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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총기난사 용의자는 한국인

淸潭 2007. 4. 18. 09:09

“美 총기난사 용의자는 한국인”… 美경찰 “23세 조승희 씨”

 


17일 미국 경찰당국이 제공한 용의자 조승희 씨 사진. 블랙스버그=AP 연합뉴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을 저지르고 자살한 용의자가 한국 교포 학생으로 밝혀져 교민 사회와 한미 양국에 큰 충격을 안겼다.

 

버지니아 주 블랙스버그 시 버지니아공대(버지니아텍)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과 대학 당국은 17일 오전(현지 시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용의자가 이 대학 영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한국 학생 조승희(23·사진) 씨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태어났고 1992년 미국에 건너간 조 씨는 한국 국적의 미국 영주권자. 미국 내 주소는 부모가 거주하는 버지니아 주 센터빌이며 이 학교 하퍼홀 기숙사에서 거주해 왔다. 센터빌은 한인이 많이 사는 곳이며 그의 영어 이름은 ‘애덤’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기 난사 사건은 16일 오전 7시 15분과 9시 45분 두 차례에 걸쳐 이 학교 기숙사와 노리스홀 강의실에서 발생해 32명이 살해되고 최소한 15명이 총상을 입었다. 경찰은 조 씨가 9mm 글록 권총과 22구경 권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조 씨는 범행 후 경찰이 출동하기 전 스스로 목숨을 끊어 경찰과의 총격전은 벌어지지 않았다.

 

 


넋잃은 미국 어제까지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들이 순식간에 싸늘한 시신으로 변했다.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살아남은 자들만 비통함에 눈물을 흘릴 뿐. 미국 버지니아 주 블랙스버그 시 버지니아공대에서 참혹한 교내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33명(자살한 용의자 포함)이 죽고 15명이 다친 16일 저녁 학생들이 대학 구내의 워메모리얼 교회당 앞에 모여 숨진 벗들을 추모하고 있다. 블랙스버그=AP 연합뉴스

그러나 버지니아 주 경찰 당국은 “현재까지 확보한 증거로만으로 조 씨가 두 건의 총기사건 모두의 용의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 “새로 발견된 탄도 증거를 갖고 다음 단계의 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씨의 범행 동기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16일 오전 7시 15분경 기숙사에서 용의자가 각 방을 뒤지며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았고, 다툼 끝에 여자친구와 중재에 나선 상급생 등 2명을 쏴 숨지게 했다고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총격사건으로 토목공학과 석사과정 1학기 박창민(28·한양대 졸업) 씨가 총상을 입고 인근 몽고메리 지방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또 버지니아공대 학생 신문 웹사이트에 공개된 일부 사망자 명단 중에는 헨리 리(Lee)라는 이름이 올라 있어 한국계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미국 내 200만 한인 사회에도 큰 상처를 줄 것으로 보인다. 교민들은 이날 오전 TV 뉴스를 지켜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영근 전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은 “한국인 이민사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치명적인 일이 터졌다”며 “당장 20만 명에 달하는 워싱턴 인근 한인의 안전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미대사관은 긴급 대책반을 구성하고 교민안전대책 마련에 나섰으며 교민단체들도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블랙스버그=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