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속에서의 변화 / 고우스님
연기의 원리를 생각하면서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그릇된
집착을 벗어버리고 착각에서 깨어나게 되면, 본래 부처,
무아, 공의 원리에 따라 세상을 보는 시각이 바뀌게
됩니다.
아울러 생활속에서도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게 되며,
부처님께서 발견하신 세계를 우리도 체험하게 됩니다.
부처님과 같은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부처님과 같은
시각으로 '나'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시각이 바뀌어 가면 갈수록 마음이 자유로워 지고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도 찾아옵니다.
지금 현재 책을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책을 보고 이해하
는 그 의식이 그렇게 된다는 뜻입니다. 내 마음 속에
없던 새로운 어떤 의식이 외부로부터 들어오거나 새로
탄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위대한 의식이 본래 그렇게
내 속에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해하기 시작하면 불교가 굉장히 쉬워집니다.
이해하는 마음, 바뀌는 마음, 생활하는 마음, 이 세
가지가 분리되어 있겠습니까? 이해하는 것도 내 마음이요,
생활하는 것도 내 마음입니다. 같은 마음이기 때문에 내가
이해하는 만큼 생활에도 변화가 오게 됩니다.
그리고 %를 올려가고 있는 그 마음이 올라갈수록, 생활도
비례해서 올라가고 변화해 갑니다. 만약 이해하는 마음과
생활하는 마음이 분리되어 있다면,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
고 봐야 할 것입니다.
시각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는 우리의 마음이 아직은
이기심에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부처님과 같은
시각으로 바뀌어 마음이 작용을 할 때, 이것은 '반야(般若)'
라고 합니다. 이기적인 나를 없애어 무아가 되면 '나다,
너다'하는 구름이 걷히게 됩니다. 구름만 걷히면 햇빛과
같은 반야의 지혜가 저절로 발현되는 것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인 '내가 본래 부처요 짚이요
무아요 공'임이 이해되기 시작하면 더욱 분발하게됩니다.
1%에서 시작하여 조금씩 조금씩 이해의 폭을 더욱 넓혀
가면 구름이 걷히고 밝은 해가 나오게 될 것입니다.
구름이 걷혀 반야의 지혜가 발현되면 그때부터 우리는
대립을 하지 않게 됩니다. 갈등을 하지 않고 분열을 하지
않고 싸움을 하지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돕고 살게
됩니다. 나를 초월하였기 때문에, 남을 돕는 일이 나를
도우는 일이요, 나를 위한 일이 곧 남을 돕는 삶이 될 수
있습니다.
반야의 지혜는 우리를 자유롭고 편안하게 만들어 줍니다.
어리석음이 걷히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며,
고난이 사라지고 행복이 찾아오게 만듭니다.
진정한 불자라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살아가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스스로도 행복감을 느끼게 되고, 주위의
사람들도 바르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현대는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이런 제도 속에서 사는 일반
인들은 세속적인 조건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불자들이 맹목적으로 욕망을 따라 쫓아다니며
세속적인 조건들을 추구하는 생활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부처님께서 발견하신 깨달음을 믿고 이해하여 먼저 내면의
가치관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 밖의 가치들을 추구
한다면, 추구하는 그 자체까지도 수행으로 연결이 됩니다.
불교를 믿고 수행하는 사람은 불교를 믿지 않고 수행하지
않는 사람과 분명히 차별화되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발견하신 존재의 원리를 믿고 이해하고 수행
하게 되면, 일상생활에서 추구하는 세속적인 조건들도
함께 가치있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할 때 직장이 그대로 수행장이 될 수 있으며,
직장동료가 도반이며 스승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도 도(道) 아닌 것이 없게 될 것이며, 자기가
보는 업무가 전부 수행의 일환이 될 것입니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 가치와 의미를 발견해 보십시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와 의미가 있기
때문에 하는 일이라면 그 일을 누구보다 열심히 하게 됩니다.
직업의 종류는 수천가지 수만가지가 넘지만, 각 직업마다
고유한 가치와 의미가 다 간직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누구든 자기가 하는 일에 가치와 의미를
두고 재미있게 일을 하게 되면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도 받고 존경도 받을 뿐
아니라, 높은 보수도 따라옵니다.
부처님의 연기법, 공법, 무아법을 알면 이처럼 자주적인
사람이 됩니다. 자율적이요 능동적인 사람이 됩니다.
서로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평등한 마음, 평등한 시각으로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모이는 사회는 정직한 사회가 됩니다.
투명한 사회가 되고 부정부패가 없는 사회로 성장합니다.
국민들이 골고루 잘 사는 평등한 사회로 거듭나게 됩니다.
내면의 가치를 알면 개인이 행복해지고, 개인이 행복해지면
사회가 행복해지고, 사회가 행복해지면 국가가 행복해집니다.
부처님의 진리는 어떤 특정한 곳에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욕망과 투쟁의 삶 또한 부처님이 말씀하신 내면의 가치관으로
들여다 볼 때 갈등을 넘어서서 평화의 길로 이끌 수 있습니다.
환경파괴가 아닌 자연과 인간이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갈등들도
해소될 수 있습니다.
개인과 개인, 사회와 사회,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에서
이 본질을 보게 되면, 이기심에 의한 욕망이 지배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멈추고, 진리의 세계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자기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하게 하고, 더불어서 함께 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생존의 의미로 삼고 있던 '나'의 굴레에서 벗어나,
'나'가 연기요, 무아요, 공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이해하고 수행하여, 100% 있는 그대로를 보고 증득하는
불자가 되기를 축원드리며 본문을 마감합니다.
조견오온개오(照見五蘊皆空) 도일체고액(度一切苦厄)!
-월간 [법공양] 3월호에서-
'글,문학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이란 (0) | 2024.12.22 |
---|---|
내 마음 (0) | 2024.12.20 |
같이 살면서도 모른다 (0) | 2024.12.19 |
같이 더디게 가자. (0) | 2024.12.18 |
千里之行 始于足下 (0) | 2024.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