끽다거(喫茶去)
-차를 마시라(《五燈會元》)
"끽다거(喫茶去)"란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는 단지, "차를 마시라"는 것입니다.
"거(去)"는 이 명령을 강화시키는 글자로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선자(禪者)에게는 조주(趙州) 대사의 말이므로 옛날부터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다도(茶道)로 유명한 주광(珠光: 1502년 입적)은 일휴(一休) 대사의 제자가 되었는데,
언제나 졸려서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의사에게 치료를 요청했습니다.
그때 의사가 차를 마실 것을 권하여,
그대로 실행하니 그 덕택에 졸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그는 차를 마셔도 예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시작한 것이 다도(茶道)였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다도를 완성한 무렵에 일휴 대사가 그에게,
"무엇 때문에 차를 마셔야 하나?"
하고 물었습니다.
그는 "차를 처음으로 전한 영서(榮西) 선사의
《차의 양생기(量生記)》에 따라 건강을 위해 차를
마시고 있습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일휴 대사는 그에게
"조주 대사에게 어떤 수행승(雲水)이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대사는 "차를 마시는 것'이라고 대답했네, 이 말을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광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일휴 대사는 옆에 있는 수행승에게 일러 차 한 잔을 따라오게 했습니다.
주광이 그 찻잔을 손에 받아 들었을 때,
일휴 대사는 크게 책망하면서 그의 손을 흔들어 찻잔을 떨어뜨리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가 잠시 후에
일휴 대사에게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을 나서려고 했습니다.
그때 일휴는,
"주광!"하고 불렀습니다.
"네"하고 대답하고 뒤돌아보았더니 일휴 대사가 물었습니다.
"아까는 자네에게 차를 마시는 마음가짐에 대해 물었는데,
만일 그런 마음가짐에서 떠나 무심코 차를 마시면 어떻게 되나?"
주광은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버드나무는 푸르고 꽃은 붉습니다."
일휴대사는 이때 비로소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습니다.
그 후부터 주광은 좌선하는 심정을 다도에 옮겨 이를 완성했습니다.
그것은 취미나 건강이나 그밖에 어떤 격식을 갖추어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선의 득도의 묘미가 가미되었기 때문입니다.
"끽다거(喫茶去)"
<거기에는 인간의 모든 체험이 담겨 있습니다.>
- 옮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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