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어잡편〔警語雜編〕 114편
지봉집 제29권 / 잡저(雜著) / 이수광(李睟光)
경어잡편〔警語雜編〕=道는 民生의 일용속에 있다.
1
만물 가운데 사람이 가장 귀한 것은 도덕(道德)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귀할 만한 실제가 없다면 만물과 똑같을 것이니, 어찌 귀할 수 있겠는가.
2
중(中)ㆍ정(正)ㆍ인(仁)ㆍ의(義)는 사람의 극(極)이니, 이를 닦으면 군자이고 이를 어기면 소인이다.
3
지극히 성실한 도는 천지와 나란히 서고, 지극한 이치가 담긴 말은 천지와 나란히 존재한다.
4
성인의 말씀이 육경(六經)에 담겨 있으니, 배우는 자들이 경을 읽어 여기에서 얻는 것이 있으면 육경이 나를 위한 말일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경은 따로 경이요 나는 따로 나일 것이다.
5
학문을 할 적에 경전을 강습하는 것은 비록 스승과 벗을 의뢰해야 하지만, 정진하는 공부는 오로지 스스로 닦는 데 달려있어 털끝만큼이라도 남에게 빌릴 수 없는 점이 있다.
6
학문을 하는 것은 역시 모름지기 대단히 용맹하게 전진하여 늘 배를 태워버리고 솥을 부숴버리는 의사가 있어야 성취를 기대할 수 있다.
7
성인의 마음은 하늘과 운행을 함께하니, 마음으로 하늘의 운행을 본받는 것은 학자의 일이다.
8
사람은 모름지기 이 마음을 알고자 해야 한다. 마음은 알기만 하면 다른 데로 달려가지 않으니, 배우는 자의 긴요한 공부가 바로 여기에 있다.
9
《예기(禮記)》에서 말한 ‘구용(九容)’은 단지 하나의 ‘경(敬)’ 자일 따름이다.
10
무릇 사람이 배우는 이유는 그 마음이 성인과 같지 않기 때문이니, 만약 나의 마음이 털끝만큼이라도 성인에 미치지 못하면 스스로 끝났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11
학문에 뜻을 둔 선비가 조금 얻은 것으로 만족하면 끝내 얻지 못할 것이다.
12
마음이 정해진[定] 자는 움직여도 오히려 고요하니[靜], 정해지지도 못하고서 고요하기를 구하고자 하면 도리어 고요하지 못하게 된다.
13
견득한 것이 참되지 못하면 도에 들어갈 수 없고, 지키는 것이 견고하지 못하면 학문에 진전하지 못한다.
14
학문을 하는 것은 오직 성심을 다하고 오래도록 유지하는 데 달렸을 뿐이니, 성심을 다하면 통하지 않는 것이 없고 오래도록 유지하면 얻지 못하는 것이 없다.
15
배우는 자의 날마다 하는 공부는 오직 위를 향하는[向上] 한 가지 일일 따름이다.
16
군자의 마음은 남도 없고 나도 없다. 그러므로 남에게 선이 있으면 자기가 취하여 선을 하고, 자기에게 선이 있으면 남들도 모두 선하게 하고자 한다.
17
배우는 자가 이미 나아갈 방향을 알았다면 곧바로 착수하여 공력을 쏟아야지 절대 망설이거나 기다려서는 안 된다.
18
예로부터 성현의 학문과 사업은 모두 ‘근독(謹獨)’에서 나왔다.
19
사람이 능히 선악을 분별하기를 흑백(黑白)을 분별하듯이 하면 절로 감히 악을 행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학문은 이치를 밝히는 것을 요체로 삼는다.
20
바른 생각이 보존되면 한 마음이 절로 바르게 되고, 실제 덕이 확립되면 온갖 행실이 모두 진실하게 된다.
21
배우되 소득이 없는 자는 늙지 않아도 쇠하고 소득이 있는 자는 늙어도 쇠하지 않으니, 늙는 것은 용모이고 쇠하지 않는 것은 지기(志氣)이다.
22
마음의 본체는 본래 고요하니, 능히 이 마음을 지켜서 외물과 함께 치달리지 않으면 형기(形氣)에 얽매이지 않는다.
23
배우는 자가 공부를 할 때 진실로 너무 느려서도 안 되고, 빨리하려 해서도 안 되니,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으면 묘함이 그 가운데 있다.
24
스스로를 다스리는 데 엄격하고 남의 과실과 악행은 논하지 말 것이며, 스스로를 믿는 데 독실하고 남의 진실과 거짓은 따지지 말 것이다.
25
입을 지키기를 병과 같이 하여 들이기만 하고 내보내지 말 것이다.
26
예(禮)가 아니면 말하지 말 것이니, 그렇게 하면 말이 간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27
말은 도(道)를 싣는 것이지만 도를 다하기에는 부족하니, 경전을 읽는 자는 응당 그 말이 싣고 있는 것을 통해 그 말이 싣지 못한 것까지 미쳐야 한다.
28
함양(涵養) 공부는 모름지기 일에 대처하고[處事] 남을 상대할 때[接物] 힘을 쏟아야 하니, 만약 그저 눈을 감고 꼿꼿이 앉아있기만 하면서 이를 ‘함양’이라 하면 잘못이다.
29
배우는 자는 비록 스스로를 믿는 데 독실해야 하지만, 만약 믿을 만한 도가 없는데도 망녕되이 스스로를 믿으려 하면 또한 옳지 못하다.
30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저마다 그 보배가 있는데, 스스로 아는 자는 드물다.
31
옛 성현의 언어는 한 글자 한 글자가 깊고 간절하여 극진한 도리가 아님이 없으니, 배우는 자가 마음을 비우고 완미 탐색하면 절로 그 맛을 느낄 것이다.
32
조금이라도 이록(利祿)을 도모하는 마음이 있으면 학자(學者)가 아니요, 조금이라도 이해(利害)를 계교하는 마음이 있으면 유자(儒者)가 아니다.
33
군자는 이치가 마음에 계합하고서도 마지못한 뒤에야 말을 하니,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34
학문은 진전을 공효로 삼으니, 만약 오래 동안 배우고서도 성정과 기질이 털끝만큼도 변화됨을 보지 못하면 학문을 어디에다 쓰겠는가.
35
뜻을 세움[立志]은 반드시 전일하게 하고 학문에 나아감[進學]은 반드시 용맹하게 해야 하며, 반성하여 살핌[省察]은 반드시 정밀하게 하고 마음을 보존하고 본성을 기름[存養]은 반드시 익숙하게 해야 한다.
36
남을 통해 아는 것은 자득(自得)이 아니다. 그러므로 강설(講說)을 아무리 많이 들어도 공효를 거둠은 적은 것이다.
37
육경(六經)은 성인의 마음이니, 배우는 자가 마음으로 경을 궁구하면 소득이 있을 것이요, 문자로 경을 훑으면 소득이 없을 것이다.
38
배우는 자가 수시로 이 마음을 일깨워서 스물네 시간 가운데 한 순간도 끊어짐이 없게 하면 절로 공효를 볼 것이다.
39
일평생 문장만 전공하고 강학(講學)으로 옮길 줄 모르면 미혹됨이 심한 자이다.
40
견지하여 바꾸지 않는 것을 ‘자수(自守)’라 이르고, 고수하여 의심하지 않는 것을 ‘자신(自信)’이라 이른다.
41
남이 나를 믿지 않는 것은 나의 마음가짐이 진실되지 못해서이고, 남이 나에게 복종하지 않는 것은 나의 성의가 극진하지 못해서이다.
42
지금 사람들은 학문을 하는 데에는 힘을 쏟으려 하지 않고, 도리어 딴 일에다 쓸데없이 허다한 심력을 낭비하니, 먼저 힘써야 할 일을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43
무릇 사람의 언행은 반드시 충후(忠厚)함을 위주로 해야 한다.
44
일 가운데 생각해서는 안 되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즉시 끊어버리면 생각이 없고 함이 없을 수 있다.
45
군자는 공경하지 않음이 없으니, 앉아 있을 때 시동(尸童)처럼 하는 것은 앉아 있을 때의 공경이요, 서 있을 때 재계(齋戒)하듯이 하는 것은 서 있을 때의 공경이며, 손을 가지런히 하고 발을 모으는 것[齊手斂足]으로 말하면 누워 있을 때의 공경이다.
46
군자는 응당 산악처럼 굳고 고요해야 하고, 절벽처럼 곧고 발라야 한다.
47
선과 악은 자기에게 달렸고 비방과 칭찬은 남에게 달렸으니, 자기에게 달린 것은 힘을 쓰고 남에게 달린 것은 내버려 둘 것이다.
48
마음은 눈과 같으니, 사물이 이를 가리면 밝지 못하다. 그러므로 마음속에는 한 가지 사물도 있게 해서는 안 된다.
49
노여움은 칠정(七情)이 발한 것이요, 또한 사람에게 없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은 혈기(血氣)의 노여움이요,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은 의리(義理)의 노여움이다.
50
사람이 마음을 쓰는 곳이 없어서는 안 되니, 이미 마음을 쓰는 곳이 있으면 자연히 생각이 다른 데 미치지 않을 것이다.
51
선비가 된 자는 응당 쓸모가 있는 학문을 해야지 쓸모가 없는 문장을 해서는 안 되며, 이로움이 있는 말을 해야지 이로움이 없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52
경서(經書)와 사서(史書)를 널리 보았으면서도 정치(政治)에 미루지 못하면 역시 배워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53
배우는 자가 실제 마음[實心]이 있으면 실제 덕[實德]이 있고, 실제 공[實功]이 없으면 실제 소득[實得]이 없으니, 절로 가릴 수 없는 점이 있다.
54
성찰이 진실로 정밀하면 사사로운 욕심이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깨달아서 자연히 싹이 트지 못할 것이다.
55
말은 행동과 다르게 하지 말고 행동은 말과 다르게 하지 말아야 하니, 언행이 서로 부합하는 자를 ‘정인(正人)’이라 하고 언행이 서로 어긋나는 자를 ‘소인(小人)’이라 한다.
56
마음은 생각이 없을 수 없는데, 선을 생각하면 정념(正念)이고 악을 생각하면 망념(妄念)이다. 그러므로 늘 선을 생각하고 악을 생각하지 않는 것을 ‘마음에 망념이 없다.[心無妄念]’라고 한다.
57
배움은 넓을 필요가 없으니, 넓으면 잡되기가 쉽다. 말은 많을 필요가 없으니 많으면 질리기가 쉽다.
58
선비가 된 자는 응당 남이 배우지 못하는 것을 배우고, 남이 행하지 못하는 것을 행하고, 남이 얻지 못하는 것을 얻어야 한다.
59
도(道)에 대해 견득한 자는 무엇을 취하든 만족스럽지 않음이 없고 어디에 처하든 즐겁지 않음이 없으니, 그 견득하지 못한 자는 이와 반대이다.
60
말을 하는 자는 반드시 아는 것은 아니고, 아는 자는 말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61
옛사람은 나이가 높아질수록 덕이 더욱 높아졌는데 지금 사람은 나이가 높아질수록 덕이 더욱 줄어드니, 이는 다름이 아니라 덕성을 확충하여 함양하기를 올바른 도로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62
나에게 있는 저울이 정해지지도 않았으면서 시비와 장단을 논하고자 한다면 어긋나지 않을 자가 있지 않을 것이다.
63
두려워하는 것이 있으면 하지 않는 것이 있고, 두려워하는 것이 없으면 하지 못하는 짓이 없는데, 군자는 늘 경외하는 마음을 보존하기 때문에 두려워할 만한 근심이 없는 것이다.
64
무릇 뜻만 원대하고 재능이 소략한 자는 배움이 충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65
잘 가르치는 자는 사람을 따라 가르치고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을 강요하지 않으며, 잘 다스리는 자는 시대를 따라 다스리고 시대가 할 수 없는 것을 어기지 않는다.
66
일을 하는 자가 지모(智謀)의 말단에만 구구하게 얽매이고 천리(天理)의 올바름을 따르지 않으면, 비록 한 시대에 공을 이루더라도 요행일 따름이다.
67
사람이 마음속에 하나의 ‘사(私)’를 두기만 하면 모든 행위가 옳은 것이 없을 것이다.
68
앞서 위하는 바가 없고 뒤에 기대하는 바가 없으며, 안으로 속이는 바가 없고 밖으로 부끄러운 바가 없으면, 이와 같을 경우 가슴속이 자유로울 것이다.
69
의심이 있는 데서 시작하여 의심이 없는 데 이르면 이는 참으로 잘 배우는 자이다.
70
군자는 말에 있어서 마치 매달아 놓은 종과 같을 것이다. 두드리면 응하고 응하고 나면 곧바로 그친다.
71
선비가 이 세상에 살아가는 길은 오직 나아가 벼슬하는 것과 물러나 은거하는 것일 뿐이니, 만약 나아가서도 세상에 보탬이 없고 물러나서도 자기에게 도움이 없으면 이는 헛된 인생살이이다.
72
무릇 일에는 옳은 것이 있고 그른 것이 있는데, 군자가 하는 바는 단지 하나의 옳은 것을 성취하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73
배우는 자는 일상생활 사이에 마음을 반드시 바르게 하고 앉기를 반드시 바르게 하며, 바른 학문을 익히고 바른 일을 행해야 한다.
74
군자는 재능으로 잘난 체하지 않아도 남들이 그 재능에 복종하고, 덕으로 높은 체하지 않아도 남들이 그 덕을 우러른다.
75
노여워할 만한 말에도 대뜸 노여워하지 말고, 기뻐할 만한 일에도 대뜸 기뻐하지 말 것이다.
76
학문이란 장차 사람이 되는 것을 배우려는 것이니, 사람이 되는 것을 배울 뿐만 아니라 장차 성인이 되는 것을 배우려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이 된 도리를 알지 못하면 사람이 될 수 없으니, 성인이 되지 못할 뿐만이 아니다.
77
먼저 자신의 견해를 세우는 자는 견득하지 못한 것이 있고, 스스로 자기가 안다고 하는 자는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78
교제는 화목함을 귀하게 여기고 몸가짐은 개결함을 귀하게 여기니, 개결함으로 안을 곧추고 화목함으로 밖에 응해야 한다.
79
명리(名利)가 몸을 망친다는 것을 알면 의당 급급히 피해야 하고, 기욕(嗜欲)이 마음을 해친다는 것을 알면 의당 딱 잘라 없애야 한다.
80
눈은 마음의 깃발이니, 시선이 높으면 마음도 따라서 들리고 시선이 낮으면 마음도 따라서 처진다. 그러므로 “눈 모양은 단정하게 해야 한다.[目容端]”라고 하였으니, 이는 시선이 단정하면 마음이 절로 바르게 되기 때문이다.
81
성현의 천 마디 말씀과 만 마디 말씀을 지금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체찰(體察)하여 알고나 있는가.
82
오래된 뒤에도 미더운 자는 그 사람은 반드시 믿을 만하고, 오래된 뒤에도 친밀한 자는 그 사람은 반드시 친할 만하다.
83
우물쭈물 둘러대는 의론은 일에 해가 될 뿐만이 아니라, 끝내는 악에 빠지지 않을 자가 드물 것이다.
84
차라리 남이 나를 저버릴지언정 나는 남을 저버리지 말아야 하니 이 말을 늘 체찰해야 한다.
85
학문을 지향하는 뜻이 있으면 비록 오랑캐라 하더라도 가르칠 수 있고,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없으면 비록 자손이라 하더라도 교화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86
처음 배우는 선비는 잡된 일을 마음에 담지 말고, 잡된 책을 눈에 두지 말고, 잡된 말을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87
단 하루라도 배우지 않으면 종신토록 부끄러울 것이요, 한 가지라도 어긋남이 있으면 종신토록 후회할 것이다.
88
남들은 모두 분주히 다투더라도 나는 홀로 물러나고, 남들은 모두 푹 빠지더라도 나는 홀로 담박할 것이니, 방향을 정하기를 이와 같이 하면 우뚝하여 흔들리는 바가 없을 것이다.
89
도(道)는 본래 보기가 쉬운데 사람들이 스스로 보지 못하고, 도는 본래 알기가 쉬운데 사람이 스스로 알지 못하니, 그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것은 자세히 살피지 않은 잘못이다. 만약 이것을 인륜과 일상생활 사이에서 찾으면 도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90
고요하면 늘 편안하고 검소하면 늘 넉넉하다. 그러므로 군자는 고요함으로 마음을 보존하고 검소함으로 덕을 기른다.
91
덕을 닦는 데 힘쓰지 않고 작위(爵位)로 그 자신을 존귀하게 하는 자는 그 자신에게 재앙을 끼치는 자이고, 선을 하도록 가르치지 않고 재화(財貨)로 그 자손을 부유하게 하는 자는 그 자손에게 재앙을 끼치는 자이다.
92
배우는 자가 공부를 할 때,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돌이켜 채찍질하여 안을 향해 가야만 할 것이다.
93
사군자(士君子)는 능히 일생 동안 만세(萬世)에 길이 남을 사업을 하니, 그 일평생 골몰하며 자손을 위한 계책을 하는 자와 비교해보면 마음 씀의 공(公)과 사(私)가 과연 어떠하겠는가.
94
스스로 대단하게 여기는 자는 대단하지 못하고, 스스로 충분하게 여기는 자는 충분하지 못하다.
95
이 마음은 확연(廓然)하여 본래 태허(太虛)와 체(體)가 같은데, 그 확연하지 못한 까닭은 외물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가로막은 것을 제거하기만 하면 확연해질 것이다.
96
자기에게 하고자 함이 있는 자는 남에게 구함이 있으니, 자기에게 하고자 함이 없으면 남에게 구함이 없을 것이다.
97
나에게 선이 있지 못하면서 남에게 선을 권면하면 남이 나를 따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남에게 권면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스스로 힘써야 한다.
98
이(利)를 중시하는 자는 반드시 의(義)를 경시하고, 득(得)을 기뻐하는 자는 반드시 실(失)을 슬퍼한다.
99
세상에 인재가 없었던 적이 없으나, 다만 말속(末俗)의 의론이 치성하였기 때문에 일을 하기가 어려웠고, 일을 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공을 이룸이 적었다.
100
부드러우면서도 심지가 강하고 과묵하면서도 논변이 명쾌한 것은 도에 가까운 자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101
염치(廉恥)는 중요한 문제이고 사생(死生)은 하찮은 문제이니, 염치가 사생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 취사할 바를 알 것이다.
102
말을 할 때 입에 통쾌하게 하는 자는 과실이 많고, 일을 할 때 마음에 통쾌하게 하는 자는 후회가 많다.
103
법의 폐단은 고치지 못할 것이 없으나, 습속의 폐단만큼은 저마다 개인적인 이익과 편의만 추구하기 때문에 고치기가 어렵다.
104
천하의 일 가운데 실패가 많고 성공이 적은 것은 사람이요, 나아가기 어렵고 밀려나기 쉬운 것은 권세이다.
105
스스로 자기 몸을 중하게 여기는 자는 남들이 감히 가벼이 여기지 못하고, 스스로 자기 몸을 귀하게 여기는 자는 남들이 천하게 여기지 못하니, 그 귀중하게 되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고 남에게 달려 있지 않다.
106
선인들이 일을 할 때에는 관대함에 지나침이 많고, 후인들이 일을 할 때에는 야박함에 잘못됨이 많다.
107
호오(好惡)는 한때에 현혹되고 시비(是非)는 만세에 공평하다. 그러므로 옛날에 천하던 것이 오늘날 귀한 것이 되고, 오늘날 어진 것이 더러 훗날 아닌 것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108
사람이 비록 많기는 하지만 마음은 똑같다. 그러므로 법령으로 가지런히 하기는 어렵고 마음으로 감화시키기는 쉬운 것이다.
109
추위와 더위는 똑같은 기(氣)이고, 죽음과 삶은 똑같은 리(理)이다. 따라서 추위와 더위가 서로 미루고 죽음과 삶이 서로 이어지는 것이 천도(天道)의 당연한 이치인데, 사람들이 추위와 더위는 당연하게 여기면서 죽음과 삶은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어째서인가.
110
신중하고 치밀한 선비는 지킴에 돈독하고 호방하고 쾌활한 사람은 일에 민첩한데, 지킴에 돈독한 자는 진전함이 적고 일에 민첩한 자는 엉성함이 많다.
111
한 시대에 뜻을 얻으면 한 시대의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하루라도 관직을 맡으면 하루의 좋은 일을 행해야 한다.
112
군자는 배부름을 얻으면 주린 사람을 생각해야 하고, 따뜻함에 처하면 추운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
113
군자가 소인을 미워하는 것은 공(公)이고, 소인이 군자를 시기하는 것은 사(私)인데, 공은 사를 이기지 못한다. 그러므로 소인이 늘 이기고 군자가 늘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114
금인(今人)과 고인(古人)이 그 모습이 같고 그 성정이 같은데, 유독 그 풍속이 옛날과 같지 않은 것은 때때로 옛 성인(聖人) 같은 분이 나와서 교화를 행함이 없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옛 성인 같은 분이 옛 도(道)를 행하여 오늘날 풍속을 바꾼다면 지금을 예스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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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어잡편 지〔警語雜編識〕
내가 일찍이 시골집에서 한가로이 거처하면서 세간의 일을 끊어버린 채 한두 달 정도 고요히 앉아 마음을 보존하는 공부를 행한 뒤에 문자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동안 통하지 않던 부분이 자못 시원하게 뚫려서 막히는 곳이 드물다는 것을 느꼈다. 만약 오랫동안 이 공부를 행하였더라면 틀림없이 좋은 공효를 거두었을 텐데, 질병이 끼어드는 바람에 조금도 소득을 거두지 못한 채 중지하고 말았으니, 개탄스러운 일이다.
지금 약간의 구절을 기록하여 ‘잡편(雜編)’이라 이름 하였는데, 그 ‘경어(警語)’라고 한 까닭은 내 자신을 일깨우기 위해서이지 남을 일깨우려 해서가 아니니, 보는 이들은 혜량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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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D001] 중(中) …… 소인이다 :
‘중(中)ㆍ정(正)ㆍ인(仁)ㆍ의(義)’는 오행(五行)의 ‘수(水)ㆍ화(火)ㆍ목(木)ㆍ금(金)’에 배속시켜 말한 것으로, ‘중’은 예(禮)의 알맞음을 얻은 것이고, ‘정’은 지(智)의 바르고 마땅한 것이라 한다. 송(宋)나라 염계(濂溪) 주돈이(周敦頤)의 〈태극도설(太極圖說)〉에 “성인은 중ㆍ정ㆍ인ㆍ의로써 정하되 정(靜)을 주장하시어 사람의 극을 세우셨다. 그러므로 성인은 천지와 더불어 덕이 합하며, 일월과 더불어 밝음이 합하며, 사시와 더불어 차례가 합하며, 귀신과 더불어 길흉이 합하는데, 군자는 이것을 닦기 때문에 길하고, 소인은 이것을 어기기 때문에 흉하다.[聖人定之以中正仁義而主靜, 立人極焉. 故聖人, 與天地合其德, 日月合其明, 四時合其序, 鬼神合其吉凶. 君子修之, 吉; 小人悖之, 凶.]”라고 하였다. 《朱子語類 卷94 周子之書 太極圖》 《古文眞寶 後集 卷10 太極圖說》
[주-D002] 육경(六經) :
유가에서 말하는 여섯 가지의 중요한 경전으로, 《시경(詩經)》ㆍ《서경(書經)》ㆍ《예경(禮經)》ㆍ《악경(樂經)》ㆍ《역경(易經)》, 《춘추(春秋)》인데, 《악경》은 진(秦)나라 분서갱유(焚書坑儒) 때에 없어지고 지금은 오경(五經)만 남아 있다.
[주-D003] 배를 …… 의사 :
모든 것을 돌아보지 않는 필사적인 의지를 뜻한다. 병법(兵法)에 “양식을 태워버리고 우물과 부엌을 메워버리고 배를 태워버리고 솥을 부숴버려 그 살길을 없애버리면 반드시 승리한다.[燒棄粮食, 填夷井竈, 焚舟破釜, 絶去其生慮, 則必勝.]”라고 하였다. 《武編前集 卷2 戰》
[주-D004] 예기(禮記)에서 말한 구용(九容) :
군자가 수행(修行)하고 처신(處身)함에 있어 응당 지켜야 할 아홉 가지 자세로, 《예기》 〈옥조(玉藻)〉에 “군자의 용모는 펴지고 느려야 하니, 존경할 사람을 보고는 더욱 공경하고 삼가야 한다. 발 모양은 무겁게 하며, 손 모양은 공손하게 하며, 눈 모양은 단정하게 하며, 입 모양은 그치며, 소리 모양은 고요하게 하며, 머리 모양은 곧게 하며, 숨 쉬는 모양은 엄숙하게 하며, 서 있는 모양은 덕스럽게 하며, 얼굴 모양은 장엄하게 해야 한다.[君子之容舒遲, 見所尊者齊遫. 足容重, 手容恭, 目容端, 口容止, 聲容靜, 頭容直, 氣容肅, 立容德, 色容莊.]”라고 하였다.
[주-D005] 정해지지도 못하고서 :
저본에는 ‘불능정정(不能靜定)’으로 되어 있으나, 문맥으로 볼 때 ‘정(靜)’은 연자(衍字)인 듯하다. 따라서 ‘불능정(不能定)’으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참고로 ‘정(定)’과 ‘정(靜)’은 뜻을 정하고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공부로, 《대학장구》 경 1장(經一章)에 “그칠 곳을 안 뒤에 정해짐이 있으니, 정해진 뒤에 능히 고요해지고, 고요해진 뒤에 능히 편안해지고, 편안해진 뒤에 능히 생각하고, 생각한 뒤에 능히 얻는다.[知止而后有定, 定而后能靜, 靜而后能安, 安而后能慮, 慮而后能得.]”라고 하였다.
[주-D006] 위를 향하는 :
참고로 송나라 명도(明道) 정호(程顥)가 “성현의 천 마디 말씀과 만 마디 말씀이 다만 사람들로 하여금 이미 잃어버린 마음을 가져다 거두어서 돌이켜 몸에 들어오게 하고자 한 것일 뿐이니, 이렇게 하면 자연히 위를 찾아가서 아래로 인사(人事)를 배워 위로 천리(天理)를 통달하게 될 것이다.[聖賢千言萬語, 只是欲人將已放之心約之, 使反復入身來, 自能尋向上去, 下學而上達也.]”라고 하였다. 《二程遺書 卷1》 《孟子集註 告子章句上 第11章 集註》
[주-D007] 남도 …… 없다 :
남과 나에 대한 사사로운 분별이 없다는 말이다. 참고로 《논어》 자한(子罕)에 “공자는 네 가지 마음이 아예 없었으니, 사사로운 뜻이 없고 기필하는 마음이 없고 고집하는 마음이 없고 나라는 마음이 없으셨다.[子絶四, 毋意, 毋必, 毋固, 毋我.]”라고 하였다.
[주-D008] 남에게 …… 하고 :
《맹자집주》 〈공손추장구 상(公孫丑章句上)〉에 “남에게서 취하여 선을 함은, 이는 남이 선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의 선은 남이 선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보다 더 훌륭한 것이 없다.[取諸人以爲善, 是與人爲善者也. 故君子莫大乎與人爲善.]”라고 하였다.
[주-D009] 근독(謹獨) :
‘신독(愼獨)’과 같은 말로, 홀로를 삼가는 것이다. 《중용장구(中庸章句)》 제1장에 “도라는 것은 잠시도 떠날 수 없으니, 떠날 수 있으면 도가 아니다. 이 때문에 군자는 보지 않을 때에도 경계하고 삼가며 듣지 않을 때에도 두려워하는 것이다. 어두운 곳보다 더 드러나는 곳이 없으며 작은 일보다 더 나타나는 일이 없으니, 그러므로 군자는 그 홀로를 삼가는 것이다.[道也者, 不可須臾離也, 可離非道也. 是故君子戒愼乎其所不睹, 恐懼乎其所不聞. 莫見乎隱, 莫顯乎微, 故君子愼其獨也.]”라고 하였다.
[주-D010] 빠르지도 …… 있다 :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꾸준히 공부를 계속하면, 공효를 기대하지 않아도 저절로 소득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 가운데 있다[在其中]’는 것은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른다는 말이다.
[주-D011] 입을 …… 하여[守口如甁] :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는 뜻이다. 주희(朱熹)의 〈경재잠(敬齋箴)〉에 “입을 지키기를 병과 같이 하고 뜻을 막기를 성과 같이 하여, 성실하고 전일하여 감히 혹시라도 가벼이 하지 말라.[守口如甁, 防意如城. 洞洞屬屬, 罔敢或輕.]”라고 하였다. 《朱子大全 卷85 敬齋箴》
[주-D012] 예(禮)가 …… 것이니[非禮勿言] :
공자의 제자 안연(顔淵)이 ‘극기복례(克己復禮)’의 조목을 묻자, 공자가 “예가 아니면 보지 말며,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며,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라고 하였다. 《論語集註 顔淵》
[주-D013] 말은 …… 한다 :
《근사록(近思錄)》 권2 〈위학(爲學)〉에 “경전은 도를 싣고 있는 것이니, 그 말만 외우고 그 훈고만 풀이할 뿐 도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는 쓸모없는 찌꺼기일 뿐이다.[經所以載道也, 誦其言辭, 解其訓詁, 而不及道, 乃無用之糟粕耳.]”라고 하였다.
[주-D014] 함양(涵養) 공부 :
몸을 닦고 덕성을 기르는 공부로, 정주학(程朱學)의 행공부(行工夫)에 해당한다. 참고로 정이(程頤)는 “함양은 모름지기 경을 써야 하고, 진학은 치지에 달려 있다.[涵養須用敬, 進學則在致知.]”라고 하였으며, 주희(朱熹)는 손경보(孫敬甫)에게 답한 편지에서 “정부자께서 ‘함양은 반드시 경으로 하고 진학은 치지에 달려 있다.’라고 하신 이 두 말씀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고 새의 두 날개와 같아서, 그 하나를 버리고서 갈 수 있고 날 수 있는 것은 있지 않다.[程夫子之言曰: 涵養必以敬, 而進學則在致知. 此兩言者, 如車兩輪, 如鳥兩翼, 未有廢其一而可行可飛者也.]”라고 하였다. 《二程遺書 卷18》 《朱子大全 卷63 答孫敬甫》
[주-D015] 일에 …… 하니 :
참고로 주희(朱熹)는 여산(廬山)의 백록동서원(白鹿洞書院)을 중건하고 다섯 가지 학규(學規)를 게시하였는데, 그 가운데 “그 의를 바르게 하고 이익을 도모하지 않으며, 그 도를 밝히고 공을 계산하지 않는다.[正其義, 不謀其利; 明其道, 不計其功.]”라는 것을 ‘처사(處事)의 요체’로 삼고, “자기가 하고자 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고, 행하고도 얻지 못함이 있거든 자신에게 돌이켜 찾아야 한다.[已所不欲, 勿施於人. 行有不得, 反求於己.]”라는 것을 ‘접물(接物)의 요체’로 삼아 학생들을 가르쳤다. 《朱子大全 卷74 白鹿洞書院揭示》
[주-D016] 육경(六經) :
유가에서 말하는 여섯 가지의 중요한 경전으로, 《시경(詩經)》ㆍ《서경(書經)》ㆍ《예경(禮經)》ㆍ《악경(樂經)》ㆍ《역경(易經)》ㆍ《춘추(春秋)》인데, 《악경》은 진(秦)나라 분서갱유(焚書坑儒) 때에 없어지고 지금은 오경(五經)만 남아 있다.
[주-D017] 앉아 …… 공경이며 :
‘시동(尸童)’은 옛날에 제사 지낼 때 신위(神位) 대신 앉혀 두던 어린아이를 가리킨다. 《예기(禮記)》 〈곡례(曲禮)〉에 “앉는 것은 시동처럼 하고, 서는 것은 재계할 때처럼 한다.[坐如尸, 立如齊.]”라고 하였다.
[주-D018] 손을 …… 것[齊手斂足] :
송나라 진백(陳柏)의 〈숙흥야매잠(夙興夜寐箴)〉에 보이는 말로, “밤이 깊어 잠자리에 들면 손을 가지런히 하고 발을 모을 것이며, 생각을 일으키지 말아서 심신이 잠들게 하라.[夜久斯寢, 齊手斂足. 不作思惟, 心神歸宿.]”라고 하였다. 참고로 이 〈숙흥야매잠〉은 남당(南塘) 진백이 자신을 경계하기 위해 지은 글로, 송말(宋末)의 학자 노재(魯齋) 왕백(王柏)은 일찍이 태주(台州)의 상채서원(上蔡書院)에서 교육을 주관할 때, 오로지 이 잠만 가르쳐 배우는 사람들에게 외고 익혀 실행하게 하였으며, 퇴계(退溪) 이황(李滉)은 이 잠을 바탕으로 《성학십도(聖學十圖)》의 하나인 〈숙흥야매잠도(夙興夜寐箴圖)〉를 만들어 성인이 되는 요령이 여기에 있다고 하였다. 《退溪集 卷7 進聖學十圖箚》
[주-D019] 마음속에는 …… 된다 :
참고로 송나라 명도(明道) 정호(程顥)가 일찍이 단주(澶州)에서 다리를 보수할 적에 긴 나무 한 개가 부족하여 민간에 널리 구한 일이 있었는데, 훗날 출입할 때마다 좋은 나무를 보기만 하면 반드시 헤아려 보는 마음이 일어나, 이로 인해 배우는 자들을 경계하기를 “마음에는 한 가지 사물도 머물러 두어서는 안 된다.[心不可有一事.]”라고 하였다. 《心經附註 卷2 正心章》 《二程遺書 卷3》
[주-D020] 있어서는 …… 노여움이다 :
참고로 송나라 남헌(南軒) 장식(張栻)은 “소용이란 혈기의 노여움이요, 대용이란 의리의 노여움이니, 혈기의 노여움은 있어서는 안 되고, 의리의 노여움은 없어서는 안 된다. 이것을 알면 성정의 올바름을 볼 수 있고, 천리와 인욕의 분별을 알 것이다.[小勇者, 血氣之怒也; 大勇者, 理義之怒也. 血氣之怒, 不可有; 理義之怒, 不可無. 知此則可以見性情之正, 而識天理、人欲之分矣.]”라고 하였다. 《孟子集註 梁惠王章句下 第3章 章下註》
[주-D021] 사람이 …… 되니 :
참고로 《논어집주》 〈양화(陽貨)〉에 “배불리 먹고 하루를 마치면서 마음을 쓰는 곳이 없다면 어렵다. 장기와 바둑이라도 있지 않은가. 이것이라도 하는 것이 그만두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飽食終日, 無所用心, 難矣哉! 不有博奕者乎? 爲之猶賢乎已.]”라고 하였다.
[주-D022] 말을 …… 않는다 :
참고로 《도덕경(道德經)》 56장에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知者不言, 言者不知.]”라고 하였다.
[주-D023] 옛사람은 …… 높아졌는데 :
참고로 송나라 범조우(范祖禹)가 “군자는 그 지기를 기른다. 그러므로 혈기에 동요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나이가 높을수록 덕이 높아지는 것이다.[君子, 養其志氣. 故不爲血氣所動. 是以年彌高而德彌邵也.]”라고 하였다. 《論語集註 季氏 第7章 章下註》
[주-D024] 일을 …… 따름이다 :
참고로 송나라 구산(龜山) 양시(楊時)는 “일은 가능함을 구하고, 공은 이룸을 구하여 지모의 말단에서 기필을 취하고 천리의 올바름을 따르지 않는 것은 성현의 도가 아니다.[凡事求可、功求成, 取必於智謀之末而不循天理之正者, 非聖賢之道也.]”라고 하였다. 《孟子集註 梁惠王章句下 第15章 章下註》
[주-D025] 눈 …… 한다[目容端] :
《예기》 〈옥조(玉藻)〉에 보이는 말로, 이른바 ‘구용(九容)’ 가운데 하나이다. 구용에 대한 원문은 다음과 같다. “군자의 용모는 펴지고 느려야 하니, 존경할 사람을 보고는 더욱 공경하고 삼가야 한다. 발 모양은 무겁게 하며, 손 모양은 공손하게 하며, 눈 모양은 단정하게 하며, 입 모양은 그치며, 소리 모양은 고요하게 하며, 머리 모양은 곧게 하며, 숨 쉬는 모양은 엄숙하게 하며, 서 있는 모양은 덕스럽게 하며, 얼굴 모양은 장엄하게 해야 한다.[君子之容舒遲, 見所尊者齊遫. 足容重, 手容恭, 目容端, 口容止, 聲容靜, 頭容直, 氣容肅, 立容德, 色容莊.]” 《禮記 玉藻》
[주-D026] 성현의 …… 있는가 :
송나라 명도(明道) 정호(程顥)가 “성현의 천 마디 말씀과 만 마디 말씀이 다만 사람들로 하여금 이미 잃어버린 마음을 가져다 거두어서 돌이켜 몸에 들어오게 하고자 한 것일 뿐이니, 이렇게 하면 자연히 위를 찾아가서 아래로 인사(人事)를 배워 위로 천리(天理)를 통달하게 될 것이다.[聖賢千言萬語, 只是欲人將已放之心約之, 使反復入身來, 自能尋向上去, 下學而上達也.]”라고 하였다. 《二程遺書 卷1》 《孟子集註 告子章句上 第11章 集註》
[주-D027] 차라리 …… 하니 :
명(明)나라 설선(薛瑄)의 《독서록(讀書録)》 권1 등에 보인다.
[주-D028] 고요함으로 …… 기른다 :
참고로 제갈량(諸葛亮)이 아들을 경계하는 글에 “군자의 행실은 고요함으로 몸을 닦고 검소함으로 덕을 기르니, 담박함이 아니면 뜻을 밝힐 수 없고 안정함이 아니면 원대함을 이룰 수 없다.[君子之行, 靜以修身, 儉以養德. 非澹泊, 無以明志; 非寧靜, 無以致遠.]”라고 하였다. 《小學 嘉言》
[주-D029] 배우는 …… 것이다 :
‘채찍질하여 안을 향한다[鞭辟向裏]’는 것은 깊이 들어가 분석하여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탐구가 투철하여 정미한 경지에 깊이 들어가는 것을 형용하는 말인데, 송유(宋儒)들이 흔히 쓰는 문자이다. 참고로 송나라 명도(明道) 정호(程顥)가 “학문은 다만 채찍질하여 안을 가까이 하여 자기 몸에 붙기를 요할 뿐이다.[學只要鞭辟近裏, 著己而已.]”라고 하였는데, ‘편벽(鞭辟)’에 대해 주자(朱子)는 “이것은 낙양 지방의 방언으로, 어떤 곳에서는 ‘편약(鞭約)’이라고도 하는데, 대체로 채찍질하여 안을 향해 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사람들은 모두 채찍질하여 안을 향하지 않고 마음이 모두 밖을 향하니, 흡사 한 척의 배가 물속에 엎어져 있는 것과 같다. 모름지기 가서 뒤집어 놓아야만 곧 부릴 수 있으니, 우리들은 모름지기 용맹하게 힘을 써야 한다.[此是洛中語, 一處說作鞭約, 大抵是要鞭督向裏去. 今人皆不是鞭督向裏, 心都向外, 恰似一隻船覆在水中. 須是去翻將轉來, 便得使, 吾輩須勇猛著力.]”라고 하였다. 《二程遺書 卷11》 《心經附註 卷2 禮樂不可斯須去身章》
[주-D030] 선인들이 …… 많다 :
참고로 송나라 이천(伊川) 정이(程頤)는 “사람의 과실은 각기 그 유대로 하는 것이니, 군자는 항상 후함에 잘못되고 소인은 항상 박함에 잘못되며, 군자는 사랑에 지나치고 소인은 잔인함에 지나친다.[人之過也, 各於其類. 君子常失於厚, 小人常失於薄; 君子過於愛, 小人過於忍.]”라고 하였다. 《論語集註 里仁 第7章 集註》 《近思錄 卷12 警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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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