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명우난(處名尤難)
[요약] (處: 살 처. 名: 이름 명. 尤: 더욱 우. 難: 어려울 난)
이름을 이루기(有名)가 참 어렵지만, 그 이름을 잘 간수하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뜻.
[출전] 《회증칠십운기혜장(懷橧七十韻寄惠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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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이하 조선일보 [정민의 世說新語] 처명우난(處名尤難)의 글.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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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은 백련사에 새 주지로 온 혜장을 신분을 감추고 찾아가서 만났다. 처음 만난 혜장은 꾸밀 줄 모르고 진솔했지만 거칠었다. 다산은 그런 그가 퍽 마음에 들었다. 이후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서 자주 만나 학문의 대화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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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이 혜장에게 써준 시 ‘회증칠십운기혜장(懷橧七十韻寄惠藏)’은 140구에 달하는 장시다. 혜장에게 건넨 진심어린 충고가 담겼다. 서두는 이렇다.
“이름 높은 선비를 내 살펴보니, 틀림없이 무리의 미움을 받네. 이름 이룸 진실로 쉽지 않지만, 이름에 잘 처하긴 더욱 어렵네. 이름이 한 단계 나아갈수록, 비방은 열 곱이나 높아만 가지(吾觀盛名士, 必爲衆所憎. 成名固未易, 處名尤難能. 名臺進一級, 謗屋高十層).”
높은 명성의 필연적 대가는 비방과 구설수다. 이름을 이루기가 참 어렵지만, 그 이름을 잘 간수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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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건너뛰어 읽는다.
“사람을 대하기가 가장 어려우니, 헐뜯는 말 여기에서 들끓는다네. 근엄하면 오만하다 의심을 하고, 우스갯말을 하면 얕본다 하지. 눈이 둔해 옛 알던 이 기억하지 못하면, 모두들 교만하다 얘기를 하네. 말에서 안 내렸다 까탈을 잡고, 불러도 대답 없다 성을 내누나(接物最費力, 毁言此沸騰. 色莊必疑亢, 語詼期云陵. 眼鈍不記舊, 皆謂志驕矜. 咎因騎不下, 怒在呯不譍).”
비방은 일거수일투족에 따라다닌다. 앉는 데마다 가시방석이요, 도처에 실족을 기다리는 눈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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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충고가 이어진다.
“덕은 가벼워서 들기 쉽지만, 비방은 무거워 못 이긴다네. 자기가 높이면 남이 누르고, 자신이 내려야 남이 올리지. 부드럽게 처신함 아이 같아야, 지극한 도(道) 내 몸에 엉기게 되네. 봉황은 더더욱 몸을 낮추고, 기러기도 주살을 두려워하지. 빼어난 기운은 머금어 둬야, 구름 박차 마침내 날 수가 있네(德車酋猶易擧, 謗重嗟難勝. 自揚必人抑, 自降必人升. 致柔如嬰兒, 至道迺可凝. 威鳳彌低垂, 冥鴻亦畏 . 逸氣有含蓄, 雲翮竟翔曾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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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받아든 혜장이 말했다.
“선생님! 어린아이처럼 부드럽게 처신하란 말씀을 새겨듣겠습니다. 오늘부터 제 호를 아암(兒巖)으로 하렵니다. 아이처럼 고분고분해지겠습니다.”
혜장의 호가 아암이 된 연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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