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법률상식

별거 중 외도, 불법행위일까? 아니다.

淸潭 2015. 8. 4. 15:11

별거 중 외도, 불법행위일까?

"혼인파탄 시, 불법으로 인정 안 돼"

 

베이비뉴스 | 이유주 기자 | 입력 2015.08.04. 14:47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배우자와 별거하며 장기간 만나지 않았을 때, 다른 이성과 성적인 관계를 맺어도 괜찮은 걸까? 다른 이성과의 만남이 배우자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는 불법행위가 될 수 있을까? 법제처를 통해 '혼인 파탄 후 제3자와의 성적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최신 판례를 소개한다.

◇ 사례

도혜빈과 박현성은 1995년 결혼했으나 경제적인 문제, 성격 차이 등으로 불화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2005년 박현성이 가출하면서 별거가 시작됐다. 그 후 둘은 관계를 회복하려는 별다른 노력 없이 서로를 비난하면서 지내왔다.

↑ 별거 중 외도, 불법행위일까? ⓒ법제처

별거 중 외도, 불법행위일까? ⓒ법제처

별거 중이던 박현성은 2010년 다른 여인 장미영을 만나 사귀게 됐고, 2015년 이혼소송을 제기해 현재 소송 진행 중에 있다.

한편 도혜빈은 자신과 박현성이 부부임을 알면서도 박현성과 사귀며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장미영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장미영은 박현성의 부부관계가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기에 박현성과 만나왔는데 소송까지 당하고 나니 황당하기만 하다. 과연 장미영은 도혜빈이 주장하는 정신적 고통 등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할까?

▲도혜빈

감히 내 남편을 만나? 아무리 같이 살 마음이 없는 부부 사이라고 해도 이혼하기 전까지는 여전히 법률적인 부부야. 너희 둘 사이는 법률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어! 넌 반드시 나에게 손해배상을 하게 될 거야.

▲장미영
당신들이 부부라고? 서로 연락 끊은 지가 몇 년인데 아직도 부부타령이야. 이혼만 안 했지 당신들은 남남이잖아. 이미 끝난 사이라고 해서 만났고, 사실 서로 끝난 거나 다름없잖아. 난 떳떳해. 손해배상을 할 이유가 없어!


◇ 어느 것이 정답일까?

장미영의 주장이 정답. 이 사례의 쟁점은 '혼인파탄 후 제3자와의 부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될 수 있는지의 여부다.

대법원은 "제3자가 부부의 한 쪽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고, 해당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라고 말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비록 부부가 아직 이혼 안 했지만, 이처럼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돼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제3자가 부부의 한 쪽과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이는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했다면 그의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이므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지만, 사례의 경우처럼 이미 부부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된 상태에 이른 경우라면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한 성적인 행위가 배우자에 대해 불법행위를 구성하지는 않는다는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