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공스님
머무르되 머무른바 없다”
달을 물에 비춰 집을 삼는지하 머무를 바 없다
만공(滿空1871~1946)스님은 경허스님의 법을 계승하고
선지종풍(禪旨宗風)을 진작시킨 고승이다.
40여년간 덕숭산에 주석하며 진리의 법을 전한 만공스님은
한국불교 선교양종의 초대 교정으로 추대됐으며,
일제의 식민불교정책에 반대하는 등 한국 전통불교의
맥을 계승하기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만공스님이 1937년 금선동 초당에서 휘영청 밝은 달이 뜬 고요한 밤에
거문고와 함께한 ‘탄금법곡(彈琴法曲)이란 제목의 법문이다.
“일탄운시심곡(一彈云是甚 曲), 시채현곡야(是體玄曲也) /
일탄운시심곡(一彈云是甚 曲), 시구현곡야(是句玄曲也) /
일탄운시심곡(一彈云是甚 曲), 시현현곡야(是玄玄曲也) /
일탄운시심곡(一彈云是甚 曲), 시석여심중겁외곡야(是石女心中劫外曲也)”
우리말로 옮기면 이렇다.
“한번 퉁기고 이르노니 이는 무슨 곡조인가. 이는 체의 현현한 곡이로다. /
한번 퉁기고 이르노니 이는 무슨 곡조인가. 이는 일구의 현현한 곡이로다. /
한번 퉁기고 이르노니 이는 무슨 곡조인가. 이는 현현하고 현현한 곡이로다. /
한번 퉁기고 이르노니 이는 무슨 곡조인가. 이는 돌장승의 마음 가운데 겁 밖의 곡이로다. 아하 ”
만공스님은 ‘윤회의 자취(輪廻之跡)’를 이렇게 설법했다.
스님의 법문을 모아 놓은 〈만공법어〉에 실린 내용이다.
“나고 죽음에 윤회의 자취가 다함이 없고,
고요하고 뚜렷하매 참으로 비추는 이 기틀이 매(昧)하지 않도다.
구름은 산을 의지하여 아비를 삼는지라,
이 낱 가운데 공덕으로써 공덕에 나아감이여,
달은 물에 비추어 집을 삼는지라,
곧 머무르되 머무른 바가 없음이니라.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을 여의고깊이 지혜가 있으니,
이는 분별의 마음이 아니다.
땅과 물과 불과 바람을 여의고 특별히 몸이 있으니,
곧 화합의 모습이 아니로다.
그러므로, 이르되 사대(四大)의 성품이 스스로 회복하여
아들이 그의 어미를 얻은 것과 같도다.
여러 선덕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러한 행리(行履)를 증득해야 서로 응해 갈 수 있으리라.
도리어 알겠는가. 서리 찬 하늘에 달은 지고 밤이 깊었는데,
누가 맑은 못 찬 그림자를 비출고.”여기서
‘매(昧)’는 어두움을 나타낸다.
만공스님은 후학들에게‘나를 찾는법’이란 가르침을 통해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문제 보다도 이 공부밖에 할 일이 없다는
결정적 신심(信心)부터 세워야 한다”면서
“사람을 대할때는 자비심으로 대하여야 하지만,
공부를 위해서는 극악극독심(極惡極毒心)이 아니면
팔만사천 번뇌마(煩惱魔)를 쳐부수지 못하나니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1946년 10월20일 목욕 단좌(端坐)한 후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을 보고
“자네와 내가 이제 이별할 인연이 다 되었네 그려”하고 입적에 들었다.
정리=李成洙기자 soolee@buddhis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