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빈 바랑

“나눔 가르치는 경전 읽으며 싸우다니요?”

淸潭 2007. 2. 10. 15:40

“나눔 가르치는 경전 읽으며 싸우다니요?”

 


 

경력부터 특이했다.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감리교신학대학원 및 동국대 대학원 인도철학과에서 각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크리스천 헤럴드의 편집장, 영성수련 공동체 ‘코리아 아쉬람’ 대표….

최근 출간된 ‘예수, 석가를 만나다’(코나투스)의 저자 이명권(49·사진) 씨. 신학자, 불교학자, 종교학자에 영성운동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지정된 ‘예수, 노자를 만나다’도 썼으니 노장(老莊)까지 섭렵한 셈.

서양과 동양사상의 만남, 종교 간 대화와 상생이라는 일관된 주제에 천착해 온 이 씨는 예수와 석가, 성경과 반야심경을 끌어내 두 종교를 관통하는 궁극적 합일점을 찾아내고 있다.

반야심경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을 270자의 한자로 압축한 불교의 핵심경전이다.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는 불교의 공(空)사상이 그 요체다. 이 씨는 반야심경을 한 자 한 자 풀어내면서 이것이 기독교의 핵심 교리에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를 보여 준다.

‘마하’는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로 ‘절대적으로 크고 많으며 뛰어난 것’, 즉 ‘비교 불가능한 유일한 체험’을 뜻한다. 기독교에서의 ‘마하’는 곧 ‘하나님 체험’이다. 하나님의 체험은 큰 깨달음이며 그것은 ‘아하!’라는 감탄사와 함께 찾아온다.

‘반야’는 절대적 깨달음의 ‘지혜’를 의미한다. 진리에 이르는 길, 이는 절대자 하나님에게 가는 지혜의 문, 곧 ‘믿음’이다. ‘바라밀다’는 정토로 건너가는 ‘도피안(到彼岸)’을 뜻한다. 이 세상에서 정토로 건너가는 길목, 그것은 기독교에선 십자가다. 십자가는 하늘과 땅을 이어 주는 상징이다.

반야심경의 첫 단어 ‘관자재(觀自在)’의 의미도 예사롭지 않다. 관자재는 ‘관세음(觀世音)’의 또 다른 표현이지만 ‘자재’는 ‘스스로 있는 자’, 기독교에선 단연 여호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야심경의 핵심 화두인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인간의 정신을 포함한 물질세계인 ‘색’과 그 운동원리나 연기(緣起)적 속성 때문에 고유한 성질이 없는 ‘공’이 같다는 것은 속(俗)과 성(聖)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의 길을 강조한 것이라고 본다. ‘하나님은 절대자지만 상대적인 세계를 창조하고 독생자를 보내 가변적인 세상을 사랑하고 포용하고 구원하는 행위’로 이 씨는 대체한다.  

이 씨는 “종교가 사회의 평화를 추구하기보다 배타적 자세로 분쟁을 부추기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며 “각 경전의 핵심을 연구하다 보면 비움과 나눔, 사귐과 공존 상생이 바탕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