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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호미호미카페-[시] 바람아 멈추어다오

淸潭 2007. 4. 12. 20:02

 

 


      바람아 멈추어다오

       

      [homihomi-호미숙]

       

      황사가 지난간 흔적이

      고스란히 봄잎마다 묻어있다

      뿌옇게 시야를 가리고

      맑은 차창에도 마른 먼지 방울들이

      점점이 자국을 새겼다

       

      오늘은 바람이 거세다

      국립극장 뒤로 불어오르는 바람이

      남산타워를 향해 거친 숨소리로 치닫는다

       

      몽우리를 터뜨릴 준비하던 벚꽃들이

      떨어질 듯 매달려 겨우 버텨낸다

      막 피워내어 자태를 자랑하던

      봄색의 꽃잎들이 안간힘을 낸다

       

      과녁을 향해 날아가던 화살도

      바람에 실려 곤두박칠치고

      키큰 나무도 흔들리고

      낮은키 나무도 흔들리고

      서있던 사람도 흔들리고

      도시의 빌딩도 휘청인다

       

      무엇을 쓸어내고자 바람청소를 하는지

      4월의 시작부터 들리는 소식들은

      암울하기만한데,

       

      바람아 멈추어다오

      슬픈 바람일랑 거두어주고

      기쁜 소식 바람만 불어다오

       

      -시집 속의 향기-

      2007.4.4 AM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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