안거 해제 법회 모습.

해제를 앞두고 지난 7일 기본선원의 스님들은 자자를 통해 3개월간 자신의 정진에서 스스로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는지, 대중에게 폐를 끼치지는 않았는지 묻고 또 물으며 참회하고 또 참회했다. 이어 해제 전날인 8일 무문관 고참 수좌스님들은 특별한 훈화시간을 가졌다. 수행납자들은 해제기간 품고 살 소중한 경책을 받들겠다는 표시인양, 가만히 두 손을 모았다.

해제법회가 끝난 후 수행납자들은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 정중수행(靜中修行)에서 동중수행(動中修行)으로 옮겨간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 보였다.

인제=임나정 기자

사진 = 김형주기자

2009-02-09 오후 11:29:25 /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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