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 17696

伊川(이천)-유몽인(柳夢寅, 1559-1623)

伊川(이천)-유몽인(柳夢寅, 1559-1623) 이천에서 貧女嗚梭淚滿腮(빈녀오사루만시) 寒衣初擬爲郞裁(한의초의위랑재) 明朝裂與催租吏(명조렬여최조리) 一吏纔歸一吏來(일리재귀일리래) 베 짜는 아낙네는 눈물만 뺨에 가득 겨울 옷 애초에 낭군 입힐 작정했지. 내일 아침 끊어서 관리에게 건네주면 한 관리 가자마자 다른 관리 찾아오리. 嗚梭(명사) : 베 짜는 북이 운다. 腮(시) : 뺨. 初擬(초의) : 처음엔 ~할 생각이었다. 爲郞裁(위랑재) : 낭군을 위해 마름질 하다. 裂與(열여) : (짜던 베를) 끊어서 주다. 催租吏(최조리) : 세금을 재촉하는 관리. 纔歸(재귀) : 겨우 돌아가다. 돌아가자마자.

글,문학/漢詩 2021.06.25

전조(前兆)를 잘 읽어야

전조(前兆)를 잘 읽어야 『맹자』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나온다. 맹자의 고향인 추(鄒)나라와 노(魯)나라가 전쟁을 벌였다. 이 전쟁에서 추나라의 유사(有司)가 33명이나 죽었는데 백성은 한 명도 죽지 않았다. 여기서 유사는 일선 지휘관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고민에 싸인 추나라 임금이 맹자에게 물었다. “유사가 죽는 현장에서 달아난 백성을 처벌하려니 너무 많아서 모두 처벌할 수가 없고, 처벌하지 않으려니 상관이 죽는 걸 노려보면서 구원하지 않은 죄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맹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흉년이 들어 기근에 시달릴 때 임금의 백성 중 노약자는 굶어서 시궁창에 쓰러져 죽고, 건장한 자들은 살길을 찾아 살던 곳을 떠나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수천 명이 그런 고초를 겪었지요. 그때 임..

얘야, 좀 더 있다 가려믄

얘야, 좀 더 있다 가려믄 이 시는 모주(茅洲) 김시보(金時保, 1658~1734)의 작품입니다. 김시보는 본관이 안동(安東)이고, 자는 사경(士敬)이며 호는 모주(茅洲)입니다. 조선후기 한시 쇄신을 이끈 백악시단의 일원으로서 시명(詩名)이 높았던 문인입니다. 시의 제목과 수련(首聯)의 내용을 보면 시집갔던 시인의 큰딸아이가 무슨 일인가로 친정을 찾았던 모양입니다. 출가외인(出嫁外人)이란 말이 있듯 조선시대 시집간 여성은 친정에 발걸음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습니다. 친정 부모의 생신이나 제사, 농번기가 끝난 추석에나 시부모께 말미를 얻어 친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친정을 찾은 딸아이는 더없이 반갑고 예쁩니다. 그래서 시인은 기쁜 마음에 술잔을 들었고, 그렇게 기분 좋게 늦은 단잠에 빠질 수 있었..

無題(무제)-최경창(崔慶昌

無題(무제)-최경창(崔慶昌, 1539-1583) 無題(무제)-최경창(崔慶昌, 1539-1583) 제목 없음 君居京邑妾楊州(군거경읍첩양주) 日日思君上翠樓(일일사군상취루) 芳草漸多楊柳老(방초점다양류노) 夕陽空見水西流(석양공견수서류) 님께서는 서울 살고 저는 양주에 있어 날마다 님 생각에 푸른 누락 오릅니다 방초 점차 짙푸르고 양류조차 늘어지니 석양에 부질없이 서쪽 흐르는 물만 보네. 妾(첩) : 예전 여인들이 자신을 낮추어 부르던 말. 思君(사군) : 님을 그리다. 漸多(점다) : 점점 많아지다.

글,문학/漢詩 2021.06.09

대은암에 있는 남지정의 옛집

大隱巖南止亭故宅(대은암남지정고택)-최경창(崔慶昌, 1539-1583) 大隱巖南止亭故宅(대은암남지정고택)-최경창(崔慶昌, 1539-1583) 대은암에 있는 남지정의 옛집 門前車馬散如烟(문전거마산여연) 相國繁華未百年(상국번화미백년) 深巷寥寥過寒食(심항료료과한식) 茱萸花發古墻邊(수유화발고장변) 문 앞 수레와 말 연기처럼 흩어지니 정승의 번화도 백 년이 못 갔구려. 깊은 골목 적막해라 한식도 지났는데 해 묵은 담장 가에 수유꽃이 피었네. 南止亭(남지정) : 南袞(남곤). 相國(상국) : 재상. 寥寥(료료) : 적막한 모양. 墻邊(장변) : 담장 가. 己卯士禍는 1519년(중종 14) 11월 조광조(趙光祖)·김정(金淨)·김식(金湜) 등 신진사류가 남곤 (南袞)·심정(沈貞)·홍경주(洪景舟) 등의 훈구 재상에 의해 ..

글,문학/漢詩 2021.06.07

친구야, 인생 별거 없더라.

친구야, 인생 별거 없더라. 이래 생각하면 이렇고, 저래 생각하면 저렇고, 내 생각이 맞는지... 니 생각이 맞는지 정답은 없더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자. 내가 잘나 뭐하고, 니가 잘나 뭐하나. 어차피 한 세상 살다가 한줌에 흙으로 돌아갈 건데, 이 세상 누구도 영원한 삶은 없다네. 화낸들 뭐하고, 싸운들 무엇하나. 저주는 것이 이기는 것이고, 뼈에 박히고 가시가 있는 말들도 우린 씹어 삼킬 나이와 가슴이 있잖아. 때로는 저주고, 때로는 넘어가 주고, 때로는 모른 척 해주자. 그게 우리 아닌가. 어차피 우린 친군데, 그게 무슨 소용 있겠나? 이왕 살다 가는 세상 그 무엇이라고. 안 되는 거 없고 못할 것도 없다. 여보게 친구, 어느덧 우리 인생도 이제 가을이 되었네그려. 꽃피는 봄 꽃다운 청춘 그 좋..

어버이의 마음

어버이의 마음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5월에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껴있습니다.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것도 단정적으로 이 두 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중순 무렵엔 스승의 날도 있고 석가탄신일도 으레 이맘때쯤 직장인들에게 부처님의 자비를 베풀곤 하지만, 적어도 이런 날들은 ‘가정(家庭)’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 보이니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는 반드시 누군가의 자식이면서, 또 어쩌다가 누군가의 어버이일 수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어린이날은 어느새 사람 북적북적한 유원지에 의무적으로 놀러 가는 날, 어버이날은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꽃집 들려서 꽃 좋아하지도 않는 부모님께 덥석 꽃다발 안기는 날이 되어 버린 듯 싶습니다. 마치 중세 유럽의 면죄부처럼, 카네이..

나의 이름은(3)

나의 이름은(3) 위는 송병순이 이병철(李柄喆)에게 지어준 글이다. 이병철은 자가 희언(希彥)으로, 생몰연대 및 행적은 자세하지 않다. 다만 작자의 형 송병선(宋秉璿)의 『연재집(淵齋集)』 연보를 보면 송병선의 자질(子姪) 혹은 문인(門人)이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송병선을 중심으로 한 인맥 속에서 작자와도 비교적 가까운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작자는 먼저, 침묵을 극단적으로 지향하는 설선(薛瑄, 1389~1464)의 말을 제시한다. 그러나 곧 침묵으로만 일관하는 것은 불가(佛家)의 적멸(寂滅)에 가깝고, 말해야 할 때는 말하고 침묵해야 할 때는 침묵해야 한다며 설선의 말을 비판한다. 작자가 생각하는, 말과 침묵을 시의적절하게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대상은 하늘이다. 하늘은 평소에는 고요하지만 때..

春日城南卽事 - 권근(權近

春日城南卽事 - 권근(權近, 1352-1409) 봄날 성남에서 春風忽已近淸明(춘풍홀이근청명) 細雨霏霏晩未晴(세우비비만미청) 屋角杏花開欲遍(옥각행화개욕편) 數枝含露向人傾(수지함로향인경) 봄바람 어느새 청명(淸明)에 가까워 보슬비 보슬보슬 늦도록 개지 않네. 집 모롱이 살구꽃 활짝 피어나려는 듯 이슬 먹은 몇 가지 날 향해 기울었네. 淸明(청명) : 24절기의 하나. 춘분 다음. 양력 4월5,6일경. 霏霏(비비) : 비가 보슬 보슬 내리는 모양. 晴(청) : 날이 개다. 屋角(옥각) : 집 모퉁이. 開欲遍(개욕편) : 활짝 피어 흐드러지려고 함. 向人傾(향인경) : 사람을 향해 기울다. 비를 맞아 무게를 못 이겨 기운 모양.

글,문학/漢詩 2021.03.19

天壽寺 - 崔斯立(최사립)

天壽寺 - 崔斯立(최사립) 天壽門前柳絮飛 천수문전류서비 一壺來待故人歸 일호래대고인귀 眼穿落日長程晩 안천락일장정만 多少行人近却非 다소행인근각비 천수문 앞에는 버들개지 날리는데 술병 하나 들고 옛 친구 돌아오기 기다리네. 지는 해에 먼 길을 뚫어져라 보노라니 지나는 행인 벗인가 싶은데 가까이 오면 아니네. 이태준의 소설 에서는 황진이가 이사종(李士宗)을 기다리면서 나타나지 않자 이 시를 읊조리며 기다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카페 바로가기

글,문학/漢詩 2021.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