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은 단막극 아닌 이어 달리기" ‥
웰다잉 메세지 전파하는 월호스님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학군 장교(ROTC)로 군복무를 한 뒤 대기업에서 몇 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동국대 선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매우 가까웠던 두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을 잇달아 겪고 나서 삶과 죽음의 본질적인 문제에 의문을 품은 것이 계기였다.
그러나 선학(禪學)을 전공해 석·박사학위를 받고서도 의문이 해결되지 않아 마침내 출가의 길로 들어섰다.
하동 쌍계사 승가대학 교수인 월호 스님(49).
산중에서 학인(學人)에게 경전을 가르치던 그가 다시 세간으로 나왔다.
웰다잉을 (well dieing) 위한 ‘지금 이 순간’의 웰빙을(well being) 이야기한 책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을 사랑합니다'(마음의숲) 출간과 함께 불교방송(라디오)과 불교TV의 진행자로 나선 것.
불교방송에선 매일 오전 '참선 100문100답'을 50분간 진행하고,불교TV에서는 영화 이야기를 통해 불교의 진리를 전하는 '감성 터치 더 시네마'를 진행한다.
"공부를 하다보니 불교는 원래 어려운 것이 아닌데 너무 어렵게만 이야기한다 싶었어요.
그래서 영화를 통해 불교를 설명하려고 시도했지요.
강원에서 강의할 때 영화 이야기를 비유담으로 해주니 졸던 학인들도 깨더라고요.
템플스테이에 오신 분들한테도 영화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재미있어 하지요."
영화 ‘각설탕’에서 기수인 시은과 그의 분신같은 국산마 '천둥'이 채찍보다는 마음을 통했을 때 경주에서 우승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월호 스님은 "욕심과 성급함이 우리 눈을 어둡게 만들고 가슴을 닫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말로 하기 어렵다는 참선은 설명할까.
"저의 전공이 선인데, 올해초에 '생활 속의 선'이라는 1시간짜리 프로그램을 1주일간 진행했던 게 계기가 됐어요.
흔히 선은 말로 하기 어렵다지만 참선은 원래 말로 하는 겁니다.
선사의 문답을 정리한 것이 화두요,참선법은 문답법이며 그래서 언하대오(言下大悟·말끝에 크게 깨달음)라 하지 않습니까.
방송을 통해 선에 대해 문답을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죠."
지난 2일 시작한 '참선 100문100답'은 벌써부터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월호 스님은 매주 고려 혜심 스님이 정리한 '선문염송'의 화두를 하나씩 소개하고 경허 스님의 ‘참선곡’도 해설한다.
또 청취자들과 질문·응답을 통해 선을 설명해준다.
월·화·수요일의 생방송때에도 담담하다.
"있는대로 하는 거죠.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고…." 이런 식이다.
그를 출가의 길로 이끈 생사(生死)의 문제에 대해서는 "삶과 죽음은 단막극이 아니라 이어지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실답게 사느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바로 '지금 여기서' 자신의 주인이 돼서 사는 것이 웰빙이고 웰다잉으로 가는 길이라는 얘기다.
월호 스님은 "태어남은 또다른 죽음을 동반하기 때문에 진정한 웰다잉은 다시 태어나지 않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바로 지금 여기에 철저하며 완전연소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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