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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어 그가 돌아왔다

淸潭 2007. 3. 3. 15:15
  • 비에 젖어 그가 돌아왔다
  • 고 윤장호 하사 유해 고국 땅 밟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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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들 조문 줄이어… 일반 시민들도 다녀가
    버시바우 대사, 유족에 美 동성무공훈장 전달
  • 최경운기자 codel@chosun.com
    입력 : 2007.03.03 00:26 / 수정 : 2007.03.03 06:47
    • 지난달 27일 아프가니스탄 바그람기지에서 폭탄테러로 숨진 고 윤장호 하사가 고국의 품에 안겼다.

      2일 오전 7시20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윤 하사의 유해를 실은 전세기가 성남 서울공항에 안착했다. 윤 하사의 아버지 윤희철(63)씨와 어머니 이창희(60)씨, 형, 누나와 함께였다. 이 비행기에는 귀국하는 자이툰부대 장병 300여명도 타고 있었다. 윤 하사가 지난 9월 이 활주로를 떠나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지 4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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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례는 특전사부대장(葬)이지만, 박흥렬 육군참모총장(대장)이 직접 나와 빗속에서 윤 하사의 유해를 맞았다. 유해를 맞는 자리에는 김진훈 특전사령관(중장), 윤 하사의 소속부대인 특전사 대원 100여명이 함께 나섰다. 이때 윤 하사에게 추서된 인헌무공훈장이 유해를 담은 관을 장식했다. 유해가 운구차로 옮겨져 빈소로 떠나기 전 군인들은 거수경례를 보내며 부동자세를 풀지 않았다. 태극기에 싸인 유해는 군악대가 연주하는 애도 음악 속에 빈소가 마련된 분당 국군수도병원으로 향했다. 이날 함께 귀국한 한 자이툰부대 병사는 “윤 하사의 유해와 함께 귀국해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이날 윤 하사의 빈소에는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윤 하사 장례준비를 맡은 김진훈 중장이 유해가 도착하자마자 뒤따라 조문했다. 이어 윤병세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조문을 대신했고, 한명숙 국무총리와 김장수 국방장관, 김관진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도 이날 오후 잇따라 조문했다. 국회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이날 오전 빈소를 찾았다.

    • ▲2일 오전 7시 쯤 아프가니스탄에서 숨진 고 윤장호 하사의 유해가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고 윤 하사의 추도식은 특전사 장병 100여명이 도열한 가운데 공항에서 열렸다. /채승우기자 rain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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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파병 문제를 놓고 찬반 의견이 갈렸던 정치인들도 조문엔 한마음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수뇌부는 이날 오전 빈소를 찾았다. 박 전 대표는 “테러에 절대 굴복하지 않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며, 사병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제주 방문 일정 때문에 3일 오전 조문할 예정이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과 장영달 원내대표,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와 권영길 원내대표, 민주당 장상 대표도 조문했다. 정 의장은 “이러한 희생과 헌신이 있어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면서 “나라를 위해 먼저 가신 분들에 대해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이 나라를 조금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름 없는 용사들도 윤 하사를 애도하는 데 함께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인 송모(42)씨는 새벽기차를 타고 올라와 빈소를 찾았다. 송씨는 “귀한 생명이 희생돼 안타까운 마음으로 조문을 왔다”고 했다. 자식이 군에 복무 중이라는 분당의 한 주민도 조문한 뒤 “윤 하사의 죽음에 정부나 군 고위관계자, 국민 모두가 예우의 뜻을 표하는 것 같아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윤 하사의 아버지 윤희철씨에게 미국 정부가 수여하는 동성무공훈장을 전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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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측도 자신들이 주도하는 다국적군 활동을 하다 숨진 윤 하사의 죽음에 대해 각별한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 대사는 이날 오후 6시30분 윤 하사의 빈소를 찾아 미국 정부가 윤 하사에게 수여하는 동성무공훈장을 유족에게 전달했다. 이 훈장은 미국 정부가 연합 작전 수행 중에 순직한 외국 군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이다. 현재 미 의회 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체류 중인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도 주한미군 장성들을 보내 조문할 계획이다.

      이날 특전사 장병들은 윤 하사 빈소를 밤새 지키며 1500여명의 조문객을 맞았다. 윤 하사가 파병됐던 다산부대의 한 동료 병사도 빈소를 찾아 “장호는 좋은 곳에 갔을 것”이라며 유족을 위로했다. 이날 윤 하사의 유족은 “장호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진심 어린 애도의 뜻을 보내준 국민 여러분과 군 당국, 언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테러로 사망한 고(故) 윤장호(27.다산부대) 하사의 유해가 2일 오전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윤 하사의 유해는 부친 윤희철(65)씨와 어머니 이창희(59)씨 등 유족과 유해인수단(단장 류홍규 합참 인사부장), 6개월 근무를 마친 자이툰 부대원 300여명과 함께 아시아나 전세기편으로 이날 오전 7시15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공항 활주로에 안착했다. /조선일보 채승우 기자