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불교음악

김영임 / 가야지

淸潭 2012. 4. 20. 10:43

 

 

 

 

 

 

 

  백 살 / 이정록


                                              


  얘야, 환갑 지난 지 한참인디, 이제 내 나이가 맻이다냐? 

  예, 아흔여섯이에요.

  그래, 백 살 여시가 되려믄 월마 남었다냐? 

  예, 사 년 남았어요.

  사 년이 월만디? 

  애비 젓가락하고, 제 젓가락을 합친 것만큼 이에요.

  ...... 

 

 오늘부터 나, 아무것도 안 먹을란다



  그로부터 식음을 전폐한 오수경 할머니는 아흐레 뒤
  선산에 오르셨다. 

  모르는 게 약이지, 혀를 차는 소리 동네 한팎을 떠돌았다.

  아무도 그 며느리를 탓하지 않았다. 

  사십구재를 지낸 다음날이 곗날이어서

  그 며느리 노래방에 따라갔다.

  조용필의 「한오백년」을 부르다가 눈물을 흘렸다. 

  운이 좋아 그날 곗돈 백만 원을 탔다.  얼마나 끔찍한 백인가. 

 

  숟가락 젓가락 들고는
  건너지 못할 달이 떠 있었다


 

*김영임 /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