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부처님 마음

환경운동도 권력’수경스님 잠적 이유 뭘까

淸潭 2010. 6. 18. 10:10

 

조계종단이 시끄럽다. 불교계 환경운동의 대표주자였던 수경(61) 스님이 “승적을 반납한다”며 14일 잠적했기 때문이다. 그는 불교환경연대의 상임대표직과 화계사 주지직도 사임했다. 사용하던 휴대전화와 e-메일 계정은 아예 해지된 상태다.

그래서 말이 많다. 절집 안팎에선 “수경 스님이 그런 결정을 내린 진짜 이유가 뭐냐?” “사람들이 모르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건가?” 등 이런저런 억측이 나온다. 세상의 궁금증을 예상한 듯 수경 스님은 나름의 대답을 남겼다. 측근 스님에게 남긴 글에서 그는 “저는 죽음이 두렵다. 생사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사람이다. 이대로 살면 제 인생이 너무 불쌍할 것 같다. 초심으로 돌아가 진솔하게 살고 싶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수경 스님의 고백’을 읽고 종단 안팎에선 해석이 분분하다. 어떤 이는 “4대 강 반대 운동을 하면서 종단과 이견이 컸다 ”라고 배경을 설명한다. 또 어떤 이는 “종단 안팎에서 수경 스님의 활동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중노릇에 대한 자괴감을 키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수경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을 겨냥해 “정권의 하수인 노릇 그만 하라. 사판(事判·절집의 재정과 행정) 노릇 제대로 하라. 타락한 정치인 흉내 내는 것이 사판 노릇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몰아친 바 있다. 수경 스님이 밖(사회)이 아니라 안(종단)을 겨누자 “주지 재임(4월)을 앞두고 있을 때는 조용하더니, 총무원장에게서 임명장을 받고 나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기회주의적 행태”라며 비꼬는 스님도 더러 있었다. 4대 강 반대 유서를 남기고 분신한 문수 스님의 장례 절차를 놓고도 수경 스님은 해당 문중과 마찰을 빚었다. 수경 스님은 건강이 좋지 않다. 삼보일배로 국토를 누빈 뒤 무릎 수술을 받았다. 요즘은 지팡이를 짚는다. 수경 스님을 잘 아는 한 재가자는 “ 재정과 인력이 넉넉지 않은 환경운동단체의 총책을 맡으며 누적된 부담감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수경 스님은 처음부터 ‘환경운동가’가 아니었다. 실상사 선방에서 수행하다가 “선방에만 깨달음이 있는 게 아니다”는 도법 스님의 말을 듣고 지리산살리기 운동을 시작했다. 그때는 환경운동이 수행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세상을 향하고, 바깥을 향하고, 목청을 높이는 운동에 매진하면서 정작 내면의 수행은 놓치고 만 걸까. 뒤늦게 수경 스님은 “그것도 하나의 권력이더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바랑을 메고 떠났다. 수경 스님은 올해 61세다. 이번 결정이 내면을 향하는 ‘두 번째 출가’가 될지, 아니면 밖을 향하는 또 하나의 ‘전략적 결정’이 될지 주목된다.

백성호 문화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