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법률상식

하급심 판사, 자신의 판결 뒤집은 大法 공개 비판

淸潭 2012. 11. 7. 14:09

 

하급심 판사, 자신의 판결 뒤집은 大法 공개 비판

  • 윤주헌 기자

     

  • 입력 : 2012.11.07 03:01 | 수정 : 2012.11.07 11:05

    성남지원 김동진 부장판사 "2심서 유죄 선고 했던 가짜 횡성한우 사건 대법원 교조주의에 무죄"

    '횡성 한우 사건' 2심 판결을 했던 판사가 자신의 판결을 뒤집은 대법원을 비판하는 글을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

    보수적인 법관 사회에서 하급심 판사가 대법원 판결을 사실상 공개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법원 관계자는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하급심 판사가 공개적으로 비판의 글을 올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43·사법연수원 25기·사진) 부장판사는 6일 법원 내부통신망(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춘천지법 형사항소부장 시절 가짜 횡성 한우를 판매한 농협 간부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는데 대법원이 교조주의(敎條主義)에 빠져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이상한 결론을 내렸다"고 썼다.

    김 판사가 말한 사건은 동횡성 농협 김모(53) 조합장 등 11명이 2008년부터 다른 지역에서 낳은 한우 483마리를 횡성에서 1개월 이상 키운 뒤 도축해 '횡성 한우' 브랜드를 붙여 판매했다가 농산물품질관리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이다.

    2심 재판장이었던 김 판사는 올 2월 "2개월도 못 키우고 도축해 팔았다면 '사육'이 아니라 '보관' 수준"이라며 김씨 등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최근 "소들에게 먹인 사료나 소들의 건강상태, 이동 후 도축까지 걸린 시간 등을 개별적으로 따져서 짧은 기간이라도 횡성에서 키웠다면 횡성 한우로 볼 수도 있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에 대해 김 판사는 "소가 팔린 지 몇 년이 지난 지금 대법원이 요구하는 방식의 조사가 어떻게 가능한가"라며 "대법원은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조사방법을 기준으로 제시해 무죄판결을 했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말한 '개별적 조사'는 소를 사육할 당시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것으로, 김 판사 주장은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 시점에서 정확히 당시 상황을 따져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 판사는 "판사가 법의 형식적인 의미에만 집착해 이상한 결론에 이르는 상황이 반복되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점점 멀어진다"며 "대법원이 습관적으로 집착하는 일반론보다는 농산물품질관리법이 제정된 본래의 정신을 밝혀주는 게 사법부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김 판사는 '이념 사법' 논란의 중심인 우리법연구회 소속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으며 서울지법과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거쳐 작년 2월 처음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우리법연구회의 경우 지난 2009년 촛불시위 담당 판사들에게 신속 재판을 요구한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 대법관에 임명되자 대법관 사퇴 촉구에 앞장서고 서열 중심의 대법관 인사 문제를 지적하며 대법원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판결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두고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