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의 진실/줄기세포

황우석 사태’ 그 후 1년여 행적

淸潭 2007. 6. 12. 14:43

황우석 사태’ 그 후 1년여 행적

연구 재개 위해 강원래 체세포 받아


 

2005년 7월 31일 방영된 KBS 열린음악회. 가수 강원래씨에 이어 황우석 박사가 등장한다. “강원래씨를 벌떡 일으켜 과거 보여줬던 날렵한 솜씨를 보여줄 수 있도록….”
청중은 힘껏 박수를 쳤다. 그러나 이들의 기대는 몇 달 뒤 ‘논문 조작’ 사태와 함께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황우석 박사가 지난해 6월 20일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2002년 8월 교통사고를 당한 뒤 척수장애를 앓게 된 김모(12)군. 황 박사는 같은 해 10월 김군에게 “내가 반드시 너를 걷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김군의 아버지는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기꺼이 아들의 체세포를 황 박사 연구팀에 내줬다. 수립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된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2번 줄기세포(NT-2)가 바로 김군의 것이다.

황 박사가 최근 두 사람을 다시 만났다. 익명을 요구한 황 박사의 측근은 “강씨와 김군에게서 체세포를 채취했다”고 중앙SUNDAY에 밝혔다. “두 사람의 체세포는 황 박사가 앞으로 해외 컨소시엄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줄기세포 연구에 쓰일 계획”이라는 것이다.

취재팀은 황 박사가 기소된 지난해 5월 이후 그의 행적을 추적해왔다. 한동안 시련의 시기였다. 보건복지부의 승인이 취소되면서 법적으로 줄기세포 연구를 하지 못하게 됐다. 왼팔ㆍ오른팔 격이던 이병천ㆍ강성근 교수도 떠났다. 지난해 여름 서울 강남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와 조우했을 때 황 박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운동 부족으로 그의 아랫배는 눈에 띄게 나와 있었다. 그의 변호사는 “황 박사가 대인기피증까지 겪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연구원 30명과 함께 경기도 용인의 ‘수암생명과학연구원’에서 활동을 재개한다. 4월 19일 황 박사 팀의 김수 연구원을 만났다. 김 연구원은 “우리는 돈보다 명예회복을 위해 모여 있다”고 말했다.

-황 박사의 근황은.

“거의 매일 연구실에 나오고 있다. 연구원들과 숙식을 함께할 때도 많다. 요즘 새벽까지 연구 챙기고 독려하느라 건강 해치실까 무척 걱정이다.”

-황 박사의 심경은.

“서울대 조사위는 우리를 원천기술도 없는 사기꾼으로 매도해 놓았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만약 황 박사가 진짜 사기꾼이었다면 어떻게 많은 연구원이 이탈하지 않고 남아 있겠나.”

-연구 성과는 있나.

“지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동물 몇 종에 대한 복제가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김 연구원은 “중국을 비롯해 영국ㆍ미국 등에서 연구협력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외국에서 연구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박사가 해외 연구기관과 손을 잡는다는 얘기는 계속 퍼져나갔다. 재판이 지지부진한 데다 줄기세포 연구가 봉쇄돼 있는 탓이다. 지난해 5월 기소된 뒤 모두 12차례의 공판이 진행됐을 뿐이다. 최근 공판(이달 5일)에선 ‘PD수첩’ 제보자 K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출석하지 않았다. K씨는 “황 박사 지지자들이 방청석에 있는 상황에선 신변이 위협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지난달 말 황 박사가 지인들에게 자신의 해외연구 구상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밝히기에 이르렀다.

“황 박사가 매우 고무돼 있습디다. 11월이면 체세포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더군요.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선 해외연구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아요.”(측근 A씨)

한때 황 박사와 ‘황금박쥐’란 모임을 결성했던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의 출국 결심을 확인해주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밖(해외)에서 영입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어요. 황 박사는 국내에 남아서 연구하고 싶다는데 실험 허가가 안 나는 거예요. 가장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겪은 분, 그런 분이 밖으로 나간다, 이걸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 과정에서 취재팀은 황 박사가 강원래씨와 김군 아버지를 직접 만나 동의서를 받고 체세포를 채취한 사실을 알게 됐다. 연구팀에 과거 채취해놓은 체세포가 있지만 미국 회사 측의 요청에 따라 정식 절차를 밟았다는 것이다.

김군의 아버지를 찾아갔다. 그는 기자를 보자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체세포를 떼준 건) 사실입니다. 이미 동물 줄기세포에 있어선 신경세포 분화까지 해냈다고 하니,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때 기사화했으면 좋겠어요.”
강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씨는 “최근 황 교수를 만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으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의학계 일부에선 “황 박사 팀의 배반포 기술이 결코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며 황 박사의 재기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톨릭의대 구인회(생명윤리) 교수는

“논문 조작 사건으로 학자로서 국제적으로 신임을 잃은 사람이 어떻게 다시 줄기세포 연구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느냐”며 “난자 공급 과정 등의 윤리 문제도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박사로선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다. 또다시 많은 이의 기대가 부풀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기대가 깊은 절망으로 돌변할지도 모른다.

권석천ㆍ강민석ㆍ고성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