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단오(端午)節
이리 오소서
어여쁘신 낭자 ,
푸른솔 가지마다
달빛이 피어나고
대나무 곧은 절개
죽향(竹香)이 천지를 진동하니
이름도 어여쁘신
님아 ,
이제 그만
숙인 고개 들어 나를 보오.
아이고, 이게 뉘신가?
어여쁘신 곱단이 아니신가.
물 좋고
정자 좋은 이곳에서
흐르는 맑은 물에
님의 마음 띄어보소.
달빛은
교교히 흐르고
마주 앉은 고운 얼굴
달 아래 핀 함박꽃이라.
소찬 탁주 진수성찬
나그네 벗되어 일배 또 일배 나눌 적에
은은히 번지는 죽향
먼동이 트는 줄을 몰라라.
님이여 ,
흐르는 물소리
맑은 바람소리
하얀 달빛에 실린
님의 마음 거문고 소리
하마, 하마
내 마음에 안고 싶으오.
이제 그만
울음일랑 놓으시고
가까이
더 가까이 ,
방긋방긋 웃으며
내 곁으로 오소서.
6월의 푸른 신록
풋풋한 오솔길을 따라
사쁜사쁜
걸어오시오.
외씨같은 버선발로
걸어오는 그 모습
치마자락 끝으로
하얀 버선코가 보일락말락
옥색 치마
자주색 옷고름
바람에 날리는
그 자태 그 맵씨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늘은
저 정자나무에 줄을 매어
님과 함께
푸른 하늘 높이
밀고 당기며
쌍그네를 뛰고 싶다오.
훠어얼 ,
훨 ~!
오월 단오를 몇일 앞두고 그 옛날을 생각하며 한수 몇편을 찾아 올리다. 낙민
단오(端午)의 감흥시(感興詩)에 화하다. 문문산(文文山)의 시운에 차운함 –여헌 장현광
때를 따라 이치에 순응하니 자연 시름을 잊어 / 隨時順理自排愁
이는 성을 수축하여 적을 쫓는 것과 같다오 / 正與修城逐賊侔
평탄함과 험함, 길함과 흉함 모두 초탈한다면 / 夷險吉凶皆自外
어느 곳이든 도가 두루 흐르지 않음이 없으리라 / 道能無處不周流
단옷날에 선온(宣醞)을 받고 느낌이 있어서 –학봉 김성일
일천 년의 운수 마침 황하 맑을 때임에 / 一千年運屬河淸
성상의 깊은 은혜 녹명에 화합하네 / 聖主深恩叶鹿鳴
뉘라 알리 굴원이 멱라수에 빠진 날에 / 誰識屈原沈汨日
사신이 일 없어서 선온 술에 취할 줄을 / 詞臣無事醉霞觥
중오일(重午日)에 우연히 써서 운사(雲師)에게 주다. -학봉
단옷날 찾는 이 없어 홀로 앉았을 제 / 端陽獨坐無人問
긴긴날 빈 누각에 졸음 조는 맛 깊은데 / 永日空樓睡味濃
오히려 제비 새끼 친근한 뜻이 많아 / 猶有燕兒多舊意
발 너머서 때때로 주인옹을 부르누나 / 隔簾時喚主人翁
송당(松堂)의 절구 두 수를 차운하다. -학봉 김성일
사신 탄 배 처음으로 섬 안에 대었는데 / 仙槎初泊島中州
명절이라 나라 떠난 시름 되레 더해지네 / 令節還添去國愁
나그네 꿈 바다라고 어찌 가로막히리오 / 羇夢何曾鯨海隔
어젯밤 꿈에 분명 임금 얼굴 뵈었다네 / 分明昨夜覲前旒
한식의 봄 왔어도 고향 땅에 못 갔음에 / 寒食春來不到鄕
천중절(단오) 이날에는 한이 더욱 길구나 / 天中此日恨增長
고향 선산 저 북쪽 어디쯤에 있으려나 / 松楸北望知何許
객의 눈물 소리 없이 술잔에 떨어지네 / 客淚無端落酒觴
단오첩〔端午帖〕 -향산 이만도
순전에서 훈금 줄을 고르고 있고 / 薰琴調舜殿
당궁에선 포주 맘껏 마셔 즐기네 / 蒲酒樂唐宮
만물 모두 형통할 운 당하였거니 / 萬物當亨運
신묘한 공 상제에게 짝해 드높네 / 神功配帝隆
회상전(會祥殿) 단오첩(端午帖) -정조대왕 세손 시절
기나긴 상서로운 햇빛에 누수 소리는 드문데 / 遲遲瑞日漏初疎
금원의 괴화는 비에 젖어 피려고 하누나 / 禁苑槐花雨欲舒
검소함 드러낸 성후의 마음은 대련을 본받았고 / 昭儉聖心追大練
성상 받든 지극한 교화는 관저에 짝하였네 / 承乾至化配關雎
단양(端陽)에 고사(故事)를 기록하다 –정조대왕 춘저록
좋은 명절 천중이 이르니 / 令節天中屆
훈풍이 궁전 모퉁이에 불어오네 / 薰風殿角廻
애부는 서로 다투어 문에 붙이고 / 艾符爭貼戶
창포주가 잔에 가득한 게 기뻐라 / 蒲釀喜盈罍
여름 오월이라 갈포 옷이 한창인데 / 夏五方絺葛
그네는 또 푸른 괴나무에서 뛰누나 / 秋千又綠槐
궁녀들은 제비를 맞이하여 / 宮娥迎鷰子
아침에 고매에게 기도를 드리네 / 朝日祝高禖
단옷날에 감회를 쓰다〔端午日書懷〕 -회재 이언적
단오절이 돌아와서 만물이 다 빛나건만 / 節屆端陽萬物輝
초췌해진 이 한 몸은 시절과 맞지 않네 / 一身憔悴與時違
지난날엔 은총 입어 궁의 하사받았는데 / 宮衣憶昨霑恩賜
지금은 해 저무는 객지에서 우는구나 / 客淚如今墮晩暉
묵은 풀은 상로지감 금하기 어렵거니 / 宿草難禁感霜露
늘그막에 어머님을 봉양할 길이 없네 / 殘年無計奉庭闈
평생 힘쓴 충과 효를 지금 모두 저버리니 / 平生忠孝今俱闕
이역의 풍경 모두 고향 땅과 다르도다 / 異域風煙擧眼非
철원에서 단오절을 만나다〔在鐵原逢端午〕 -성현
샘물처럼 많고 많은 창포주를 누가 권할꼬 / 蒲觴誰侑酒如泉
동헌에 편히 누워 홀로 졸기나 할 뿐이네 / 高枕東軒獨自眠
함함을 슬퍼하던 상류의 처지는 면했지만 / 縱免湘纍悲顑頷
오초를 갖고 아름다움 겨루긴 어렵구려 / 難將吳草鬪嬋娟
꽃다운 시절은 시름 속에 쉬 늙어만 가고 / 芳春易向愁中老
좋은 명절은 거의 다 말 위에서 보내누나 / 佳節多於馬上捐
멀리 생각건대 장안의 수많은 나무 밑엔 / 遙想長安千樹底
그 몇이나 요란히 그네뛰기 놀이를 하는고 / 幾人撩亂競鞦韆
내일이 단오 명절이라 다시 앞의 운을 써서 시를 짓다 –가정 이곡
병들어 신음하느라 봄도 그냥 보내다가 / 爲緣抱病失靑春
오늘 따라 흥이 나며 마음이 들썩이네 / 便覺今朝興有神
언제 각서의 맛을 못 본 적이 있었던가 / 角黍何曾負此腹
채사도 나의 몸을 묶을 줄 잘 아는 듯 / 綵絲如解繫吾身
자식을 키우지 못하게 한 정곽의 의심도 풀렸고 / 遠嫌靖郭妨生子
영균은 아직도 감동시키며 해마다 사랑받는다네 / 每愛靈均尙感人
지금은 바로 하나의 음이 다시 용사하는 때 / 正是一陰還用事
천기는 그동안 몇 번이나 새로 작동하였던가 / 天機袞袞幾回新
단오〔端陽〕 -고봉 기대승
나는 용이 월굴에 다다르니 / 飛龍臨月窟
절기를 단양이라 이름 붙였네 / 節氣號端陽
훈풍은 담담하게 지나가고 / 淡淡薰風度
백일은 유유히 길구나 / 悠悠白日長
창포주 마시면서 즐거워하고 / 觴蒲斟亦樂
죽통의 밥 생각하니 마음 상하네 / 筒飯憶堪傷
홀로 영주의 손님 있어 / 獨有瀛洲客
궁중 술에 특이한 향취 마시네 / 宮壺啜異香
단오절 –농암 김창협
여행길에 명절을 만나는 건 달갑잖다 / 遠行不合逢佳節
사람들 예로부터 단오 중히 여겼나니 / 擧俗由來重端陽
만조백관 입조하여 임금님 배알하고 / 百官是日朝紫宸
해마다 홍문관에 어주가 내렸다네 / 每歲宮壺下玉堂
가는 세월 지금은 내 처지와 아니 맞아 / 天時今不與人謀
진흙탕에 말 몰며 시름하는 이내 신세 / 黃泥騎馬吾獨愁
그네 타는 고향 풍경 아련히 그립구나 / 鞦韆遠憶故鄕違
음식 들고 많은 사람 묘지에서 돌아오리 / 壺飧多從墟墓歸
막내아우 새 무덤 잔디 또한 푸를 텐데 / 小弟新墳草亦綠
오늘 아침 어느 형이 술 따르며 곡했을까 / 今朝酹酒何兄哭
단옷날에 두 분 형을 모시고 천진암에서 놀다[端午日陪二兄游天眞庵] 4일에는 절에서 잤음 -다산 정약용
산들은 울창하고 오솔길은 하나인데 / 重巒蓊藯一蹊微
짙푸르고 누른 것들이 석양빛을 희롱하네 / 濃綠深黃弄晩暉
뽕잎에 살이 붙자 비둘기들 새끼 치고 / 桑葉欲肥鳩正乳
보리 까라기 돋아날 때 꿩들은 날고 날지 / 麥芒初長雉交飛
잔도가 봄에 불타 중 가는 길 모르겠고 / 春燒古棧迷僧徑
해 맑은 날 폭포수가 객의 옷에 뿌려진다 / 晴瀑危橋濺客衣
깊은 곳에 살고 있는 인가가 있나보다 / 知有人家深處住
딸애를 부르는 소리 시내 너머서 들려오네 / 隔溪聞喚女兒歸
양자봉 꼭대기에 풀과 나무가 무성한데 / 楊子峯頭草木蓁
흰구름이 다 걷히자 푸르른 산 첩첩이로세 / 白雲飛盡綠嶙峋
날다람쥐 나무 타니 꾀꼬리가 먼저 피하고 / 蒼鼯度樹鶯先避
표범이 숲 속을 가니 까치들이 짖어대네 / 文豹行林鵲亂嗔
나물 캐는 아낙을 비탈길에서 때로 만나고 / 磴路時逢挑菜女
바위 문에는 날마다 꽃구경 온 사람이라네 / 巖扉日送賞花人
흐르는 물에 발 씻는 게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 臨流濯足知何意
조선 천지 많은 먼지를 밟아왔기 때문이지 / 曾踏東華萬斛塵
바위산이 첩첩으로 기림을 싸고 있어 / 巖阿層疊抱祇林
불경이며 향로며 모두가 깊고 깊네 / 經卷香爐深復深
시냇가 풀 청색 황색 녹색 섞여져 있고 / 澗草雜靑黃綠色
산새들은 열 가지 백 가지 천 가지 소리로구나 / 山禽交十百千音
이벽이 독서했던 곳이야 있지마는 / 李檗讀書猶有處
원공이 있던 자취는 아득하여 못 찾겠다 / 苑公棲跡杳難尋
풍류와 문채도 영경이라야 제격이지 / 風流文采須靈境
한나절은 잔 돌리고 한나절은 시읊었네 / 半日行杯半日吟
단옷날에 슬픈 감회를 읊다[端午日述哀] -정약용
옛날에는 단옷날에 / 舊日端陽日
선방에서 사랑의 부채 내리셨다 / 恩頒自扇房
내가에서 새로 만든 것이기에 / 內家新制作
긴 여름도 그것 때문에 시원했지 / 長夏故淸涼
만질수록 칠 빛이 윤택하고 / 漆澤摩來潤
붉은 인주 찍힌 첩자 향기롭더니 / 紅泥帖子香
지금은 장기 어린 곳에서 / 如今瘴厲地
모기떼가 괴롭게 침상에 덤비네 / 蚊蚋苦侵床
옛날에는 단옷날에 / 舊日端陽日
패초를 받고 옥당에 가면 / 承牌赴玉堂
시를 짓게 하여 반드시 가작을 뽑고 / 徵詩必妙選
옛일을 말하게 하여 상서로움을 취했으며 / 陳古略禎祥
잘못을 간하도록 붓을 내리고 / 彩筆容規諫
사랑의 뜻으로 주부도 하사하여 / 朱符帶寵光
대내에서, 재앙을 물리치게 하기 위하여 주사(朱砂)로 쓴 부적을 하사하였음.
전각 기둥에다 성명을 써두고 / 姓名題殿柱
길이 군왕을 모실 수가 있었는데 / 長得侍君王
단오일에 육방옹의 초하한거시 팔 수를 차운하여 송옹에게 부치다[端午日次韻陸放翁初夏閒居八首 寄淞翁] 무자년(1828) 5월 5일 -정약용
매실은 살찌고 백합꽃은 향기로운데 / 梅子靑肥百合香
훈풍이 작은 창으로 미량을 맞아오네 / 薰風小牖迓微涼
세월은 이미 세 자루 촛불이 다하였고 / 年光已盡三丁燭
세간살이는 이제 십홀방만 남았다오 / 世界今餘十笏房
보리 이삭 등장하니 주린 시절 지났고 / 麥穗登場飢境過
푸른 그늘 바다 같아 조는 때가 길도다 / 綠陰如海睡時長
옛사람 주역 말할 제 어이 그리 허물이 많은고 / 古人說易何多咎
본디 빈 주머니가 주머니를 싸맴보다 낫다오 / 自是空囊勝括囊
검은 구름 뭉게뭉게 대낮이 컴컴한데 / 雨意萋萋作晝冥
오이밭엔 한음의 두레박이 여전하도다 / 瓜田依舊漢陰甁
앵두는 일찍 시들어 오히려 흰빛이 남았고 / 櫻因早瘁猶留白
파초는 추위에 상하여 푸르지를 못하네 / 蕉爲冬傷未放靑
얕은 여울엔 배가 막혀 이갑이 떠들어대고 / 淺瀨膠船喧里甲
무너진 도랑엔 널빤지를 놓느라 원정이 분주하다 / 敗溝設版走園丁
농가에 따로 천문 관측하는 방법이 있어 / 農家別有天文志
항상 무저울이 편평한가 기운가를 본다네 / 平仄常看水秤星
늘그막에 한가히 이 띳집에 쉬면서 / 晩年湯沐此茅堂
한 평상에 앉고 한 침상에 눕고 하나니 / 坐一牀仍臥一牀
보기 좋은 건 오직 남쪽 들의 아늑한 물이요 / 悅眼物唯南垞淼
마음에 상쾌한 건 곧 서늘한 북쪽 창이로다 / 快心事是北窓涼
문자를 가지고 겨루는 기세를 부리지 말라 / 莫將文字施爭氣
점차로 천지가 본디 장난마당임을 알았네 / 漸識乾坤本戲場
황혼이 되길 기다려 시끄러이 코를 고나니 / 待到曛黃轟鼻鼾
무더운 밤에 더구나 등불이 가증스러워 / 炎宵況又惡燈光
고요히 보니 쓸쓸히 손들 떠난 처음에 / 靜觀蕭然客散初
한가히 거닐어라 바람 부들 쫓아갈 필요가 없네 / 閒行不必逐風蒲
기강이 엄격해라 벌은 임금을 높이 받들고 / 紀綱嚴者蜂尊主
사랑이 고루어라 제비는 새끼를 잘 치도다 / 慈愛均哉燕養雛
한대엔 경학을 말하면서 실제를 빠뜨렸고 / 漢代談經遺實際
송유는 이치를 통하여 이를 좇아 탐색하려 했네 / 宋儒通理欲追呼
무지개 한번 끊어지고 바위 안개 푸르른데 / 虹橋一斷巖煙翠
또한 어떤 사람이 이 이치를 강론할런고 / 亦有何人講此無
쓸모없는 인생 얼마나 살지 늘 생각할 뿐 / 懶散常思幾許生
식은 재 마른 나무처럼 정 둔 데가 없다오 / 死灰槁木不鐘情
김을 안 매니 나물은 쑥 속에 파묻히고 / 忘鋤菜遂蒿中沒
저술을 폐하매 책은 오히려 책상에 놓여 있네 / 廢著書猶案上橫
급한 성질 소마되어 기쁨과 노염은 없으나 / 急性消磨無喜怒
병든 몸의 지혜는 흐리고 갤 것을 안다네 / 病軀靈慧識陰晴
시가들의 격률이 번쇄한 게 시름겨워 / 詩家格律愁煩璅
웃고 욕하며 붓 가는 대로 따라 짓노라 / 笑罵從他信筆成
아손에게 살림을 주관하도록 일임하여 / 一任兒孫自幹家
땔나무 팔아 쌀과 바꿔 먹는 게 생활인데 / 販樵兌糴是生涯
서쪽 백성은 풍속 후해 오히려 꿀을 보내고 / 西氓俗厚猶貽蜜
남녘 선비는 정이 깊어 늘 차를 부쳐 온다 / 南士情深每寄茶
지위 없어 가마꾼들 애쓰는 게 부끄럽고 / 無位肩輿羞蹩躠
때로는 작은 배 끌고 깊은 골짜기에 노니네 / 有時划艇弄谽谺
아, 길같이 쌓인 서적이 무슨 도움이 되랴 / 等身書在嗟何補
한푼 돈을 샀을 땐 또한 스스로 자랑한다오 / 直一錢時也自誇
까닭 없이 몸뚱이가 세간에 부쳐 있나니 / 無故形骸寄世間
이런 무용지물이 어느 때나 돌아갈는지 / 贅疣騈拇幾時還
집은 예찬의 시 속의 물을 임하였고 / 家臨倪瓚詩中水
몸은 서희의 그림 속의 산에 있도다 / 身在徐熙畫裏山
곤궁한 삶이 참다운 부귀임을 이미 알았고 / 已識窮生眞富貴
예로부터 달관자는 어리석은 자와 같나니 / 自來達觀似冥頑
알건대 인생 고해에 부침하는 자들은 / 遙知苦海沈浮者
응당 재주 많아 한가함을 견디지 못함일레 / 應是才多不耐閒
생각건대 달고 신 세상 맛을 다 맛보고 / 甘酸世味憶皆嘗
전원에서 늙게 된 건 임금님 은총이로세 / 投老田園是寵光
물 빠진 모래톱엔 갈대순이 싹터 나오고 / 水退汀洲蘆筍茁
비 온 뒤의 울타리엔 밤꽃이 향기롭네 / 雨餘籬落栗花香
여종이 차조술을 빚으니 이는 중등 부자요 / 婢能釀秫斯中富
아전이 세금 독촉 안 하니 소강의 상태로세 / 吏不催租卽少康
경황 한 장 다 쓰고 나니 비로소 어두워져라 / 題徧硬黃窓始黑
영매의 시절에 해가 치우치게 길도다 / 迎梅時節日偏長
열수가 단오일에 부친 시에 차운하다[次韻洌水端午日見寄] 송옹(淞翁) -다산
오월이라 온 누리 풀과 나무 향기롭고 / 仲夏滔滔草樹香
연화풍은 이미 다하고 보리 가을 서늘한데 / 楝花風盡麥朝涼
못자리논엔 개구리가 개굴개굴 울어대고 / 秧田閣閣鳴蛙鼓
갈대잠박엔 누에가 겹겹으로 집을 지었네 / 葦箔重重結繭房
늙고 병든 내 어찌 더워지는 기후를 견디랴 / 老病那堪天向熱
숨은 근심은 해와 함께 길기만 하나니 / 幽憂仍與日俱長
어찌하면 이 무더운 기운을 다 쓸어버리고 / 何當掃盡蟲蟲氣
서둘러 비를 내리어 땅구멍을 터뜨릴거나 / 催遣陰官決土囊
촌 늙은이 수시로 약간씩 취하나니 / 田翁時作小沈冥
못생긴 단지에 맛없는 막걸리로세 / 薄薄茅柴缺缺甁
남은 싹 무성해라 뽕잎은 다시 푸르르고 / 餘肄丰茸桑更綠
첫 향기 부드러워라 쑥은 더욱 푸르도다 / 初香輕輭艾猶靑
천시는 이미 오월 오일이 되었는데 / 天時已見開重午
늙은 나는 어찌 장정의 반몫이나마 할쏜가 / 老物何堪作半丁
시인이 배부르기 어렵다 노래한 게 두려워 / 政恐詩人歌鮮飽
통발에 삼성이 비춤을 시름겨이 보노라 / 愁看魚罶映三星
칠부의 대청 위 한 자리의 마루에 / 七扶庭上一筵堂
한가운데 발 없는 걸상만을 안치했나니 / 兀兀中安缺足床
뜨거운 햇살은 나그네에 더위를 더해 주고 / 畏日偏添殘客熱
습한 바람은 서민들과 서늘함을 나누도다 / 雌風分與庶民涼
일 년 동안 길이 손 맞는 걸상을 묶어 두고 / 一年長束迎人榻
손과 사귀는 일이 전혀 없었나니 / 萬事全空結客場
세속을 따르자면 어찌 이래서 되리오 / 塵俗幫纏安用此
눈 감고 회광이나 하는 것만 못하리라 / 不如閉眼且回光
한가한 사람 술 다하면 시름이 생기는지라 / 閒人酒盡卽愁初
종일토록 무료히 포단에 기대 앉았노라니 / 終日無聊坐隱蒲
주렴 위에 왕래하는 건 오직 제비이고 / 簾額周旋惟燕子
나무 그늘에 모여앉은 건 다 병아리로세 / 樹陰團伏總鷄雛
뜨락의 풀 절로 자라지 누가 언제 심었으랴 / 繞階草長何曾植
문만 열면 산이 다가오네 부르지를 않아도 / 排闥山來不待呼
시험 삼아 찾노니 이 마음이 어떤 것인고 / 試覓此心那個是
공연스레 말만으로 허무라 하네 / 公然言語□虛無
이 사람의 질병은 생명과 함께 존재한지라 / 是人疾疹與生生
흐르는 물 뜬구름처럼 일체 뜻대로 지낸다오 / 流水浮雲一任情
비에 젖은 석류꽃은 창졸간에 피었고 / 浥雨榴花開造次
바람 끄는 박넝쿨은 종횡으로 뻗는구나 / 引風匏蔓走縱橫
해 긴 뽕나무밭에선 닭이 한낮에 울고 / 桑田日永鷄鳴午
진흙탕 미나리 길엔 새가 갠 날에 지저귀네 / 芹徑泥深鳥叫晴
슬프다 내 님이 하늘 끝에 멀리 있으니 / 惆悵美人天末遠
서로 만남이 어느 때나 이뤄질는지 / 朅來余目幾時成
다른 이를 끌어다 자신에 비유하지 말라 / 不把他家較自家
버러지나 초목이 생애는 한가지라네 / 蚊虻草樹共生涯
젊어서도 담박하여 채소만 먹었는데 / 少猶澹泊惟啖菜
늙어서는 더욱 청허하여 차도 안 마신다오 / 老益淸虛不啜茶
흐르는 물은 굴곡을 따르기에 무에 어려우랴 / 流水何妨循屈曲
산봉우리들은 골짜기를 감추기에 합당하네 / 亂山端合鏟谽谺
이번 단오절에 과연 진군을 제사지냈는가 / 今辰果祭陳君否
서력과 남포를 부질없이 자랑 말게 / 西瀝南苞莫謾誇
급진하는 한 질병으로 저승길을 헤매다가 / 駸駸一病在冥間
그대 시를 얻고부터 옛 모양을 되찾았네 / 自得君詩舊觀還
연우 속의 문은 서쪽으로 꺾인 물을 임했는데 / 煙雨門臨西折水
운하 속에 앉아 북쪽에서 온 산을 포옹하네 / 雲霞坐擁北來山
곤궁함을 견디매 심신의 동요를 면하였고 / 固窮免被心神擾
오래 누웠으니 팔다리가 뻣뻣해지도다 / 久臥從敎手脚頑
눈에 가득한 좋은 경치에 즐거움 누리거늘 / 滿眼風光消受好
어느 곳으로 좇아 따로 한가함을 찾으리오 / 試從何處另求閒
만사가 다시 경험할 것이 전혀 없어 / 萬事全無可更嘗
바람 바퀴 도는 속에 세월을 보내노라 / 風輪眩轉玩流光
선녀는 늙어가매 연꽃이 이내 희어지고 / 仙姑老去蓮俄白
귀수는 돌아오매 바로 누런 돌이었네 / 鬼叟歸來石是黃
집 한 칸 아직 있으니 생활하기 용이하고 / 五畝猶存容歇泊
삼성이 길이 있어 즐거움을 부쳤는데 / 三聲長在寄歡康
근년에는 이런 일이 쓴 듯이 없어진지라 / 年來是事消除盡
시인들을 향하여 장단을 말하지 않네 / 不向時人說短長
단오〔端午〕 -도은 이숭인
오후의 지관에 오월의 바람 살랑살랑 / 五侯池館暑風微
현란한 그네뛰기 줄과 함께 공중으로 / 撩亂鞦韆綵索飛
비단 부채 비단 적삼 그래도 부끄러워 / 紈扇羅衫也羞澁
녹음 깊은 곳 부러 찾아 서성거린다오 / 綠陰深處故依依
단옷날에 직려에서〔端午直廬〕 -도은 이숭인
한 동산의 석류꽃은 붉게 이슬 맺히고 / 一苑榴花露浥紅
땅에 드리운 주렴에는 훈풍이 가득해라 / 珠簾垂地滿薰風
천안이 정녕 백성들 걱정에 수척해지셨으니 / 天顔政爾憂民瘦
강 복판의 백련동을 아무래도 바쳐야 할 듯 / 怕進江心百鍊銅
단오날 교외에서 느낀 바 있어 지음 -이규보
옛 무덤 새 무덤 서로 이웃하였네 / 舊墳新壙接相隣
한평생 술 취한 이 그 몇몇이뇨 / 幾許平生醉倒人
오늘 자손들 다투어 술 올리지만 / 今日子孫爭奠酒
한 방울인들 입술을 적실까보냐 / 可能一滴得霑脣
단오(端午)에 그네 뛰는 여자 놀이를 보다 나라 풍속에 단오때면 여자가 이 놀이를 한다. -이규보
밀 때는 선녀가 달나라로 가는 듯 / 推似神娥奔月去
돌아올 땐 선녀가 하늘에서 오는 듯 / 返如仙女下天來
쳐다보니 뛰어오를 땐 땀방울 흘리더니 / 仰看跳上方流汗
금방 펄렁이며 되돌아오는구나 / 頃刻飄然又却廻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온다 말을 마소 / 莫言仙女下從天
베 짜는 북처럼 왔다갔다 하네 / 來往如梭定不然
아마도 꾀꼬리가 좋은 나무 가릴려고 / 應是黃鸎擇佳樹
날아왔다 날아갔다 하는 것인가 / 飛來飛去自翩翩
단오(端午) 이제현(李齊賢)
경사 와서 여식한 지 열 봄이 지났는데 / 旅食京華十過春
서쪽으로 와 또 길손이 되었구나 / 西來又作問津人
공명 때문에 반생을 이미 그르쳤네 / 半生已被功名誤
객지에 오래 머무르니 명절이 놀라누나 / 久客偏驚節物新
부평 같은 나그네 종적은 청해의 달 밑이요 / 萍梗羈蹤靑海月
고향에 돌아갈 꿈은 태봉 먼 고장 / 松楸歸夢泰封塵
술집 찾아들어 창포주를 마시노니 / 旗亭且飮菖蒲酒
술 안 먹고 읊조리는 굴원 안 배우네 / 未用醒吟學楚臣
단오첩〔端午帖〕 -동명 정두경
상의원서 취운삼을 지어서 막 올렸는데 / 尙衣方進翠雲衫
다섯 빛깔 안개꽃을 봉황새가 물고 있네 / 五色烟花紫鳳銜
말 듣건대 군왕께선 한밤중에 어전에서 / 聞說君王宵尙御
촛불 켜고 간서 담은 함을 열어 본다누나 / 燭前常閱諫書函
단오첩자〔端午帖字〕 -동명 정두경
구중궁궐 높이 솟아 푸른 하늘 닿았으며 / 九重城闕接層霄
용과 같이 서린 화악 뭇 산들이 조회하네 / 華岳龍盤衆岳朝
해가 뜨자 기 그림자 돌아가는 것 보이고 / 日出漸看旗影轉
바람 불자 패옥 소리 먼 거를 못 깨닫겠네 / 風來不覺佩聲遙
적령부를 진헌하매 세 변방이 고요하고 / 赤靈符進三邊靜
염제의 때 돌아오매 한 기운이 순조롭네 / 炎帝時回一氣調
천년 만의 성세에다 명절까지 겸했으매 / 千載盛辰兼令節
바라건대 송축 노래 소소에다 섞으소서 / 願將歌頌雜簫韶
단오날에 통판 명부(明府 지방관의 개칭)에게 부침[端午日寄通判明府] -이첨(李詹)
내가 하동에 귀양 온 뒤로 / 自我謫河東
이제 두 번 단오를 지낸다 / 今經二端午
고향 생각은 각서 같이 길고 / 鄕愁角黍長
세상 맛은 창포 같이 쓰도다 / 世味菖蒲苦
오마(태수(太守))가 거듭 성에 나와 / 五馬出重城
한 병 술로 극포에 논다 / 一樽遊極浦
서로 바라보는 지척 사이에 / 相望咫尺間
깊은 방안에서 기운이 실날 같도다 / 深室氣如縷
단오일에 여회가 춘휘정에서 수연을 베풀고, 아녀를 시켜 짝을 지어 그네 놀이를 하는데, 비구니가 참여하는 자도 있었다[端午日如晦設壽席于春暉亭令兒女隊爲鞦韆戲亦有比丘尼來參者] -허백당 성현(成俔)
푸른 눈썹과 흰 이의 웃음이 고운데 / 靑娥皓齒笑空姸
헛되이 사람이 되어 자연을 하직했네 / 浪作人間謝自然
봄의 마음을 억지로 굽혀 난야(절간)에 붙였다가 / 强屈春心寄闌若
다시 여자의 짝을 따라 추천을 다투노라 / 還隨女伴鬪鞦韆
상포에 해가 비추매 거위털처럼 부드럽고 / 霜袍日照鵝毛嫰
오모에 바람이 가벼우매 제비 날개같이 펄럭인다 / 烏帽風輕燕翼詡
갑자기 의심하나니 이 티끌 세계를 정계로 만들려고 / 忽訝微塵成淨界
여래가 방편으로 하늘꽃을 흩날리는가 / 如來方便散花天
단오(端午) -목은 이색
금년의 단오절은 천시가 매우 좋은데 / 今年端午好天時
천애의 노모 위해 멀리서 걱정이 되네 / 老母天涯費遠思
쑥잎으론 인형 만들어 문 위에 올리고 / 艾葉扶翁上瓊戶
창포꽃은 술거품에 섞여 금잔에 드누나 / 菖花和蟻入金巵
눈은 좋은 명절에 놀라나 내 나라가 아니요 / 眼驚佳節非吾土
몸은 뜬 이름에 참예하여 색실을 매었네 / 身與浮名繫綵絲
생각건대 고향 산천 내가 놀던 곳에는 / 想得家山游戱處
그넷줄이 반공중 석양 아래 드리웠으리 / 鞦韆斜影半空垂
그네 –목은 이색
중원에선 한식에 동풍이 좋이 불 때면 / 中原寒食好東風
사람과 그네가 반공중을 오르내리는데 / 人與鞦韆在半空
모름지기 기억할 건 삼한의 단오절에 / 須記三韓端午日
말 소리 속에 모시 적삼 가벼이 날림일세 / 紵衫輕擧語聲中
채색 실 나부끼며 스스로 바람 일으킬 땐 / 綵絲飛颺自生風
붉은 치마가 하늘로 들어갈까 두려웠는데 / 直恐紅裙入碧空
사람 파한 석양엔 적막하기만 하여라 / 人散晚來殊寂寞
석양 아래 그넷줄만 희미하게 걸려 있네 / 依依掛在夕陽中
당당한 가래나무는 멀리 바람을 임했는데 / 堂堂楸樹迥臨風
붉은 실 그넷줄은 공중을 차고 오르네 / 紅線鞦韆欲蹴空
소년들이 서로서로 끌어가고 밀어올 제 / 挽去推來少年在
여인들 시선 속에 장부의 심장 흔들려라 / 鐵腸搖蕩眼波中
단옷날의 석전(石戰) -목은 이색
해마다 단옷날엔 악바리 청년들 모여들어 / 年年端午聚群頑
양 편으로 갈라서서 돌 날리며 싸우는데 / 飛石相攻兩陣間
마시장 냇가에 아침부터 집결을 하였다가 / 馬市川邊朝已集
승재 지내는 절 북쪽에 저녁에야 돌아오네 / 僧齋寺北暮方還
쫓길 적엔 산야에 깔린 약초처럼 흩어졌다가 / 忽然被逐輕如藥
대치할 적엔 태산처럼 물러설 줄을 모르는데 / 屹爾當衝重似山
목적은 단지 조정이 용사를 구하는 것이거늘 / 只爲朝廷求勇士
얼굴과 눈이 깨지다니 이는 또 무슨 체면인고 / 殘傷面目亦胡顔
단오일에 선묘(先墓)를 생각하다. -백사 이항복
충효를 대대로 전하여 이 몸에 미쳐서는 / 忠孝傳家及此身
부모님께서 늘 너 사람 되거라고 경계하였네 / 爺孃常戒汝爲人
오랑캐 땅 오늘은 하늘과 바다가 연접했는데 / 龍荒是日天連海
좋은 때를 곡하는 까마귀 소리를 매양 듣누나 / 每聽林烏哭令辰
유성현(柔城縣)에서 단오(端午)에 짓다. -사가 서거정
거년 단오에는 양주의 나그네 되었는데 / 去年端午客楊州
금년에는 금강 머리를 떠돌아다니누나 / 今歲飄零錦水頭
쟁반 가득한 목숙은 궁한 나를 깔보겠지만 / 苜蓿堆盤欺我冷
술잔에 뜬 창포는 그대 위해 꾀한 거로세 / 菖蒲浮酒爲君謀
덧없는 생은 천중절을 몇 번이나 지냈던고 / 浮生幾度天中節
속세의 삶은 바다 갈매기에 하 부끄러워라 / 塵世多慙海上鷗
남초의 영령은 응당 혼매하지 않으련만 / 南楚英靈應不昧
한 번 가서 상강에 술잔 부을 길이 없구나 / 無因一去酹湘流
단오(端午) -서거정
금년에 또 단오절을 만났어라 / 今年又端午
이날이 바로 좋은 때이라서 / 此日卽良辰
잔에 가득한 것은 오직 창포주요 / 滿斝唯菖酒
문 위에 걸린 것은 애인이구려 / 當門有艾人
모시옷은 가는 곳마다 편안하고 / 紵衣行處軟
합죽선은 하사받은 게 새롭구나 / 竹扇賜來新
성상께 강심경을 올리고 싶어라 / 欲進江心鏡
내 지금 간관으로 있으니 말일세 / 吾今忝諫臣
단오(端午) -서거정
타관 객지에서 단오를 만나니 / 客裏逢端午
유유한 세월 새롭기만 하여라 / 悠悠歲月新
그넷줄은 나를 태워주는 듯하고 / 綵繩如絆我
창포주는 사람을 저버리지 않네 / 蒲酒不辜人
좋은 명절은 회한만 더하거니와 / 佳節空添恨
덧없는 이름은 몸을 위한 것이랴 / 浮名豈爲身
일음이 바야흐로 동하는 곳에 / 一陰方動處
오만 일이 또한 번잡해지겠네 / 萬事亦紛繽
단오(端午) 2수 -서거정
또 이 천중절을 맞이했어라 / 又是天中節
세월이 빠르기가 구르는 공 같네 / 光陰似轉丸
어떤 이는 허리에 쑥을 찼는고 / 何人腰服艾
나그네는 난초를 꿰어 찼도다 / 有客佩紉蘭
제비는 실바람에 몸을 뒤척이고 / 燕子微風動
석류꽃엔 작은 빗방울이 차갑네 / 榴花小雨寒
해마다 단오절의 술을 마시니 / 年年蒲節酒
절로 쇠잔한 몸 기를 만하구나 / 自可養衰殘
내 생은 참으로 쓸쓸하기만 한데 / 吾生眞落托
어느덧 염량이 또 바뀌었구나 / 倏忽換涼炎
세상일은 기장밥 짓기나 같은데 / 世事如炊黍
공명은 하늘에 별 따기만 같구려 / 功名似採蟾
모시 적삼은 가늘어서 가벼운데 / 紵衫輕細細
합죽선은 손으로 살살 부치어라 / 竹扇弄纖纖
좋은 명절을 헛되이 지내노라니 / 佳節虛經過
어느덧 흰 머리털만 더했네그려 / 居然白髮添
경진년 단오시(端午詩)의 운을 사용하여 일휴(日休)에게 부치다. 2수 -서거정
금년에 또 단오절이 되었어라 / 今年又端午
세월이 나는 공처럼 빠르구려 / 日月似跳丸
작은 비에 새 죽순은 터 나오는데 / 小雨新抽筍
갠 바람엔 목란 배를 띄우고 싶네 / 光風欲泛蘭
술취하여 엷은 홑적삼을 걸치고 / 醉穿衫袖薄
서늘하게 찬 대자리에 누웠자니 / 涼臥簟紋寒
그 어디서인지 그네 뛰는 그림자 / 何處鞦韆影
흔들거려라 해는 아직 한창인데 / 搖搖日未殘
나의 삶은 참으로 담박할 뿐인데 / 吾生眞淡薄
세태는 권세 붙좇길 좋아하누나 / 世態喜趨炎
흥취 풀려면 좋은 술을 생각하고 / 遣興思樽蟻
지기지우는 문필에 의탁하는데 / 知音托硯蟾
대숲에선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 竹風吹細細
나무숲엔 초승달이 떨어지누나 / 林月落纖纖
천지 안에 큰 대 자로 누웠노라니 / 大臥乾坤內
시 흥취가 늦게 다시 더하는구려 / 詩情晩更添
단오(端午)에 장난삼아 제(題)하여 최 이부(崔吏部)에게 부치다. 2수 -서거정
창포를 가늘게 썰어 막걸리 잔에 띄우고 / 菖蒲細切泛醪盆
서로 권할 사람 없어 아내와 함께하노라 / 酬酢無人共細君
애수는 무슨 명예 이끗 탐할 일이 있기에 / 艾叟有何奔競事
오늘 아침 손을 따라 권문에 섰단 말인가 / 今朝隨客立權門
집집마다 단오의 창포 술잔은 향기롭건만 / 家家端午酒杯馨
어느 누가 한 잔 따라 초령을 위문해줄꼬 / 一酌何人弔楚靈
손꼽아 세보매 홀로 깸은 쓸 데가 없었으니 / 屈指獨醒無用處
우리 함께 실컷 마시어 굳이 깰 것 없고말고 / 與君痛飮不須醒
자고(子固)가 단오(端午)에 부친 시에 차운하다. 2수 -서거정
창포주 마시고 아침에 약간 취하여 자는데 / 蒲酒朝來小醉眠
숲 너머 아녀들 그네 뛰는 소리가 요란하네 / 隔林兒女鬧秋千
둥근 부채 잠깐 저으매 맑은 바람이 일고 / 乍揮團扇淸風動
모시 적삼 입으니 가랑눈이 연한 듯하네 / 試著輕衫細雪聯
연못 가득한 연잎은 푸른빛이 깨끗하고 / 荷葉滿池新綠淨
비에 젖은 석류꽃은 붉은 송이가 선명쿠려 / 榴花浥雨睌紅鮮
금년에도 아름다운 명절을 즐기지 못하고 / 今年又負酬佳節
애오라지 바둑 두어 지상선이나 배운다네 / 聊復圍碁學地仙
연래엔 질병과 늙음이 서로 침범해 와서 / 年來病與老相尋
울적한 정회가 쉬 가슴속에 가득해지네 / 㪍鬱情懷易滿襟
절로 난탕이 있어 새로 머리를 감았거니 / 自有蘭湯新沐髮
창포김친들 없어 고인 마음 못 전할쏜가 / 可無菖歜古傳心
덧없는 인생은 천중절을 몇 번이나 지낼꼬 / 浮生幾度天中節
예전의 늪가에서 읊조림만 슬퍼할 뿐이네 / 往事空悲澤畔吟
인생이 출처를 뜻에 맞게만 하려 한다면 / 出處人生如適意
굳이 조시와 산림을 논할 것이 없고말고 / 不論朝市與山林
중오(重午) -서거정
쉰여덟 해의 단오절을 오래도 겪었어라 / 飽經五十八端陽
그동안 신세는 불우해 백발만 길어졌네 / 身世蹉��白髮長
허리 가득 쑥을 찬 건 곳곳에 보이는데 / 艾帶盈腰隨處見
눈 가득 창포주는 누굴 위해 향기로운고 / 菖醪滿眼爲誰香
잠깐 부채 휘둘러 더위를 식히기도 하고 / 乍揮團扇消淸暑
시험 삼아 홑옷 입어 서늘함도 끌어오네 / 試著輕衫博嫩凉
유유한 천고가 한바탕 취서몽일 뿐인데 / 千古悠悠一炊黍
원상에 조부를 지을 만한 재주도 없구려 / 無才有賦弔沅湘
단오(端午) 2수 -서거정
한 해의 절서가 또 단양 명절에 이르자 / 一年時序又端陽
창포를 가늘게 썰어서 술잔에 띄우누나 / 細切菖蒲泛酒觴
구절이 어찌 늙음을 물리칠 수 있으리오 / 九節何嘗能却老
내 귀밑 가의 백발은 봐 주지 못하던걸 / 不曾饒我鬢邊霜
오이랑 앵두랑 계절의 산물은 싱싱하고 / 瓜子櫻桃節物新
그네 뛰는 높은 나무 그림자는 하 맑은데 / 鞦韆高樹影����
그윽한 집 석양 아래 문 닫고 홀로 앉아 / 閉門獨坐幽亭晩
묵묵히 아무 말 않고 애인을 배우노라 / 黙黙無言學艾人
단옷날 감회가 있어서[端午日有感] -삼봉 정도전
농삿집 늙은이들 술을 자주 권하면서 / 野父田翁勸酒頻
오늘은 바로 좋은 날이라 일러 주네 / 謂言今日是良辰
싫도록 취하여 모옥에 누웠으니 / 頹然醉臥茅簷下
홀로 깨어 읊조리는 택반 사람 부끄러워 / 還愧醒吟澤畔人
의주 목사의 〈단오〉 시에 차운하다〔次義州牧端午韻〕 -삼탄 이승소
꿈속서도 집에 가는 길은 아주 길고 길어 / 夢裏還家道路長
깨어보니 주렴 위에 아침 해가 걸려 있네 / 起看簾額上朝陽
누군가가 오늘 바로 단오라고 말하면서 / 人言今日是端午
술에 창포 띄워서는 내게 한 잔 올리누나 / 爲泛菖蒲進一觴
풀빛 마치 안개 같고 버들가지 기다란데 / 草色如煙柳線長
촌사람들 사는 부락 산의 양지쪽에 있네 / 野人籬落傍山陽
물가에서 잔치 열어 좋은 명절 보내거니 / 臨流敞宴酬佳節
갈고 소리 둥둥대는 속에 술잔 보내누나 / 羯鼓聲高送羽觴
머리 검은 젊은 장군 세운 계책 장구한데 / 綠髮將軍計策長
다시 밝은 임금께서 자리 있는 때 만났네 / 更逢明主正當陽
성 도맡은 중한 책임 제대로 잘 조처하고 / 專城重寄還能辨
한가한 날 잔치 열어 손님에게 술 권하네 / 暇日開筵勸客觴
깃발 펄럭 나부끼고 피리 소리 길고 긴데 / 旌旗影拂角聲長
사냥 끝나 돌아오니 해가 벌써 저물었네 / 獵罷歸來已夕陽
다시 누선 위에 올라 계속해서 술 마시니 / 又上樓舡催進酒
봉도에서 하상 마셔 술에 취한 것만 같네 / 却疑蓬島醉霞觴
오월 오일〔五月五日〕 -삼탄 이승소
지난해의 단오 때엔 금규 안에 있으면서 / 去年端午在金閨
요지에서 모시고서 잔치하며 술 취했지 / 侍宴瑤池醉似泥
올해에는 이 좋은 날 바닷가를 떠돌면서 / 今歲良辰遊海上
부모 생각 당발 생각 때문에 뜻 혼미하네 / 戀親棠苃意還迷
인생살이 남쪽 북쪽 원래 정처 없는 거고 / 人生南北元無定
세상길의 한가함과 바쁨 진정 안 똑같네 / 世路閑忙苦不齊
어느 날에 훌쩍 떠나 옛집으로 돌아가서 / 何日拂衣歸舊隱
일엽편주 위에 타고 시내에서 낚시할꼬 / 扁舟來往釣淸溪
천중절(天中節) -상촌 신흠
천중절이 또다시 돌아왔는데 / 又見天中節
해변 촌에 오히려 머물러 있네 / 猶淹海上村
풍연은 도회지와 다르다지만 / 風煙殊市陌
잔 속의 술 그래도 따뜻하구나 / 盃酒且溫存
젊을 때는 여행을 경시했는데 / 少日輕行樂
늘그막에 고향을 이별하였네 / 衰年別故園
반통 던져 굴원을 찾고자 해도 / 飯筒遙吊屈
모를레라 소상강 어느 곳인지 / 何處是湘沅
단오에 거리를 지나다가 본 것을 기록하다[端午過街上記見] -상촌 신흠
계집애들 새벽에 일어나 머리에 창포 꽂고 / 晨興兒女揷菖蒲
마을 집들 병 물리칠 부적을 달았네 그려 / 閭巷家懸辟病符
총이말에 모시도포 어디서 온 길손인지 / 驄馬紵袍何處客
그네 뛰는 그 아래서 가지 않고 주춤대네 / 秋千架下立踟蹰
단오날에 혼자 앉아서[端午日獨坐] -신흠
늦게야 부슬부슬 강성에 내린 비에 / 江城小雨晩霏霏
울 밖의 저녁연기 젖어서 날지 못하네 / 籬外炊煙濕不飛
타향에서 가절을 몇 차례를 보냈는가 / 客裏幾回佳節過
고향을 가는 길이 생각 속에 희미하네 / 故園歸路望中微
단오일에 유씨, 장씨, 주씨가 술을 가지고 와서 위로해 주다〔端午日 兪張朱携酒來慰〕
-소재 노수신
승평의 단옷날을 당하여 / 重午昇平日
궁린이 큰 바다 가에 있는데 / 窮鱗大海濱
서로 아는 두세 사람이 / 相知二三子
와서 외로운 신하를 위문해 주네 / 來問獨孤臣
죽엽은 맑은 술그릇에 찰랑대고 / 竹葉侵尊淥
석류꽃은 눈앞에 화사하구려 / 榴花照眼新
속박된 뒤론 조용히 읊기만 하고 / 沈吟從滯迹
몹시 취하면 곧 몸을 잊어버리네 / 爛醉卽忘身
다른 본에는 문(問)이 방(訪)으로 되어 있다.
길이 굶주리며 경도를 노래하고 / 長饑歌競渡
술을 잔뜩 마시고 〈이소〉를 읽으니 / 痛飮讀離騷
술에 취하여 정신은 어지럽지만 / 潦倒神先瞀
맘이 방탕해 기개는 높기만 하네 / 狂疎氣莫高
삼한 지방엔 우로가 많이 내리고 / 三韓深雨露
오월인데도 아직껏 파도가 이누나 / 五月尙風濤
일산 기울인 게 참으로 친구 같아 / 傾蓋眞如舊
시를 지어 주어 목도에 비기노라 / 投詩擬木桃
손자 주석(疇錫)의 단오절 운을 차하다. -우암 송시열
백발의 외로운 신하 이 섬 속에 있지만 / 白首孤臣此島中
어찌 길 막혔다 방광하며 울겠는가 / 何須放曠哭途窮
대밭에 바람 이니 물소리 멀고 / 風鳴竹塢泉聲遠
산성에 달 비치니 바다도 백색이네 / 月出山城海色空
상상컨대 초강 사람 다투어 건너련만 / 緬想楚江人競渡
가엾구나 고향 소식 통할 길 없네 / 遙憐鄕國信難通
배회하며 평소의 뜻 생각하니 / 徘徊永念平生志
아홉 번 죽은들 어찌 충효를 잊으리오 / 九死寧忘孝與忠
옛날을 회상하며 –아계 이산해
해마다 취한 몸 부축하고 명광전을 나가면 / 年年扶醉出明光
거리엔 사람들이 담처럼 둘러서서 구경했지 / 街路爭瞻似擁墻
백발로 천애 벽지에서 옛날을 자주 회상하니 / 白髮天涯頻憶舊
좋은 절기 견딜 수 없는데 또 단오가 왔구려 / 不堪佳節又端陽
단오날 수주(隨州)에서 점마(點馬)하면서 –양촌 권근
객지라 단오 가절 세월은 물같이 흐르는데 / 客中佳節逝如流
새벽부터 주황(朱黃) 사열 늦도록 쉬지 못해 / 晨閱黃朱晩未休
고을이야 변지건만 풍속만은 예스러워 / 賴是邊州風俗舊
한 잔의 창포주는 시름을 달래주네 / 一杯菖酒可澆愁
단오날 이 대제의 시에 차운하다. -양촌 권근
이 날이 무슨 날인가 바로 단오날 / 此日是端午
지금 나는 오랜 세월 나그네 신세 / 今吾久客身
철 느껴라 강개한 생각이 많고 / 感時多慷慨
지난 일 더듬으니 신산만 하네 / 撫事倍酸辛
세상 맛은 창촉의 맛이라면 / 世味如菖歜
타고난 자질은 애인과 같네 / 天姿似艾人
해마다 명절이야 만나지만 / 年年逢令節
먼지 많은 벼슬길에 헤매기만 해 / 奔走宦途塵
단양(端陽) -추사 김정희
단오날 씨름 놀이 마을마다 장정이라 / 端陽角觝盡村魁
천자님 앞에서도 재간을 놀렸다네 / 天子之前亦弄才
이기건 지건 간에 모두가 기뻐하여 / 勝敗紛紛皆可喜
푸른 버들 그늘 속에 온 당이 들썩이네 / 綠楊陰裏哄堂來
창포를 심으며 –용재 이행
푸릇푸릇한 돌 위의 창포여 / 靑靑石上蒲
너는 홀로 어이 그리 괴롭게 사느뇨 / 爾生獨何苦
두터운 땅이 많지 않은 게 아니나 / 厚土非不多
범속한 풀 짝하는 게 부끄러웠구나 / 恥與凡卉伍
늙은 꽃은 자줏빛 안개를 토하고 / 老花紫煙吐
서늘한 잎새는 실보다도 가늘구나 / 涼葉細勝縷
물가의 창포는 자못 장대하지만 / 澤蒲頗長大
너에 견줘 보면 역시 같은 조상이지 / 視爾亦同祖
백이와 유하혜 두 현인의 장점 / 伯夷柳下惠
취사선택하기는 쉽지가 않구나 / 未易爲捨取
돌창포는 돌 위에다 심고 / 石蒲種石上
물창포는 물가에다 심느니 / 水蒲栽水滸
저마다 제 성품 따라 사는데 / 各順爾之性
둘 중에 하나를 업신여길쏘냐 / 兩者敢一侮
길러서 아홉 마디 줄기를 이뤄 / 養成九節莖
잔에 띄워서 단오절을 즐기리라 / 泛觴作端午
5일, 이수간(李守幹), 수위(守威), 수인(守訒), 수심(守諶)이 나를 방문하다. -이행
먼 변방에서 단오를 만나니 / 海外逢端午
덧없는 이내 인생이 슬프구나 / 浮生理可哀
숲에서 나란히 말 탄 모습 보고 / 深林看聯騎
탁주 마시며 높은 누대에 기댄다 / 濁酒倚層臺
햇살 피하느라 자주 자리 옮기고 / 避日頻移座
못가에서 다시금 잔을 씻노라 / 臨池更洗杯
삼 년 동안 객지에서 살았기에 / 三年不家食
고개 돌리니 마음이 하염없어라 / 回首意悠哉
단오(端午)에 그네〔秋千〕 놀이를 구경하며 –월사 이정구
먼 객지 나그네 가절을 만나고 / 遠客逢佳節
타향 땅에서 또 이별의 자리라니 / 他鄕又別筵
향긋한 바람은 분단장을 에워싸고 / 香風圍粉黛
가녀린 빗줄기는 그네를 적시누나 / 細雨濕鞦韆
물색은 새로 자태 더욱 보태건만 / 物色增新態
즐거움은 예년보다 훨씬 줄었어라 / 歡娛減舊年
내일 아침 우리 서로 헤어지지만 / 明朝共分袂
이 좋은 만남도 도리어 아득할 테지 / 勝事却茫然
단오일에 그네뛰는 것을 구경하다[端午觀鞦韆] 억진아(憶秦娥) -점필재 김종직
그네를 뛰어라 / 秋千架
미인들의 유희가 대사를 기울이네 / 佳人遊戲傾臺榭
대사를 기울여라 / 傾臺榭
취교와 화승이 / 翠翹花勝
언뜻 높았다 낮았다 하누나 / 倏高倏下
왕손은 도리어 무정한 고뇌를 입어 / 王孫却被無情惱
담장 밖에 주저하며 향라를 두려워하네 / 躊躇墻外香羅怕
향라가 두려워라 / 香羅怕
집에 가던 마음이 쏠리어 / 歸家心醉
밤새도록 찬탄만 하누나 / 終宵唶唶
단오(端午) -점필재 김종직
모시옷에 궁만무추며 방자하게 담소하여라 / 雪苧弓彎笑語顚
광성 어느 거리나 그네 뛰지 않는 데가 없네 / 廣城無陌不秋千
고향의 물푸레나무도 한창 성하게 푸르리니 / 故園梣樹童童翠
나무 밑엔 사람들 모여 응당 반선 놀이즐기리 / 樹底人應戲半仙
한양에서 단오일에 짓다[漢陽端午] 점필재 김종직
창포주로 서로 맞이해 얼굴 붉게 취하여라 / 蒲酒相邀醉面紅
서울 거리에 먼지 일어 태양이 타는 듯하네 / 六街塵起日如烘
다리엔 채색 실 걸고 다투어 웃고 즐기면서 / 畫橋綵索爭歡笑
농촌에 양식 떨어진 건 아랑곳하지 않누나 / 遮莫田家半菽空
단오일에 부윤과 함께 그네뛰는 것을 보고 네 수를 짓다[端午同府尹看鞦韆四首]
-점필재 김종직
매월헌 안에서 단오일을 맞이하여 / 梅月軒中重午日
대윤이 시킨 그네뛰기를 웃으며 구경하노니 / 笑看大尹課秋千
경단과 주악이나 세속 따라 먹을 일이요 / 粉團角黍聊隨俗
술잔 돌리며 관현악에 취할 것 없겠네 / 不要傳觴醉管絃
석 줄의 미인이 일제히 부름에 응하여 / 粉黛三行齊應召
포도 시렁 아래로 함께 공손히 나가서 / 蒲萄架下共鏘翔
활등처럼 구부려 교대로 그넷줄을 차니 / 弓彎迭蹴秋千索
꾀꼬리 쫓아 짧은 담장을 넘는 것 같네 / 似逐流鶯過短墻
아름다운 나무는 토가산에 울창한데 / 佳樹蔥蘢土假山
채색 융단을 녹음 새에 두 줄로 비스듬히 묶고서 / 綵絨斜擘綠陰間
언뜻언뜻 날아가고 날아오고 하는 곳에 / 瞥然飛去飛來處
동실동실한 살구가 쪽머리를 때리는구나 / 杏子團團掠髻鬟
별원 안에서 그네뛰기 놀이를 파하고 나니 / 戲罷蹁躚別院中
유선군의 주름은 빨간 석류꽃 같아라 / 留仙裙皺石榴紅
남은 향기 간드러지게 주렴에 감도는데 / 餘香裊裊縈珠箔
운우가 다시 박초풍을 따라서 오는구나 / 雲雨還隨舶超風
대전에 올린 단오첩〔大殿端午帖〕 -죽석관 서영보
군왕의 천세 기원하며 월중륜을 올리고 / 君王千歲月重輪
훤휘는 만팔천 세의 봄빛을 머무시기를 / 長駐萱暉萬八春
자경이 온 누리에 뻗쳐 지금 수역인지라 / 慈慶推覃今壽域
근신들도 대부분 노친을 모시고 있나이다 / 近臣多是奉親人
자금의 앵두는 임금님 술잔을 비추고 / 紫禁朱櫻照御杯
녹음의 꾀꼬리는 봉래를 이야기하네 / 綠陰黃鳥語蓬萊
산하 천리에 훈훈한 바람이 퍼지나니 / 關河千里薰風至
우리 왕의 전각에서 일어남을 알겠도다 / 知自吾王殿角來
단양에 눈앞의 일을 읊다〔端陽卽事〕 -창계 임영
천중이라 좋은 시절 바로 오늘 아침인데 / 天中佳節是今朝
산골짜기 외로운 마을에 쓸쓸하게 앉았어라 / 峽裏孤村坐寂寥
고향 산천 향불 피우는 곳 바라보려 할 제 / 欲望家山香火處
석양은 서쪽에 지고 바다 구름 아득하구나 / 夕陽西下海雲遙
[주] 단양(端陽) : 음력 5월 5일 단오절(端午節)로, 중오절(重午節)ㆍ오월절(五月節)ㆍ천중절(天中節)이라고도 하며, 우리말로는 수릿날이라고 한다.
단오일에 느낌이 있어서 읊다 3수 -청음 김상헌
주명절에 머무는 객 겨울철에 온 객이니 / 朱明滯客自玄冬
반년 동안 이역에서 세월 보낸 셈이구나 / 半歲光陰異域中
이로부터 고생할 날 얼마나 더 되려는가 / 從此苦辛還幾日
돌아가는 말 기럭보다 늦게는 하지 마소 / 莫敎歸馬後秋鴻
생각건대 지난날에 단오 은영 받았을 때 / 憶曾端午被恩榮
궁선 바람 머금었고 법주는 또 맑았었네 / 宮扇含風法酒淸
오늘에는 타국에서 좋은 명절 만났건만 / 今日異鄕逢令節
흰머리로 서로 보며 되놈 성서 눈물짓네 / 白頭相對泣氈城
꽃 피는 때 적막하여 이미 마음 상했는데 / 花時寂寞已悽傷
천중절은 돌아와서 다시 마음 느꺼웁네 / 節到天中更感情
기억건대 지난해에 풍악리에 있을 적에 / 惟記去年豊岳里
녹음 짙은 정원에서 꾀꼴 소리 들었었네 / 綠陰庭院聽鶯聲
단오에 우상 봉암공(鳳巖公)이 지은 시의 운을 차운하다 –청음 김상헌
타향에서 단오 만나 고향 땅을 그리는데 / 異鄕佳節故鄕思
꾀꼬리는 아니 울고 제비 또한 아니 나네 / 鶯舌無聲燕羽差
멀리 석촌 솔과 잣이 우거진 길 생각하니 / 遙想石村松柏路
열 집 웃고 떠드는데 한 집만은 슬퍼하리 / 十家歡笑一家悲
단오날 감회가 있던 중, 초정(楚亭)이 철옹성(鐵甕城)에 유람하면서 장편시(長篇詩)를 부쳐 옴 –청장관 이덕무
오월 오일날 청음관에서 / 五月五日靑飮館
똘버들 바람 일어 활짝 가슴 헤쳐주네 / 溝柳風來午襟散
예쁜 새 부리 붉으니 앵도알 머금었고 / 好鳥吻紅櫻桃含
계집아이 머리 향기로우니 창포에 감아서네 / 嬌兒髻香菖蒲綰
이때에 하품 않으니 졸음도 오지 않을 터인데 / 是時不歙也無睡
웬일인지 꿈도 같고 취한 것도 같더라 / 何事如夢而似醉
눈이 번쩍 아득한 곳으로 정이 쏠리니 / 眼忽搖裔情湊泊
계란빛 구름 틈 사이에 산봉우리 푸르구나 / 卵雲西坼螺峯翠
좋은 시절에 만나지 못하는 박초정은 / 佳辰間闊朴楚亭
멀고먼 철옹성에 막혀 있다네 / 遠地留滯古鐵城
지나간 일 헤어보고 미래를 생각하니 / 獨數旣往推未來
헤어진 지 오래어 정회가 괴롭구나 / 暌離之多太勞情
한식날ㆍ정월보름날 모두 다 이러했으니 / 冷節燈宵皆若斯
추석날ㆍ구일날도 아마도 그러리라 / 秋夕菊日應如之
무슨 수를 써야 이내 생각 막을지 / 當設何法塞吾想
예전의 사귀지 않았을 때처럼 잊고도 싶지만 / 泯若從前未交時
흰 바탕 비단에 꼭두서니 물들듯이 / 譬如茜蘸白地錦
백 번을 빤들 한 번 든 물 씻어질까 / 百濯終難贖一染
묘향산 온갖 나무에 단풍이 들거들랑 / 萬樹紅霜入香山
어서어서 돌아와서 긴긴 회포 풀어 주게 / 早早歸來慰長念
단오날에 관헌(觀軒)에서 모임 -이덕무
밝고 고운 석류꽃 푸른 가지에 피었는데 / 的的榴花繞綠枝
옥색 발에 그림자 뚫고 들어오니 낮 햇빛 옮겼네 / 緗簾透影午暉移
화로 연기 줄어들고 차는 끓으니 / 篆煙欲歇茶鳴沸
정히 그윽한 사람 그림을 보는 때로세 / 政是幽人讀畫時
단옷날에 혼자 앉아 있기가 무료해서 덕여(德餘)를 찾아가 술을 청하려고 하다가 이에 앞서 안부를 물으며 아울러 유배 중인 숙부 생각을 하다. -택당 이식
늙은 몸 이제는 명절도 귀찮은데 / 吾老倦時節
서울 사람 얼마나 흥청망청 노닐까 / 京華多冶遊
그네 타는 풍속은 서로 달라도 / 鞦韆雖異俗
창잠은 그래도 중국과 같다 하리 / 昌歜似中州
술 한 잔 생각이 나 벗님 찾아가려 하니 / 欲就故人飮
들리나니 친구 찾는 산새 소리뿐 / 但聞山鳥求
우리 적선자는 어떻게 지내실까 / 仍懷謫仙子
만 리 멀리 상강(湘江)에 조문의 글 띄우노라 / 萬里弔湘流
단오(端午) -성호사설
당 현종(唐玄宗)이 8월 5일을 천추절(千秋節)로 정했는데, 장열(張說)은 대연력(大衍曆)을 올리면서 그 서(序)에, “삼가 8월 단오(端午)일에 헌상(獻上)한다.” 하였고, 송경(宋璟)은 8월 5일을 천추절로 정하자고 청한 표(表)에서, “달은 중추(仲秋)요, 날은 단오(端午)이다.”고 하였으니, 어느 달이든 5일은 다 단오가 되는 것이다.
생각건대, 하(夏) 나라의 역법(曆法)으로 인(寅)에서 시작하여 세어 나가면 오(午)가 정히 오(五)에 당하여, 단오란 것은 정오(正五)를 말한다. 후세에 5일 5일만을 단오로 삼는 것은 중오(重五)가 되는 때문이다.
각서(角黍) -이익의 성호사설
각서(角黍)란 것은 《풍토기(風土記)》에, “단오(端午)에 줄잎[菰葉]으로 찹쌀을 싸서 먹는 것은 옛날 멱라수(汨羅水)에서 굴원(屈原)의 혼을 조상하던 풍속이다.” 하였다. 우리 풍속도 단오에 밀가루로 둥근 떡을 만들어 먹는데, 고기와 나물을 섞어서 소를 넣은 뒤 줄잎처럼 늘인 조각을 겉으로 싸서 양쪽에 뿔이 나게 한다.
이것이 바로 각서인데, 옛적에 밥을 서직(黍稷)이라고 했으니, 각서란 것은 밥을 싸서 뿔이 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금 풍속에 또 조각(造角)이라고 하는 떡이 있는데, 각(角)의 음(音)이 전해서 악(岳)으로 되었다. 이 조악(造岳)이란, 쌀가루로 만들어 콩가루로 소를 넣는 것인데, 역시 양쪽으로 뿔이 나고 기름에 튀기니, 이도 각서를 본떠 만든 것이다.
유몽인(柳夢寅)의 《어우야담(於于野談)》에, “내가 일찍이 송응창(宋應昌)의 아문(衙門)에 종군(從軍)할 적에 어떤 이가 각서를 선물로 보내 왔는데, 형상이 소뿔과 같았다. 찰밥에 대추와 꽃을 섞어 덩어리를 만든 것인데, 우리나라의 정월 보름날 약밥과 비슷하였다.”고 했으니, 이 말은 웃을 만하다. 약밥이란 것은 찰밥인데 신라 소지왕(炤智王)이 까마귀에게 제사 지내던 풍속으로서 지금은 대추와 밤을 넣어 만든다.
생각건대, 중국에서도 줄잎을 싸서 만드는 제도를 변하여 손으로 눌러서 뿔이 나게 만든 것이니, 이 각서란 것은 그 뜻이 뿔에 있고 밥에 있지 않은 듯하다.
유몽인이 이런 것을 보고 대추 찰밥을 각서라고 했으니, 이는 북 소리를 듣고 피리를 만지고서 해[日]라고 의심한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분단(粉團) -성호사설
분단(粉團)이란 떡은 수단(水團) 또는 백단(白團)이라고도 하는데, 단오(端午)날 만들어 먹는다. 《세시기(歲時記)》에, “다섯 가지 색깔로 혹 인형(人形)ㆍ물형(物形)ㆍ화과형(花果形)처럼 만드는데, 그 중 정하게 된 것을 적분단(滴粉團)이라 한다.” 하였으나, 우리나라에는 백단(白團)만을 사용하였다. 《세시기》에 또 건단(乾團)으로 물에 넣지 않는 것이 있으니, 이는 지금의 절편[切餠]이라는 것이다.
수단은 속석(束晳)의 이른바, “박장(薄壯)은 여름철에 알맞다.”고 한 바로 그것인 듯하다.
○ 5월 5일은 ‘단오(端午)’라 이르며, 쑥으로 만든 호랑이를 문에 단다. 창포를 띄우고 쑥과 창포로써 띠[帶]를 만들고, 또 창포 뿌리를 캐서 수염을 만들어 달기도 한다. 서울 사람들은 네거리[衢市]에 시렁을 만들어 세우고 그네놀이를 설치하고, 계집아이들은 분과 연지로 아름답게 단장하고 고운 옷을 입고 골목을 누비며 떠들면서 서로 다투어 채색줄을 붙잡고 다니면, 소년이 떼를 지어 와서 밀고 당기고 하였는데, 그 음탕한 농담이란 말할 수 없었다. 조정에서 이를 금하고 단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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