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말 한국인을 가해자로 기술해 논란을 빚은 ‘요코 이야기’의 저자 요코 가와시마 잡킨슨(73) 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이 끝나갈 무렵 한인 학부모인 아그네스 안(46)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잡킨슨 씨에게 묻고 싶습니다. ‘요코 이야기’를 읽은 친구들이 ‘왜 한국인들이 착한 일본인들을 괴롭혔느냐’고 물었을 때 한국 아이들이 겪게 될 상처에 대해 생각해 보셨나요.”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성적 노예가 돼서 하루에 30명씩 일본 병사를 상대해야 했던 한국 여자를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기자회견장이 순간 숙연해졌다.
안 씨는 이날 한국 기자들과 별도로 만나 자신의 할머니가 3·1운동을 주도하다 붙잡혀 유관순 열사와 함께 8개월간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오정화 씨라고 밝혔다.
감옥에서 풀려난 뒤 5년 가까이 일제 경찰에 의해 연금생활을 했던 오 씨는 그 뒤 만주로 도망쳐 살다 광복 이후에야 한국으로 돌아왔다. 만주 태생인 안 씨의 아버지는 1959년 미국으로 이민을 왔고 안 씨는 1961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의사로 일하는 안 씨는 할머니가 독립운동가였다는 사실을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알지 못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요코 이야기’를 배우는 것을 보고 ‘이게 진실인가…’ 싶었다. 특히 요코 씨의 아버지가 만주에 있었다는 대목에 유독 눈길이 갔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만주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를 어렴풋이 들은 적 있었기 때문.
한국 이야기를 이것저것 묻는 안 씨에게 그의 어머니는 최근에야 “시어머니가 독립운동을 하다 만주로 피신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안 씨는 지난해 11월 인터넷을 통해 할머니가 독립유공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자녀들이 다니는 보스턴 근교 도버 셔본중학교를 상대로 ‘요코 이야기’ 교재 채택 금지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한편 요코 씨는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책을 쓸 당시에는 한국인이 오랜 시절 겪은 고통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런 점은 개인적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셔본(매사추세츠 주)=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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