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그리고 활기 차게 늙기
고대 중국의 서한(西漢) 때 마원이라는 장사(壯士)가 있었다.
그는 형의 그늘에 있으면서도 무예와 글을 익히며
예절 바른 생활을 했다.
형이 세상을 떠난 후에야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광무제 때에는 대장수가 되었다.
그가 젊어서 입버릇처럼 한 얘기가 있다.
"대장부가 뜻을 품었으면
어려워도 굳세게 행동해야 하며 늙을수록 강건해야 한다."
그의 말의 마지막 행(行)인 노당익장(老當益壯)에서
우리가 자주 쓰는 노익장(老益壯)이 나왔다.
내 나이 60 이전에는 노익장이란 말이
노인들이 자위하며 하는 말인 줄 알았다.
늙으면 늙은 상태에서 손자와 손녀들과 즐겁게 사는 것이
최대의 낙인 것으로 생각했었었다.
그러다가 환갑을 지나
70이 내일 모레(?)인 지금의 형편에는
노익장이란 말이 참 좋은 것이라고
피부에 아주 가깝고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나이에 비해 아주 젊고 힘차 보여요." 라는 말만 들으면,
그런 말을 한 사람에게 모든 걸 다 주고 싶어진다 (하나만 빼고..).
"내가 과연 노익장이란 말을 들을 만큼 갖춘 것들이 있을까!?
라는 반문도 한다.
하기야 하기 좋은 말로
"나이는 연수(年數)에 의해 먹을 수도 있으나
생각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더 실감 있는 것이다.
마치 높이 있는 포도를 따먹지 못하던 여우가 뱉은 말인
"저 포도는 실 꺼야!,"라는 자포자기를
가장 아름답게 포장한 듯한 인상을 준다.
가끔 늙었으면서도 젊은 사람들 못지 않게 활발하고
힘있게 사는 사는 '늙은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나 역시 그 '부류의 인물'에 해당되는가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도 해 본다.
어떤 분야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노익장 소리를 기쁘게 들을 수 있느냐
못 듣느냐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냐고....
대개 젊어서 뇌에 손상을 입을 정도의 과격한 운동을 한 사람들은
(권투 선수를 비롯한 투기선수들, 축구 선수)은
늙어서 머리가 맑지 못해서
겉에 나타난 노익장에 지나지 못할 때가 많다.
그 대신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백발을 휘날리며
정신적 노익장임을 자신 있게 보여줘서 아름답다.
그런데 나는 욕심이 과한 모양이다.
겉과 속 아울러 노익장으로 살기를 바라고 있으니 말이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 가운데 그런 종류의 삶을 누린 예가 많다.
모세는 죽기 직전까지 눈이 어둡지 않고 정력 역시 대단했으며,
갈렙 또한 노익장을 과시하며 말을 타고 현장에서 싸움을 했다.
참 신앙과 바른 정신 그리고 육체 단련을 위해 열심히 살면
정신과 육체 모두의 노익장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다.
지금 젊다고 해야 늙는 시간은 매우 빨리 온다.
어제 4월 7일이 내 아내의 65회 생일이라
이런 생각을 더 했는지도 모른다.
여자 노익장도 있나 몰라.
* 흐르는 곡 *
Heitor Villa-Lobos 작곡
브라질풍의 바흐 제5번(07:05)
Aria from Bachianas Brasileiras No.5
소프라노/Anna Mof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