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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내가 대통령 됐다면 더 못했겠지?"

淸潭 2015. 1. 24. 12:53

③] "내가 대통령 됐다면 더 못했겠지?"

  • 강인선 기자

  • 입력 : 2015.01.24 02:58

    정치는 虛業
    정치인은 그저 봉사할 뿐 보수를 바라서는 안 돼
    그들이 잘하면 국민들이 나눠 가지게 돼

    
	지난 2007년 5월 1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5.16 민족상 수상식/ 조선일보DB
    지난 2007년 5월 1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5.16 민족상 수상식/ 조선일보DB

    ―박근혜 대통령이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그건 박 대통령에게 직접 물어봐야 한다. 소통하고 있는데 왜 그러느냐고 할 것이다. 진짜 소통 안 되나? 내 보기에 박 대통령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그럴까. 나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본다.”

    ―최근엔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졌다. 대통령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지지율이 떨어질까.

    “국민이 호랑이라 그런 거다. 열 가지 중 하나만 잘못해도 물고 늘어지는 게 호랑이다. 열심히 하는 대통령에게 왜 지지율을 30%밖에 안 주느냐고 국민 탓해봤자 소용없다. 그게 국민이니까.”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상당 기간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

    “그건 잘해달라는 기대다. 날이 갈수록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까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고. 국민은 간단하게 뜨거워지고 간단하게 차가워진다. 왜 그러느냐. 그걸 묻는 게 바보다. 그런 게 국민이다.”

    ―2년 전 미수(米壽) 때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뭐가 가장 아쉬운가.

    “뭔가 한 거 같은데 제대로 한 게 뭔가 싶다. 한탄스럽고, 후회스럽고, 국민에게 죄송하고, 그런 느낌뿐이다.”

    ―뭐가 그렇게 후회가 되나.

    “조금 더 자유롭고 좀 더 민주적으로 자기 희망대로 살 수 있는 기반이 국민을 위해 다져졌으면 해서 혁명도 하고 했는데 미흡하니까 아쉽다. 미안하고 그런 감정이다. 더 잘했었으면 하지만, 내 능력껏 한 것이니까.”

    ―뭘 더 했으면 더 잘했다고 할 수 있을까.

    “정치는 결과다. 국민이 지금보다 더 윤택하고 자유롭고 희망 가지고 살 수 있는 세상을 굳혔으면 더 잘했다고 했겠지만 미흡하기 짝이 없는 거다.”

    ―만일 김 전 총재가 대통령이 됐다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더 못했겠지? 하하하…. 남 하는 거 비평하는 건 쉽다. 자기가 해보라고 해. 더 못한다고. 그런 거다.”

    ―대통령이 됐다면 이건 꼭 했을 텐데 하는 게 있나.

    “솔직히 얘기해서 나는 대통령 하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했다. 두 번 대통령에 입후보는 했다. 그건 당을 만들고 정치를 계속 하려니까 할 수 없는 과정이었지 내가 대통령이 되려고 한 건 아니었다. 처음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잘 도와서 대과 없이 지낼 수 있도록 밑에서 도와 드리자는 게 내 정치 철학이었고, 그대로 했다.”

    ―하지만 1979년 10·26 직후처럼 대통령이 될 뻔한 기회도 있지 않았나.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지만 난 아니었다. 그때도 난 원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된 사람들에 비해 권력 의지가 약한 것일까.

    “대통령 하면 뭐 하나. 역대 대통령을 잘 봐라.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나대로 그 사람들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고 싶지만 안 한다. 지난 일이니까. 다들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할 텐데 내가 뭐라고 평을 하겠나. 수고들 했다고 생각하지. 그건 역사가 평가하는 거다. 국민이 평가하는 게 아니라 역사가 평가한다.”

    ―‘영원한 2인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지 내가 그랬나.”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2인자였던 노태우에게 자신의 경험을 살려 ‘2인자로서의 처신’에 대해 조언하지 않았나.

    “이왕에 일을 벌였으니 잘하라는 뜻이었다. 잘하려면 전두환과 사이가 벌어지면 안 된다. 절대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자기 다음 사람이 나오는 걸 싫어한다. 나는 나라를 위해 그런 말을 한 거지 전두환이나 노태우를 위해서 한 게 아니다. 절대 권력자는 예외 없이 ‘디바이드 앤드 룰’(divide and rule·내부에 대립을 일으켜 지배를 용이하게 하는 방식)을 적용해서, 둘째 놈을 못살게 군다. 전두환 성격을 보니 그럴 것 같아서 둘이 싸우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