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 최민규] 프로야구 MVP 투표권은 기자들이 갖고 있다. 만일 이대호가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면 누구를 찍을까.
"(류)현진이를 찍어야죠. 현진이가 올해 최고 선수 아닙니까."
현역이든 은퇴한 선수든 타자 출신들은 "우리는 매일 출전하는 선수"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나흘 이상 쉬고 등판하는 선발 투수보다 더 힘든 시즌을 보낸다는 얘기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나는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이 생긴 뒤 메이저리그 선수가 됐다"고 전제한 뒤 "투수가 30승을 하더라도 MVP는 타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대호도 "투표에서 류현진을 뽑겠지만 타자가 투수보다 더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경기에서 퀄리스타트를 하는 류현진은 정말 대단하다"는 칭찬을 잊지 않았다.
▲류현진 킬러?
이대호가 바라보는 류현진은 최고 투수다. 2006년의 류현진과 올해 류현진이 어떻게 다른가라는 질문에 "그때도 최고였고, 지금도 최고였다"고 말한다. 최고 투수 류현진을 상대로 이대호는 5시즌 통산 타율 3할3푼9리(59타수 20안타)를 쳤다. 20안타 가운데 5개는 홈런이었다. 이대호는 "내가 현진이 공을 잘 치긴 했다"며 "현진이가 의리가 있는 녀석이라 치라고 준 공"이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2008년에는 말 그대로 '류현진 킬러'였다. 11타수 8안타(타율 0.727) 2홈런 6타점을 때려냈다. 이 시즌 활약에 대해 이대호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선배 기를 살려주려 한 것 같다. 치라고 주니까 받아 먹은 것"이라고 농담했다. 그러면서 "사실 현진이 공은 치라고 줘도 제대로 때려내기 어렵다"고 했다.
▲삼진, 그리고 홈런
7월 21일과 8월 8일 두 차례 롯데-한화전에서는 올해 프로야구 최고의 명장면이 나왔다. 앞 경기에서 류현진은 9회초 마지막 타자 이대호를 삼진 아웃으로 잡고 1-0 완봉승을 이뤄냈다. 하지만 8월 8일엔 이대호가 류현진을 상대로 홈런을 때려내며 응수했다. 처음엔 류현진이, 그 다음엔 이대호가 이겼다. 최고 타자와 최고 투수의 맞대결은 이렇게 무승부로 끝났다.
이대호는 8월 8일 홈런에 대해서도 역시 "현진이가 일부러 홈런 치기 좋은 공을 준 것"이라며 후배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다면 7월 21일 삼진을 당했던 직구는 어땠을까. "경기 뒤 여러 차례 비디오 리플레이를 했다.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이었다"는 게 이대호의 주장이다. "항의를 하려 뒤를 돌아보니 주심이 벌써 심판실로 들어가고 있더군요." 어차피 스트라이크와 볼에 대한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어쨌든 팬들에겐 무승부였기에 더욱 좋다. 세 번째 승부가 더욱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최고 타자에서 수퍼 스타로
얼마 전까지 '이대호는 왜 올해 잘하는가'라는 질문은 우문이었다. 이대호는 원래 잘했던 선수였다. 2006년 타격 3관왕에 올랐고, 2007년의 성적은 놀랍게도 그보다 더 뛰어났다. 잇따른 국제 대회 출전 여파로 2008~2009년엔 다소 성적이 처졌다. 그래도 롯데에선 최고, 리그 전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2010년 정규시즌 막바지 시점의 이대호는 2006~2007년을 훨씬 뛰어넘는다. 매년 한 명은 나오는 최고 타자에서 1990년대 장종훈, 2000년대 이승엽의 뒤를 잇는 수퍼스타로 진화하고 있다. 3일 현재 이대호는 타율(0.366)·홈런(41개)·타점(121점)·득점(89점)·최다안타(154개)·출루율(0.439)·장타율(0.684) 부문 단독 선두다.
프로야구에서 타격 7개 부문(도루 제외) 전관왕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만으로도 대단하다. 홈런을 양산하면서도 고타율을 유지하는 능력은 경이적이기까지 하다.
선수가 훨씬 많은 메이저리그에서도 1937년 이후 타율 3할5푼과 40홈런 이상 동시 기록은 딱 8차례 나왔을 뿐이다. 게다가 프로야구에서 1999~2003년은 사상 최고의 장타 폭발 기간이었다. 이대호는 대구구장과 광주구장의 외야 확장, 도핑 테스트 강화, 외국인 투수 증가 등 당시보다 홈런에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41홈런을 치고 있다. 2위 최진행과 많은 차이(14개)라는 점은 그의 독보성을 말해준다.
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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