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兄의 죽음 김일손(金馹孫)

淸潭 2024. 11. 22. 16:31

兄의 죽음 김일손(金馹孫)

 

, 해는 돌고 돌아 다함이 없는데,

인생은 한 번 가면 돌아올 줄을 모르니,

길이 우주를 한탄 할뿐 다시 어디에 미치오리까.

 

늙으신 어머니께서 멀리 제물을 장만하여 형의 제사에 쓰게 하였는데, 형은 그것을 아십니까. 

()씨에게 출가한 누이가 서울에서 제물을 준비하여 그 아들 여우(如愚)로 하여금 술을 올려 슬픔을 고하니 형은 흠향하소서. 

형이 세상을 떠나신 뒤로부터 혼백이 꿈에 서로 접촉되어 혹은 한 달을 사이에 두고 혹은 열흘을 사이에 두고, 혹은 하루를 사이에 두고 혹은 밤마다 기뻐하는 것도 같고, 성낸 것도 같으며, 답답한 것도 같고, 수심하는 것도 같으며, 

활발한 것은 지난날의 평상시와 같고, 가물가물 한 것도 대점(大漸)의 때와 같으므로 놀래 깨닫고 스스로 한탄하며 눈물이 뺨에 젖습니다. 

혹시나 형이 이즈음에 편안하지 못한 일이 있으십니까.

옛 언덕에 울고, 묵은 풀은 우거졌는데, 바람에 임하여 한 번 통곡을 하니 초목도 함께 슬퍼합니다. 

나는 지난해 봄에 칙명(勅命)을 받들고 영남에 가게 되어 그 기회로 인하여 늙으신 어머니를 뵈오니 창안백발(蒼顔白髮)이 몹시 소조하게 보이는데, 

드디어 말씀하시를, “둘째가 뜻밖에 멀리 버리고 갔으니, 둘째가 실로 나를 저버린 것이라, 나는 둘째를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하셨지만, 

그러나 어찌 무궁의 생각이 아니겠습니까. 

늙으신 어머니께서 근년에 들어서는 질병이 몸에 떠나 체력이 조금도 쇠하시지 아니하였고, 백씨가 일찍이 천령(天嶺)의 원이 되어 봉양을 궐()함이 없으니, 형이 만약 아신다면 응당 스스로 위안되실 것이며, 나도 또한 여러 해를 벼슬살이 하였으니, 종당 서울을 오래있게 되지 않을 것입니다. 

죽어서 상종하는 길이 있다면 선인의 지팡이와 신발은 형이 반드시 받들고 뒤를 따를 것이며, 나와 백씨는 아직도 인간에 있으니 늙으신 어머니의 봉양도 역시 지공하지 못할 것은 없습니다. 

죽은 사람 산 사람이 서로 의탁하매 오직 축사(祝詞)가 있을 뿐이나 유명(幽明)이 길이 다르니 어느 뉘와 사연을 붙인단 말입니까. 

비갈(裨褐)은 이미 준비되었으나, 시기가 이롭지 못하여 세우지 못하고 있으니, 종당 세우되 상기(喪期)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며, 유복 여식은 장차 돌이 가까우므로 기어서 무릎에 오르며 와기(瓦器)를 회롱하고 밥을 찾는데, 어미를 부를 줄만 알고 아비는 부를 줄을 모릅니다. 

나는 족인(族人)과 더불어 슬퍼하고 기뻐하며 밤낮으로 성장해서 시집 잘 가기를 바라고 있으니, ()이 도와주시겠습니까. 

아이는 능히 제사상[几筵]을 지키고 무덤을 모실만하니 영은 아울러 짐작하소서. 

, 부생(浮生)은 한정이 있으나 회포는 가이없으며 수명은 길고 짧은 것이 이미 정해져 있으니, 선현 역시 죽어서 필경에는 함께 가는데, 나는 또 무엇을 슬퍼하오니까.

 

[-D001] 대점(大漸) :  병이 위독하다는 말임. 《서경》 고명(顧命), “, 병이 크게 번져나가서 오직 위태롭다.”[嗚呼 疾大漸 惟幾] 하였고, (), “병이 크게 번져나가서 위태함을 자탄한 것이라.”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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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조선 시대의 학자 김일손(金馹孫)이 쓴 글로, 형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리움을 표현한 내용입니다. 김일손은 형의 죽음을 슬퍼하며, 어머니와 가족들이 형을 기억하고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형의 혼백이 꿈에 나타나 기쁨, 성냄, 답답함, 수심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김일손은 형의 죽음을 통해 인생의 무상함과 가족의 소중함을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어머니의 건강과 가족의 안부를 전하며, 형이 저 세상에서 평안하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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