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빈 바랑

신비한 마음의 작용

淸潭 2007. 1. 18. 11:29
신비한 마음의 작용
 
 
 

청운 스님
표충사 주지

우리는 살아가면서 기쁘기도 하고 성내기도 하며 또한 슬퍼하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감정들은 보는 대상마다 다르고, 보는 때에 따라 다르고, 보는 곳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장의 사업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산비탈 같은 곳을 자주 올라가야 하므로 기존에 갖고 있던 승용차를 팔고 지프차로 바꾸고 싶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마음먹고 중고차 시장을 돌아 다녔는데 하루 종일 눈에 지프차만 보이더라는 것입니다.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마음속에서 ‘지프차’‘지프차’하니까 실제로 지프차만 지나가더란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하면 사람에게 드러나는 모든 것은 한마디로 ‘마음작용’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화엄경』에서 부처님은 ‘마음은 그림 그리는 것과 같아서 여러 가지 세상일을 그려내니 온갖 정신작용이 이를 쫓아 나오는 것이라서 마음이 만들지 않는 것이 없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는 우주의 온갖 존재는 마음이 빚어낸 산물이므로 마음을 여의고 존재하는 것은 없으며 마음은 존재하는 모든 것의 본체로서 유일하게 실재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부처님의 이러한 가르침을 따르고 학문적으로 주장하는 논리체계가 유심론입니다. 이 유심론에서 마음의 작용에 대하여 면밀히 체계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유심론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식(識)이라 하는데 이는 분별하고 판단하는 인식작용을 말 합니다. 이 식은 눈에서 생기는 안식, 귀로 들어서 생기는 이식, 코로 냄새를 맡아서 생기는 비식, 혀로 맛보아서 생기는 설식, 피부로 느끼는 신식의 전 5식과 동물이나 미생물에 없는 감정의 제6식, 자아의식이라는 제7식, 잠재의식의 제8식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제 6식인 감정세계는 우리 사람에게만 있는 정신능력입니다. 서양에서는 이를 일러 이성이라고 합니다. 이 감정세계는 우리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인식작용입니다. 인간에게 온갖 정보를 분별하고 판단해주는 마음의 정리기관입니다. 그래서 뇌라는 우리 신체기관에서 나오는 정신세계가 마음을 낳게 되는 것이지요. 부처님이 발견한 이 마음의 세계가 자아의식이라는 제7식으로 이어지고 아뢰야식이라는 잠재의식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윤회와도 통하는 이러한 의식들을 부처님께서는 윤회의 씨가 된다고도 설하였습니다.

부처님은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고 했습니다. 즉 일체유심조라 하였는데 마음이 작동하지 않으면 있어도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의상스님과 힘께 당나라 유학을 가던 중 비를 피해 토굴에 들어갔다가 해골에 고인 물을 마시고 깨쳤다는 이야기는 바로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밤에 해골에 고인 물인 줄 모르고 마실 때는 물이 그렇게 맛이 있었지만 그 이튿날 그 물이 해골에 고인 물임을 알았을 때는 구역질이 났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바로 잠재의식인 제8식이 발동하였기 때문입니다. 해골에 고인 더러운 물이라는 경험적 인식이 제8식에 저장되어 있다가 조건을 만나 바로 노출된 것입니다. 부처님은 이 마음을 밝힌 것입니다.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심상이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마음이 온통 지프차에 가 있으면 잠재의식이 자아의식을 조종하고 자아의식은 감정을 조종하여 눈으로 지프차만 보이게 한다는 것입니다. 잠시 다른 기능을 정지시키는 것이지요. 이는 참으로 명쾌하고도 쉬운 마음에 대한 설법이 아니겠습니까. 결국 마음이 곧 부처이기도 하고 중생이기도 하며 생기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하니 이것을 불가사의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세상과 인생을 알고 불법을 알며 내 마음을 아는 것 이것이 바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며 모든 일이나 세상사가 마음에서 마음으로 나오는 신비한 마음의 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