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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尹善道

淸潭 2020. 2. 23. 16:52

고산유고 제6권 하 별집 / 가사(歌辭)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신묘년(1651, 효종2)○부용동(芙蓉洞)에 있을 때이다.

      
앞 강에 안개 걷히고 뒷산에 해 비친다
배 떠라 배 떠라
밤물은 거의 지고 낮물이 밀려온다
지국총(至匊悤) 지국총 어사와(於思臥)
강촌(江村)의 온갖 꽃들 먼빛이 더욱 좋다

날이 덥도다 물 위에 고기 떴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갈매기 둘씩 셋씩 오락가락하는구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낚싯대는 쥐고 있다 탁주 병은 실었느냐

동풍이 건들 부니 물결이 곱게 인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동호(東湖)를 돌아보며 서호(西湖)로 가자꾸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아온다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들 숲인가
이어라 이어라
어촌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맑고 깊은 소(沼)에 온갖 고기 뛰노누나

고운 볕이 들었는데 물결이 기름 같다
이어라 이어라
그물을 넣어 두랴 낚싯줄을 놓을 건가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탁영가(濯纓歌)에 흥이 나니 고기도 잊겠도다

석양이 비꼈으니 그만하고 돌아가자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언덕 버들 물가 꽃은 굽이굽이 새롭구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삼정승을 부러워하랴 만사를 생각하랴

방초(芳草)를 밟아 보며 난초며 지초 뜯어 보자
배 세워라 배 세워라
일엽편주에 실은 것이 무엇인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갈 적에는 안개뿐이었고 올 적에는 달이로다

취하여 누웠다가 여울 아래 내리련다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붉은 낙화(落花) 흘러오니 무릉도원 가깝도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속세의 티끌이 얼마나 가렸느냐

낚싯줄 걷어 놓고 봉창의 달을 보자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벌써 밤이 되었느냐 자규새 소리 맑게 난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남은 흥이 무궁하니 갈 길을 잊었도다

내일이 또 없으랴 봄날 밤이 곧 새리라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낚싯대로 막대 삼고 삽짝문 찾아보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부의 생애는 이러구러 지내리로다
여름
궂은비 멎어 가고 시냇물이 맑아 온다
배 떠라 배 떠라
낚싯대를 둘러메니 깊은 흥을 금치 못하겠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안개 낀 강 겹겹이 높은 산은 누가 그려 내었는고

연잎에 밥 싸 두고 반찬일랑 장만 마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푸른 대삿갓은 쓰고 있노라 녹색 도롱이는 가져오느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무심한 흰 갈매기는 내가 좇는가 제가 좇는가

마름 잎에 바람 부니 봉창이 서늘쿠나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여름 바람 일정하게 불겠느냐 가는 대로 배 맡겨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북쪽 포구 남쪽 강이 어디가 아니 좋을런가

물결이 흐리거든 발을 씻은들 어떠하리
이어라 이어라
오강(吳江)에 가자하니 천년노도(千年怒濤) 슬프도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초강(楚江)에 가자하니 어복충혼(魚腹忠魂) 낚을세라

버들 숲 녹음(綠陰) 어린 곳에 이끼 낀 바위 낚시터도 기특하다
이어라 이어라
다리에 도착하거든 낚시꾼들 자리다툼 허물 마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학발(鶴髮)의 노옹(老翁)을 만나거든 뇌택(雷澤)에서의 자리 양보 본받아 보자

긴 날이 저무는 줄 흥에 미쳐 모르도다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돛대를 두드리고 〈수조가(水調歌)〉를 불러 보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애내(欸乃) 소리 가운데에 만고(萬古)의 마음을 그 누가 알까

석양이 좋다마는 황혼이 가깝구나
배 세워라 배 세워라
바위 위에 굽은 길이 솔 아래 비껴 있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푸른 숲에 꾀꼬리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구나

모래 위에 그물 널고 그늘 밑에 누워 쉬자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모기를 밉다 하랴 쉬파리에 비하면 어떠한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다만 한 근심은 상대부(桑大夫)가 들을까 하는 것이네

밤사이 풍랑을 어찌 미리 짐작하리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들판 나루터에 비껴 있는 배를 그 누가 일렀는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시냇가 그윽한 풀도 진실로 어여쁘다

오두막을 바라보니 흰 구름이 둘러 있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부들부채 비껴 쥐고 돌길로 올라가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옹(漁翁)이 한가하더냐 이것이 구실이라
가을
속세 밖의 좋은 일이 어부의 삶 아니더냐
배 떠라 배 떠라
어옹을 비웃지 마라 그림마다 그렸더니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사계절의 흥이 한가지이나 가을 강이 으뜸이라

수국(水國)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있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만경창파에 실컷 배 띄워 가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인간 세상을 돌아보니 멀수록 더욱 좋다

흰 구름이 일어나고 나무 끝이 흐늘댄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밀물 타고 서호(西湖) 가고 썰물 타고 동호(東湖) 가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흰 마름 붉은 여뀌는 가는 곳마다 보기 좋다

기러기 떠가는 저 편으로 못 보던 산 보이네
이어라 이어라
낚시질도 하려니와 취한 것이 이 흥취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석양이 비치니 뭇 산이 수놓은 비단이로다

반짝이는 물고기가 몇이나 걸렸는가
이어라 이어라
갈대꽃에 불 붙여 가려서 구워 놓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질흙 병을 기울여서 박구기에 부어다오

옆바람이 고이 부니 다른 돋자리에 돌아왔다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어스름은 나아오대 맑은 흥취는 멀어진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단풍나무 맑은 강이 싫지도 밉지도 않구나

흰 이슬 비꼈는데 밝은 달 돋아 온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봉황루(鳳凰樓) 아득하니 맑은 빛을 누구에게 줄꼬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옥토끼가 찧는 약을 호객(豪客)에게 먹이고저

하늘과 땅이 제각기인가 이곳이 어드메뇨
배 매어라 배 매어라
서풍(西風) 먼지 못 미치니 부채질해 무엇하리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들은 말이 없었으니 귀 씻어 무엇하리

옷 위에 서리 내려도 추운 줄을 모르겠도다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낚싯배 좁다지만 뜬구름 같은 속세에 비겨 어떠한가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내일도 이리하고 모레도 이리하자

소나무 사이 석실(石室)에 가서 새벽달을 보려 하니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빈산에 낙엽 진 길을 어찌 알아볼꼬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흰 구름이 쫓아오니 여라의(女蘿衣)가 무겁구나
겨울
구름 걷힌 뒤에 햇볕이 두텁다
배 떠라 배 떠라
천지가 얼어붙었으되 바다는 의구하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끝없는 물결이 깁 비단 편 듯하다

낚싯줄이며 낚싯대 손질하고 뱃밥을 박았느냐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소상강(瀟湘江)과 동정호(洞庭湖)는 그 물이 언다 한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이때에 고기 잡기 이만한 데 없도다

얕은 개의 물고기들이 먼 소에 다 갔나니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잠깐 날 좋을 제 낚시터에 나가 보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미끼가 좋으면 굵은 고기 문다 한다

간밤에 눈 갠 후에 경물이 다르구나
이어라 이어라
앞에는 유리 같은 만경창파요 뒤에는 옥 같은 천 겹 산이로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선계(仙界)인가 불계(佛界)인가 인간 세상이 아니로다

그물이며 낚시 잊어 두고 뱃전을 두드린다
이어라 이어라
앞 개를 건너려고 몇 번이나 헤아려 보았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공연한 된바람이 행여 아니 불어올까

자러 가는 까마귀 몇 마리나 지나갔는가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앞길이 어두우니 저녁 눈발이 잦아드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압지(鵝鴨池)를 누가 쳐서 초목의 치욕을 씻었던고

붉게 물든 벼랑 푸른 절벽이 병풍같이 둘렀는데
배 세워라 배 세워라
크고 작은 물고기를 낚으려나 못 낚으려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쪽배에서 도롱이 걸치고 삿갓 쓴 채 흥에 겨워 앉았노라

물가의 외로운 솔 혼자 어이 씩씩한고
배 매어라 배 매어라
궂은 구름 한하지 마라 세상을 가리운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물결 소리를 싫어하지 마라 속세의 시끄러움 막는도다

창주오도(滄洲吾道)를 예로부터 일렀더니라
닻 내려라 닻 내려라
칠리(七里) 여울에서 양피(羊皮) 옷은 그 어떠한 이던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삼천 육백 날 낚시질은 손꼽을 제 어찌하던고

어와 해 저물어 간다 쉬는 것이 마땅하도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가는 눈 뿌린 길 붉은 꽃 흩어진 데 흥청이며 걸어가서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설월(雪月)이 서봉(西峯)을 넘어가도록 송창(松窓)에 기대어 있자

동방에 예로부터 〈어부사(漁父詞)〉가 있는데, 누가 지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고시(古詩)를 모아 곡조로 만든 것이다. 이 〈어부사〉를 읊조리노라면 강바람과 바다 비가 얼굴에 부딪히는 듯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훌쩍 세속을 떠나 홀로 서려는 뜻을 가지게 한다. 이 때문에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 선생도 좋아하여 싫증 내지 않았고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도 칭탄하여 마지않았다. 그러나 음향이 상응하지 못하고 말뜻이 잘 갖추어지지 못하였으니, 이는 고시를 모으는 데 구애되었기에 국촉(局促)해지는 흠결을 면치 못한 것이다. 내가 그 뜻을 부연하고 언문을 사용하여 〈어부사〉를 지었는데, 계절별로 각 한 편씩이며 한 편은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곡조며 음률에 대해서는 진실로 감히 함부로 의논하지 못하며 창주오도(滄洲吾道)에 대해서는 더욱이 감히 내 뜻을 가져다 붙일 수 없으나, 맑은 강 넓은 호수에 조각배를 띄우고 물결을 따라 출렁일 때에 사람들에게 한목소리로 노래하며 노를 젓게 한다면 또한 하나의 쾌사(快事)일 것이다. 또 훗날 창주(滄洲)에서 거처할 일사(逸士)가 반드시 나의 이 마음과 뜻이 부합하여 백세의 세월을 넘어 느낌이 일지 않으리라고는 못할 것이다.
신묘년(1651, 효종2) 가을 9월 부용동(芙蓉洞)의 낚시질하는 노인이 세연정(洗然亭) 낙기란(樂飢欄) 옆 배 위에서 적어 아이들에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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