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명법문 명강의

염불은 올바로 기억하고 성찰해 지혜·자비로 세상 물들이는 수행

淸潭 2013. 8. 19. 15:14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
 
염불은 올바로 기억하고 성찰해 지혜·자비로 세상 물들이는 수행
2013.08.19 12:14 입력 발행호수 : 1207 호 / 발행일 : 2013-08-14

한국불교 특유 신행형태인 
백중 의식의 중심은 염불
팔정도의 수행법 중 하나로
의미·가치 바르게 알아서
일상 수행으로 생활화 해야

 

 

▲현응 스님

 

 

한국불교계에서 봉행하는 우란분절 백중천도법회는 한국불교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형태입니다. 우란분절은 목련존자가 하안거를 마친 승가에 공양해 어머니를 제도했다는, 2500여년 전 인도 불교의 풍습에서 기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여러 종교와 나라의 풍습이 두루 섞여 있습니다. 중국 도교에서는 음력 7월 보름을 중원절이라 해서 오곡백과를 차려 선망조상에게 제사지내는 풍습이 있었고 유교에도 매년 부모님께 제사지내는 풍습이 있습니다. 여기에 불보살님의 증명과 가피로 선망부모나 영가를 천도하고자 하는 불자들의 염원이 더해졌으니 한국, 중국, 인도의 풍습과 유불선의 의식이 모두 녹아있는 것이 천도법회입니다.


이렇게 해서 형성된 오늘날의 우란분절 천도법회는 기도, 불공. 염불, 독경, 사경, 스님들의 설법, 제사 등이 어우러져 49일간 진행되는 복합적인 불교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의식의 핵심은 염불입니다. 다양한 불교적 요소가 갖춰져 있지만 염불로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염불을 생활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자들 뿐 아니라 스님들도 49재 등 의식 때만 염불을 하지 생활화 돼 있지는 못합니다. 염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염불의 의미에 대한 이해나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염불의 의미를 확실히 알고 그것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만 생활 속에서도 가능해집니다.


염불은 유래가 오래되고 불교 사상과 불교 수행과 가르침의 핵심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염불은 생각 념(念)자와 부처 불(佛)자로 되어있습니다. 이 염자에는 많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하면 기억하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기억하고 생각하는가. 부처님 최초의 설법이 사성제와 팔정도이고 팔정도로 수행한다는 것은 다 아실 것입니다. 이 팔정도의 일곱 번째가 바로 정념, ‘올바로 생각한다’이며 여기서 유래한 수행법입니다. 부처님 당시의 정념 수행은 올바로 생각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올바로 기억한다는 의미였습니다. 2500년 전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록할 종이가 없었습니다. 기록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외웠습니다. 부처님은 약 40년간 설법하셨는데 처음 설법하신 이후로 부처님의 모든 말씀을 제자들은 고스란히 암기했습니다. 그러니 수행이라는 것은 곧 부처님의 가르침을 암기했다 기억해서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정념 수행이었습니다.


이렇게 기억해서 바르게 생각하는 수행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불교의 수행은 화두로 대표되는데 화두는 이야기를 잘 기억해 수행하는 것으로 이를 간화선이라고 합니다. 선사나 스승의 이야기를 잘 살펴서 거기에 집중해 성찰하는 것이 간화선의 초기 수행 형태였습니다.


이처럼 정념은 부처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잘 기억해서 살피는 것이고, 염불은 불교의 가장 핵심적인 수행법의 하나로 기억을 통해 암송을 해서 살피는 형태인 것입니다.


초기에는 정념이라고 행서 무상, 무아, 고, 열반 등 추상적인 개념을 살피는 것이 주였는데 기원전 1세기 경 조금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무상, 무아, 고, 열반이라 것은 결국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관점인데 이것을 막연히 변화한다는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과연 무엇이 변화하는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성찰이 시작된 것입니다. 조선 시대 서산대사의 시 중에 ‘삶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스러짐이다’라고 노래한 시가 있습니다. 또 영국의 낭만파 시인 셀리는 ‘구름’이라는 시에서 구름 스스로를 화자로 등장시켜 말하기를 ‘나는 변하기는 하지만 죽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시인이 상징과 비유로 표현한 무상의 가르침이고 무아의 가르침입니다.


초기 부처님 제자들이 삶을 관찰할 때 무상이나 무아 등 철학적 관점에 빠져있었던데 비해 동양으로 들어오면서 동양의 수행자들은 이 가르침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고 삼라만상을 관찰하여 변화의 관점과 상관성에 더 주목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니 생하는 것이라 할 수도 없고 멸하는 것이라 할 수도 없다는 표현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영생불사가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라 할 수도 없고 죽는 것이라 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즉 무상, 무아라는 가르침을 변화의 관점에서, 긍정적인 표현으로 말하자면 영원한 빛, 영원한 생명의 관점이 되는 것입니다. 즉 기원전 1세기부터 시작된 대승불교에서는 무상무아라 했던 초기불교의 논리의 사유를 변화의 과정에 있다는 관점에서 불생불멸이라는 본질 파악으로 심화시킨 것입니다.


이 영원한 생명, 영원한 광명을 인도어로 표현하면 아미타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아미타를 염송하는 것은 무상, 무아, 고, 열반 등 모든 것을 성찰하는 불교의 수행이었고 아미타 염송에는 이처럼 불교의 모든 가르침이 수행으로 응축해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획기적인 변화가 생겨났습니다. 바로 염송의 대상이던 아미타를 인격화 시켜 신적인 이름으로 만들어간 것입니다. 경전에서는 아미타불이든 어떤 부처님이든 그 이름을 부른다면 많은 가피를 입고 서방정토에 왕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경전에서는 서방정토가 이 땅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면서도 사바와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신라의 원효 스님도 깨달음의 입장에서는 정토와 사바가 다르지 않고 중생과 부처가 다르지 않고 서방정토의 아미타불이 우리의 한 마음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서양의 신, 즉 야훼를 비롯한 모든 신이 미망으로서의 신이라고 합니다. 만들어진 신이라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신, 이런 모습이 신일 것이라는 사람들의 착각에 의해 만들어진 신입니다. 자연의 현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던 시대이니 어떤 절대자가 있을 것이라는 미혹이 신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러나 불교의 아미타불은 미혹에 의해 만들어진 신이 아니라 우리가 의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신입니다. 영원한 생명, 영원한 광명이라는 이름 자체가 어떤 대상, 역사적 인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도적으로 불보살을 만들어 영원한 빛과 생명을 상징하고 필요에 따라 무상, 무아, 고, 열반을 성찰하는 방편으로 사용하며 필요에 따라 의지할 수 있는 대상으로 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염불의 대상인 불보살은 인격적인 대상으로 의지해서 가피를 입을 수도 입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와 둘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가 관세음이요, 아미타불입니다. 이는 불교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신앙형태로 명호 속에 담겨 있는 풍부한 교리적 상징을 성찰해 나가는 것입니다. 아미타불을 염하는 것은 무상, 무아, 고, 열반이라는 지혜를 구하는 것이고 관세음보살을 염하는 것은 스스로의 마음을 자비로 물들여가는 것입니다.


염불은 아미타불이나 불보살의 명호를 외우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말씀을 잘 외워서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를 통해 지혜를 열고 자비를 충만히 채워나가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물들여가는 것입니다.


염불에 대한 확신을 갖고 염불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모든 염불에는 부처님의 공덕과 지혜의 가르침이 녹아있습니다. 아미타불을 부르며 지혜를 통해 마음을 밝히고 관세음보살을 염하면서 자비의 마음으로 나와 우리 주변을 물들여가는 것입니다. 여러 불자님들 모두가 염불을 일상생활 속에 생활화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이 법문은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봉행한 우란분절 백중기도 중 5재가 봉행된 8월7일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설한 법문을 요약 게재한 것입니다.

 


 

현응 스님
1972년 해인사에서 일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4년 해인사에서 고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해인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봉암사, 해인사 등 제방선원에서 정진했다. 대한불교조계종 개혁회의 기획조정실장, 실상사 화엄학림 교수,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불교신문사장, 해인사 주지를 역임했다. 현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이며 저서로는 ‘깨달음과 역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