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박재승)는 26일 대통령 탄핵과 관련, "국회의 탄핵소추는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적법절차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사실상 각하의견을 담은 '대통령 탄핵에 관한 법률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변협이 '중대한 하자'에 대한 문제점을 A4용지 8장으로 조목조목 지적한 법률의견서는 "국가기관이 개인의 권리를 박탈할 때는 대상자에게 정식으로 통지해야 할 의무와 해명할 청문의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국회는 탄핵소추안이 상정됐을 때 대통령이나 대리인에게 통지조차 하지 않아 해명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며 "설령 국회법상의 절차를 모두 거쳤다고 하더라도 헌법상의 적법절차인 탄핵대상자에 대한 사전통지 및 청문절차를 거치지 않은 만큼 적법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협은 "본회의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제안자가 아닌 의장이 제안취지 설명을 문건으로 대체하고, 질의·토론 없이 표결한 것에 대해 국회는 '인사' 안건과 '관행'이라는 이유로 생략할 수 있다고 하지만 법리상 탄핵소추를 인사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또한 적법절차는 관행에 우선하는데, 국회의 편의 또는 관행을 위해 탄핵대상자의 권리를 적법절차 없이 박탈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변협은 또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사유 4가지 중 2가지가 상원에서 부결됐던 것과 같이 탄핵사유는 포괄적으로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특정돼 표결돼야 하는데 세 개의 탄핵사유를 포괄적으로 표결에 붙였다"며 "의원들이 개개의 탄핵사유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포괄적으로 표결을 함으로써 의원들이 제대로 의사표시를 하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협은 "국회는 의원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에 대해 법사위에 회부해 조사하는 것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최소한의 조사나 심의도 하지 않는 등 형식상의 체계조차 갖추지 않은 채 의결했다"고 덧붙였다.


변협은 특히 "대통령 탄핵의 요건은 직무집행과 관련성이 있는 중대한 것이어야 하며, 탄핵 사유는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법행위뿐만 아니라 고의가 입증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선거법 위반 부분은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조항은 정무직인 대통령의 정당 및 정치활동을 인정하는 헌법이나 정당법 규정과 충돌하는데다가 기자회견에서의 질문에 답한 것을 고려할 때 파면될 정도로 중대한 탄핵사유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측근비리의 경우도 "측근비리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형사법상 자기책임의 원칙이 전제되고, 헌법상 연좌제금지의 원칙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관련돼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의 관련성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측근비리를 탄핵사유로 삼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경제파탄 부분도 헌법학자 대부분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책상의 실책은 탄핵사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그러면서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심리하는 헌법재판소는 민주주의 및 적법절차의 원칙에 대한 시금석을 세울 수 있도록 오직 법리에 입각해 심판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