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마음먹는 고3에게 병원 직원이 던진 돌멩이 “여긴 유해한 환경인데…” [씨네프레소]
[씨네프레소-133] 영화 ‘주노’
영화 ‘주노’(2008)의 고3 주인공 주노(엘리엇 페이지)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뒤 별 고민도 없이 낳기로 결정한다. 자기 뱃속에 있는 아기가 이미 손톱까지 생긴 존재라는 정보를 접하고서다.
다만, 아직은 자신이 아이를 키울 능력은 없다고 생각해 벼룩시장 신문 광고에서 본 한 부부에게 입양 보내기로 한다.
주노는 이토록 주체적인 인물이다. 그럼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그건 미성년 출산을 향한 세상의 편견 때문이다. 작품은 미성년자가 아이를 낳는 것이 무책임한 결정인지 질문하는 한편, 우리가 지녀야 할 배려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주노는 어린 나이에 임신한다. 가장 친한 친구는 주노 옆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시간을 보낸다. [미로비젼]주노의 부모는 놀라지만, 딸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끝까지 들어본다.
주노가 어려움없이 부모에게 털어놓을 수 있었던 배경일 것이다. 부모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것을 알았기에 자기 상황과 생각을 기탄없이 공유할 수 있었다. 만약, 집안 분위기가 그렇지 않았다면 어디에서나 당당한 주노의 성격도 조금 달랐을지 모른다.
“가장 좋은 건 너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찾는 거야. 진짜 짝이라면 네 엉덩이에서 빛이 난다고 생각할 걸.” 아버지는 주노를 늘 지지해줬다. [미로비젼]병원에 아기 모습을 확인하러 간 날 초음파 담당 직원은 자기의 편견을 드러낸다. 아기를 입양 보낼 계획이라는 주노의 말에 “다행”이라고 한 것이다.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는 주노의 새엄마에게 직원은 “여기서 십대 엄마들을 많이 본다. 아기가 자라기엔 유해한 환경”이라고 답한다.
출산을 결정한 주노가 책임감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노의 엄마는 “양부모도 무책임한 사람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직원에게 질문한다.
“어떤 일을 하시죠?”(엄마)
“저는 초음파 기사예요.”(직원)
“난 손톱 기술자예요. 우리 모두 우리가 잘하는 일에나 신경 쓰자고요.”(엄마)
미성년자가 아이를 낳는 게 무책임한 행위일까. 영화는 고3에 임신한 소녀 주노를 통해 질문한다. [미로비젼]개별 사례를 들여다보면 무책임한 성인 부모도 숱하게 발견할 수 있듯 책임감 있게 아이를 잘 키우는 미성년자 부모도 찾을 수 있다. 아이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주노처럼 말이다.
자기 아이의 양엄마가 될 여자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주노는 생각을 바꾼다. 그녀가 누구보다도 아이를 따뜻하게 환영해줄 사람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새로 태어난 생명에겐 환대가 필요하다. [미로비젼]‘없는 형편에 출산해서 애까지 고생시키려고 하냐’고 손가락질하는 대신 그냥 자기 일을 하고 신경쓰지 않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부모와 살아가는 축복이 그 아이와 함께하길 속으로 빌고 넘어가는 것이다.
자식까지 세상의 날선 판단에 시달리게 하고 싶지 않아 임신과 출산을 포기할지 고민하는 많은 사람에게 당신의 무관심은 힘이 될 것이다.
영화 ‘주노’ 포스터 [미로비젼]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