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수사모

[스크랩] 그절에 가면

淸潭 2006. 9. 17. 20:50
 

그절에 가면

 

 

          

 

 

 

           

 

               

 

      

 

 

 

 

 

 

 

 

 

덕숭산 수덕사

 

德 받드는 산, 보름달 같은 절

국보49호 대웅전 고려最古 건물중 하나

禪之宗刹…만공스님 구도의 불꽃 지핀 곳

◇덕숭산 기슭에 안긴 수덕사. 얇게 깔린 신설이 산사의 고즈넉함을 더해준

다.

◇수덕사 대웅전 안. 군더더기 없는 구조와 화려한 장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덕숭산(德崇山) 수덕사(修德寺).

‘덕을 받드는 산’과 ‘덕을 닦는 도량’이라는 말이겠습니다.

산과 짝하여 어울리지 않는 절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이 산과 이 절만큼 잘 어울리는 경우도 드물 것 같습니다.

태양은 두루 만물을 비추어 우리로 하여금  그 낱낱의 존재를 알게 하지만,

정작 태양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너무 강렬한 탓이겠지요.

하지만 달은 그렇지 않습니다.  은근하기 때문이겠지요. 수덕사는 달같은 절입니다.

일주문에서 절을 올리고 고개를 들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덕숭산입니다.

그 모습이 꽉찬 달 같습니다.  어디 한 곳 모난 데 없는 등성마루를 펼치며

도량을 감싼 모습은 후덕한 기품의 극치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높이(495m)로 치면 야트막한 산에 불과하지만  결코 그 볼품은 높이에 있지 않습니다.

이슥한 기슭에 있는 듯 없는 듯 가부좌를 틀고앉은 만월당, 전월대, 견성암, 향운각,

정혜사, 환희대와 같은 암자들은 제각기 마음달 하나씩 품고서 가람 전체를 커다란

달이 되게 합니다. 그 달을 보며 어찌 높이를 따지겠습니까.

 

수덕사를 참배하면서는 굳이 미술사적 안목에 기댈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대웅전 말고는 역사적 연원이 깊지 않은데다

 대부분의 당우들을 80년대에 이후 고치고 옮기고 새로 지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웅전 만큼은 옛모습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단청 벗겨진 배흘림 기둥의 갈라진 나뭇결에서 700년 세월의 물살을 느껴봅니다.

 

일주문부터 대웅전까지는 곧게 뻗은 오르막입니다.

혹시 누군가와 함께 가더라도 이 길은 홀로 가야 제격일 듯 싶습니다.

기대지도 말고 짐 되지도 말고. 스님들도 여럿이 움직일 때는 그렇게 하더군요.

안행(雁行), 기러기 줄지어 나르는 모습을 빗댄 것이겠지요.

일주문에서부터 금강문을 지나  천왕문을 거쳐 황하정루에 이르는 형국이 또한 그러합니다.

 

수덕사 대웅전은 국보(제49호)라는 사실을 모르더라도 참으로 귀한 집임을 알게

합니다. 소박한 것 같으면서도 조금만 눈여겨보면 최고의 정성을 들여 지은 집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면 세 칸에 측면 네 칸의 맛배지붕 주심포 양식운운하면 오히려

느낌이 덜 합니다. 고려 충렬왕 34년(1308)에 지어진 건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려 건물 다섯 동 중 하나라고 합니다. 나라에서 보물로 지정한 것들은

대부분 수장고에 갖혀 있거나 박물관의 진열창 너머로 바라만 봐야 합니다.

하지만 절집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루만질 수도 있고 기댈 수도 있습니다.

사찰 건물은 살아 있는 생명체입니다.

 

수덕사는 백제 위덕왕(554~597) 대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후로도 중창을 거듭했지만 그리 큰 절은 아니었습니다.

마곡사의 말사였다가 1962년에서야 조계종 제7교구 본사로 승격했고,

1984년에 총림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절입니다.

 

오늘날의 수덕사는 만공(滿空, 1871~1946) 월면(月面) 스님이 1905년부터 덕숭산

기슭에 금선대라는 암자를 짓고  정혜사 선방에서 선의 불길을 높이고부터입니다.

선불교의 중흥조로 불리는 경허 스님의 제자들로, 만공 스님과 함께 한국 근세 불교

의 ‘세 달’로 불리는 수월, 혜월도 수덕사와 인연이 깊습니다.

오늘날 덕숭총림을 ‘禪之宗刹’로 일컫는 것도 이로 말미암음입니다.

한국 불교에 선 도량을 표방하는 절이 한둘이 아니지만, 경허 스님이 되살린 선의

불꽃을 만공 스님이 이곳 수덕사에서 치솟게 한 것입니다.

혜암·벽초·금오·전강 스님 등이 모두 만공 스님의 회상에서 불조의 혜명을 이은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수덕사를 비구니 도량으로 아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유행가 때문에 생긴 일인데, 아주 틀리지도 않은 것이 흔히 일엽으로 알려진 이화

학당 출신의 하엽 스님도 수덕사 견성암에서 선(禪) 수행을 했고 환희대에서 입적

했습니다. 우리 나라 최초의 비구니 선방인 견성암에서는 지금도 100여 명의 비구니

들이 화두 삼매에 빠져 있습니다.

 

이로써 우리는 수덕사의 진정한 보물이 무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른바 만공 가풍, 호방하고도 활달한 선 수행의 가풍이 정혜사를 비롯한 산내 암자

에서 끊이지 않음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보물의 광휘를 맛보고 싶으면 덕숭산을

오르는 돌계단을 밟아야 합니다.

정혜사와 전월사, 소림초당 그리고 만공탑을 몸으로 만나야 합니다.

수덕사에서, 너무 커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거대한 달을 봤습니다.

 

글=윤제학 기자

사진=박보하(사진가)

 

출처 : 수덕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글쓴이 : bany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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