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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대통령 중심제가 아니라 내각 책임제로 바꿔야

淸潭 2015. 1. 24. 12:56

④] 대통령 중심제가 아니라 내각 책임제로 바꿔야

  • 강인선 기자

  • 입력 : 2015.01.24 02:58

    ―6·25 직전 육군 정보장교 시절엔 북한의 남침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북한을 어떻게 보나. 조만간 통일이 이뤄질 것으로 보나.

    “내가 믿는 바에 의하면 북한은 시간문제다. 10년 걸릴지 20년 걸릴지 모르지만 그 시간 안에 끝나는 거다. 북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걱정하는데 핵무기는 무용지물이다. 갖고 있어도 쓸 수 없다. 쓰면 망하니까. 그러니 핵 가지고 자꾸 떠들지 말고 어떻게 하면 10년에 끝날 북한을 7~8년 안에 끝나게 할지 그걸 현명하게 알아내서 자꾸 촉진시켜야 한다. 김정은을 만나면 뭐라도 되는 것처럼 만나자고 뛰어들지 말고. 정상회담, 그거 다 쓸데없는 짓이다.”

    
	1970년 6월 10일, 중앙정보부 창설 9주년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 역대 중앙정보부장들. 2대 부장을 지낸 고(故) 김재춘 전 의원이 맨 왼쪽에 서 있다. 그 옆으로 김용순(2대), 김종필(초대), 김형욱(4대), 김계원(5대)씨가 나란히 섰다/ 조선일보DB
    1970년 6월 10일, 중앙정보부 창설 9주년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 역대 중앙정보부장들. 2대 부장을 지낸 고(故) 김재춘 전 의원이 맨 왼쪽에 서 있다. 그 옆으로 김용순(2대), 김종필(초대), 김형욱(4대), 김계원(5대)씨가 나란히 섰다/ 조선일보DB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재활 치료 받으면서 봄이 되면 골프 한번 쳐야 한다고 했는데.

    “독일에서 몸이 불편한 사람이 골프를 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카트를 만들었는데 우리나라에도 견본이 하나 와 있다. 욕심이 나서 그걸 갖다 달라고 해서 한번 타보고 스윙도 해봤는데 괜찮았다. 그래서 독일에 주문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집사람이 너무 아팠다. 다음 날로 부탁한 걸 취소했다. ‘마누라가 다 죽어가는데 골프 칠 생각을 하다니 나쁜 놈 같으니라고.’ 나 혼자 그렇게 뉘우치고 취소했다. 그랬더니 집사람이 조금 나아졌다. 골프장 나가고 싶지만 이젠 그것도 꿈에 그칠지 모른다.”

    ―내각제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그대로인가.

    “대통령 중심제가 아니라 내각 책임제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뭐라 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정치의 가갸거겨의 ‘가’ 자를 알까 싶은 정치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대한민국의 장래를 내다보지도 못한다. 대통령 중임제, 부통령제, 이원집정제 등 여러 얘기가 나오는데, 나보고 얘기하라면 그건 다 쓸데없는 소리다. 과거에 있었던 심각한 일을 정치인들이 잘 모른다. 나는 대한민국의 산증인이다. 한 사람에게 전권을 주되 정당이 맡아서 정당의 지혜를 여과시켜서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김종필전총재의 집에 방문한 일본 모리 요시로 전수상/ 조선일보DB
    김종필전총재의 집에 방문한 일본 모리 요시로 전수상/ 조선일보DB

    ―일본에서 아베 총리가 등장한 이후, 한·일 관계가 매우 경색돼 있다.

    “아베는 일본에서는 인기가 좋지. 하지만 이웃 나라 사람이 인기가 있다 없다 할 수 있나….”

    그는 한·일 관계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으려 했다. 다음에 이어지는 답은 아마 그가 현재의 한·일 관계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은 이유에 대한 우회적인 설명일 수 있을 것이다.

    ―후세는 김종필을 어떤 사람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나.

    “한·일 회담 반대 데모가 한창일 때 내가 대학 돌아다니며 연설했다. ‘여러분은 한반도가 어디 있는지 알 거다. 지정학적으로 생각해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중국과 소련이 서부와 북부에 있다. 북쪽에서 센카쿠 열도까지 3000㎞는 일본이 막고 있다. 갇혀 있는 한반도는 어디로 나가야 하나. 북쪽이나 서쪽으로 못 가니 일본을 딛고 태평양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이 박수를 치더라. 하지만 다 헛것이었다. 학생들이 그다음 날 다시 데모하러 나갔으니까. 내가 그걸 밀어붙이고, 기본적인 합의를 만들고 외교부에 넘겼다. 제2의 이완용, 매국노, 별별 이상한 소리를 다 들었다. 난 매국노가 아니다. 나라 팔아먹은 사람이 아니다. 나는 합리적으로 나라를 만들려는 사람이다. 이 나라가 조금이라도 잘되라고 애를 쓰고 다닌 사람이다.”

    김 전 총재의 만화 일대기 출판기념회는 3월 18일 조선호텔에서 열린다. 그는 “남산에 있는 호텔에서 하면 지인들이 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을 골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