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재판 거부 선언!
박근혜 전 대통령은 16일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법원의 구속 연장 결정 이후 처음으로 열린 재판에서 “구속돼 주 4회씩 재판을 받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통한 시간들이었다”고 말한 뒤 이렇게 이어갔다.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되돌아왔고 저는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던 공직자들과 국가경제를 위해 노력하시던 기업인들이 피고인으로 전락한 채 재판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저는 롯데와 SK를 비롯하여 재임기간에 그 누구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도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저에 대한 구속 기간이 끝나는 날이었으나 재판부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13일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6개월 동안 수사하고 법원은 다시 6개월 동안 재판했는데 다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오늘 (저의) 변호인단은 사임의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변호인들은 물론 저 역시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습니다. (앞으로)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저를 믿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습니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게는 관용이 있기를 바랍니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 5분부터 4분여간 발언했는데 떨리는 목소리로 시작했으나 점차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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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지난 8월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법 앞에서 일부 보수우파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석방을 촉구했다. 사진=조선DB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 만기(9월 16일)를 앞두고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어제(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모든 것을 종합해서 재판부 합의로 (영장) 발부 여부를 이번 주 내로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에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출석하지 않았고, 수사과정에서도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으며, 석방될 경우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박 전 대통령 변호를 맡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이 추가영장 발부를 요청한 SK그룹과 롯데그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는 충분히 심리가 이뤄졌고, 박 전 대통령의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또한 전혀 없다며 석방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사자들이 우글대는 콜로세움에 혼자 던져진 채 격정과 분노의 인민재판을 받고 있으며 광장의 순간적인 분노가 인민재판을 우려한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앞날이 큰 영향을 받을 것 같습니다.
기자는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에 대해 ‘법무법인 민주’ 서정욱(徐正旭) 변호사에게 물어봤습니다. 서 변호사는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으로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는 법조인입니다.
서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여론과 정권의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먼저 형사소송법 제92조의 구속기간 제한 취지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습니다. 해당 조항의 취지는 ‘미결구금의 부당한 장기화로 인해 피고인의 신체적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많은 판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피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가 피고인이 석방될 경우 재판 출석 불투명, 재판지연, 증거인멸 우려보다 우선한다고도 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01. 6. 28. 선고 99헌가14 결정)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 제한은 증거인멸과 도주우려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인권보장’이라는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이는 법원의 재판진행상 편의나 검찰의 공소유지보다 상위 가치를 갖고 있다고 서 변호사는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박 전 대통령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데다 추가 증거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이유로 검찰이 추가 구속기간 발부를 요청한 자체가 이 조항을 완전히 형해(形骸)하고 입법취지에도 명백히 반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둘째 이유는 검찰이 구속기간 연장의 사유로 삼은 롯데와 SK그룹의 뇌물죄와 관련한 심리는 모두 종결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서 변호사는 “이미 심리가 종결된 공소사실에 대해 구속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요구 자체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며 “K재단이나 미르재단 등 공익재단과 관련한 뇌물죄의 경우 이재용 삼성 부회장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점에서 이를 이유로 구속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합리성 자체가 결여돼 있다”고 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다른 피고인들과의 형평성을 언급한 검찰 주장의 모순입니다. 서 변호사의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의 정점이고,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차은택 등 다른 피고인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구속기간이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 또한 전혀 법리에 맞지 않는다. 즉 위 피고인들은 모두 재판 도중 별도로 기소된 새로운 사건이 있었고, 법원이 이 부분과 관련해 새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추가 기소된 사건이 없는데도 이미 재판을 받아온 혐의 중 기존 구속영장에 없는 일부를 떼어내 새로 영장을 발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위 두 가지 경우는 전혀 같지 않다. 결국 검찰은 위 피고인들의 경우 모두 기존의 공소장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범죄로 추가 기소가 되어 구속기간이 연장된 경우로, 박 전 대통령의 경우와는 완전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형평성이라는 동일한 잣대로 판단한 것이다. 한마디로 모순 그 자체다.”
마지막 네 번째 이유로 서 변호사는 ‘영장제도의 취지’를 꼽았습니다. 그는 “영장은 유무죄를 확정짓는 것이 아니라 수사의 편의와 필요에 의한 것으로 수사가 끝났으면 불구속하는 것이 원칙이다”며 “공소제기 후의 강제수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이 확고한 판례”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와서 다시 새로운 수사를 통해 증거조사를 하겠다는 검찰의 주장 자체가 명백히 법과 원칙에 반한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수사 초기 관련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했습니다. 이에 서 변호사는 “그 많은 증거는 어디가고 이제 와서 증거조사의 필요나 증거인멸의 우려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자체가 그동안 검찰 수사에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을 놓고 논쟁이 거듭되는 가운데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번 주 내 결판이 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든 박근혜 전 대통령이든 그 누구든 법 앞에 평등합니다. 법의 잣대 또한 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없습니다. 어떤 정권이 주도하느냐에 따라, 어떤 검찰이 수사하는가에 따라, 어떤 판사가 재판하는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면 진정한 법치주의 사회라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서 변호사가 언급한 것처럼 재판부는 절대 여론이나 정권의 눈치를 의식해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지공무사(至公無私)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글=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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