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뇌사 판정 환자, 장기기증 수술 직전 ‘의식 회복’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미국의 한 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가 장기 적출 직전 되살아났다는 사연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36세 남성 토마스 TJ 후버 2세는 2021년 10월 약물 과다 복용으로 미국 켄터키주 뱁티스트 헬스 리치몬드 병원에 이송돼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이후 장기 기증 절차가 진행됐다. 그런데 당시 근무한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외과의들이 그의 신체 부위를 적출하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후버는 공포에 질린 채 수술실 테이블 위에서 몸부림치는 등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전직 직원 니콜레타 마틴과 나타샤 밀러는 "외과의들이 그의 장기를 적출할 준비를 하는 동안 후버는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고, 눈에 띄게 울고 있었다"이라고 주장했다.
후버의 여동생 도나 로라 또한 "후버가 중환자실에서 수술실로 이동할 때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는 것 같았다. 마치 '나 아직 여기 있다'고 우리에게 알리는 듯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를 포함한 후버의 가족들은 이를 단순히 반사적인 반응이라고 여겼다. 후버의 이식 수술은 끝내 후버가 주위를 돌아다니며 울기 시작한 후에야 중단됐고, 최종적으로 취소됐다.
그러나 이 사건은 병원 측이 생존 상태에서 장기적출을 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장기 적출을 진행할 외과의가 후버에게 가고 나서야 뇌사 판정이 이뤄졌다고 당시 근무한 직원들이 주장했기 때문이다.
또 장기 적출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뒤 켄터키장기기증파트너 측이 병원 측과의 통화에서 "어차피 이 케이스를 진행할 것이다. 다른 의사를 찾아보라"고 밝힌 사실도 알려졌다.
이에 마틴은 이후 내부 고발자가 돼 미국 하원 장기 조달 관련 청문회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서한을 제출했다. 마틴은 "이런 일들이 일어나도록 허용되고 있고, 장기 기증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더 많은 조치가 없다는 게 매우 두렵다"며 그 목적을 설명했다.
그러나 켄터키장기기증파트너(Kentucky Organ Donor Affiliates)와 병원 측은 부인하고 있다.
켄터키장기기증파트너 관계자는 "그 누구도 살아있는 환자의 장기를 적출하라는 압력을 받은 적이 없다"며 "살아 있는 환자의 장기를 회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병원 측도 "우리는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며 "장기 기증에 대한 환자들의 의사가 지켜질 수 있도록 환자와 그 가족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이 커지자 미국 켄터키주 법무장관과 미국 보건의료자원서비스청(HRSA)은 사건 진상조사에 나섰다.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생명윤리센터 로버트 트루그 박사는 "끔찍하면서도, 신중한 추적이 필요한 문제"라며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usn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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